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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가리느까
Sep 03. 2024
1화. 딸내미의 눈물
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한 연예인 커플의 결혼식부터 신혼살이까지 아주 긴 시간이 TV에 나왔다.
신부 입장
하이라이트는 신부가 입장하는 장면.
신부는 뭐가 신났는지 연신 벙글벙글인데 그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는 신부 아버지는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걸 보다가 문득 나도 언젠가는 내 딸내미를 도둑
넘
같은 사위한테 잡은 손을 넘겨야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 아빠 손잡아 봐."
인
터넷
강
의를
열심히 보던 중1 딸내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는다.
딴 따따딴~ 딴 따따 따안~
신부 입장 코스프레를 시전 하던 내가 갑자기 사위가 마중 나오는 지점에서 딸의 손을 안 넘겨주려고 발악하는(?) 열연을 펼치며 혼자 신나 하는데...
순간 분위기가 축축하다.
맞은편 식탁에서 끌끌한 표정으로 공연을 감상하던 아내가 눈짓한다.
네 품 속에 딸내미 좀 보라며.
그 말에 딸내미 정수리를 건너 얼굴을 보니 삐죽삐죽하고 있다.
딸내미는 잘 삐죽삐죽한다.
화나고 짜증 날 때는 자리를 피하면서도 얼굴은 삐죽삐죽을 잘한다.
며칠 전에도 계단 오르기 가위바위보 게임하다 자기 반 남학생을 피해 머뭇거리는 딸아이를 재촉했더니 아빠를 등지고 걸어가며 삐죽삐죽했었다.
그래도 딸내미는 이 집에서 성격이 제일 좋다.
화 한 번 내는 법이 없다.
어느새 딸내미는 삐죽삐죽을 넘어 눈물을 흘리면서 "난 (시집) 안 갈 거야. 엄마 아빠랑 살 거야."라고 외친다.
딸아, 그 마음 변치 않았으면 좋겠구나.
딸이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내가 준 상처로
삐죽 대는 모습을 보고 다시는
딸내미 눈에 눈물 고이게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결심을 또 어기고 말았다.
그때, 여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내가 기어이 한마디 한다.
"딸! 철딱서니 없이, 나이 많은 남편한테는 시집가지 마라."
자기가 철딱서니 있었는지 없었는지 몰라도 나이 많은 남편이 확실했던 나로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그때 내 손에 자기 딸 손을 건네주던 장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새삼 고맙기도 하고, 과거로 돌아가서 "왜 그러셨어요?" 하고 따지고 싶기도 하고,
하여간
그렇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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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눈물
결혼식
Brunch Book
지지고 볶아도 우리는 가족
01
1화. 딸내미의 눈물
02
2화. 집 나간 아내를 찾습니다
03
3화. 아무 일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04
4화. 꼰대가 자녀와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05
5화. 딸을 시집보내고 남은 아빠의 마음
지지고 볶아도 우리는 가족
가리느까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7화)
가리느까
막연한 인생 후반기를 맞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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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집 나간 아내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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