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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19. 2024

주제 : 감동적인 선물

미션 : 인물 묘사 해보기




오빠들 몰래 다가오는 아이.

귓속말로 소곤댄다.

"엄마, 이거 엄마만 몰래 봐야 돼요. 누구한테도 보여주지 마세요."

하며 건네는 작은 메모지 한 장.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은 막내의 눈웃음과 애교 넘치는 표정은 덤이다.



첫째 때는 뒤집는 것도,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든 성장 속도가 느렸다. 왜 이웃집 아이들은 그렇게도 빨리 걷고 기저귀도 금세 떼는지.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인 걸 모르고 하루하루 조바심 내며 아이를 다그치며 키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었는지. 그때를 후회하곤 한다.

그랬던 마음 때문일까.

막내를 키울 때쯤 되니 모든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책에서 말하는 신생아는 책에서만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기대를 내려놓고 키웠다.

'울면 울 때가 됐는가 보다.'

'떼쓰면 이 나이엔 다 그래.'

'밤낮이 바뀌면 잠깐 그럴 때가 있더라.'

라며 둥글둥글한 관계를 유지하며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셋째는 막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우리 집 애교담당이었고, 막내는 그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한글을 곧잘 읽기 시작할 때부터 맞춤법 틀린 편지를 적어오던 막내.
학교 입학 전후를 기점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미운 짓 할 때 꺼내보는 비타민 같은 편지들.
사랑을 고백하고 효도를 다짐하는 귀여운 편지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사춘기로 삐딱한 첫째와 둘째에게 받은 상처도 치유되는 마법을 부린다.
갑자기 도착한 카톡 메시지.
"밥 먹었어요?"
라는 간단한 메시지 한통에도 감동받는 나.
셋째의 무심한 듯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눈물이 핑 돈다.

첫째와 둘째는 좀 컸다고 더 든든한 말로 사람을 감동시킨다.
"엄마,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나갔다 오세요."
"엄마, 내가 돈 벌면 아들카드 줄게요. 그땐 가격표 보지 말고 막 써요."

나에겐 아이들이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감동적인 선물이다. 넘치게 주는 마음들이 소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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