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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Jan 31. 2022

아이러브워킹 : 하루 7,500보 걷기로 건강한 삶을!

 100세 인생 시대,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_ E.10

1. "내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라고 걷는 사람 하정우는 말한다. 지난 3~4년 동안 서울 수도권은 물론이고 제주를 포함한 전국을 돌며 엄청나게 걸었더니 자칭 반, 타칭 반으로 나도 '걷는 사람 양성필'로 불리게 됐다.


하정우의 <걷는 사람, 하정우>



2.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등산을 다닌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름난 산을 찾아 오르는 걸 좋아하게 됐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오대산, 팔공산 등 국내 웬만한 이름난 산들은 한두 번 이상씩 다 올라봤다. 그중에서 1박 2일을 꼬박 걸었던 1992년 여름의 지리산 종주(縱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 SNS에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물론이고 젊은 여성분들이 산 정상에서 찍은 인증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등산은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남녀노소 모두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운동인 것 같다.  


3. 2000년대 초반에 러닝 열풍이 불었다. 직장에서도 '마라톤 동호회'가 생겼고 나도 기록 측정을 위한 스톱워치를 구입하면서까지 참 열심히 했다. '중앙일보 마라톤' 등 여러 대회에도 참여해봤고 집 근처 학교 운동장과 공원을 주기적으로 달렸다. 풀코스를 완주한 적은 없지만 하프코스와 10km 구간은 제법 괜찮은 기록으로 수십 차례 이상 뛰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러닝에서는 등산만큼의 흥미와 의미를 찾질 못했다.


4. 서울 한강공원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걷기'의 마력(魔力)에 사로잡히게 됐다. 사실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의문이 들기도 다. 등산도 아니고, 러닝도 아니고 그냥 평지를 걷는 것만으로 과연 운동 효과가 있을까? 바빠서 자주 걸을 시간이 있을까? 등산처럼 산을 찾아가서 걷는 것도 아닌데 집 근처의 코스로만 걷다 보면 금방 지루해지지 않을까? 모두 다 기우(杞憂)였다.  


첫째, 사람마다 걷는 빈도와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운동 효과는 만점이다. 목과 허리에 있던 사무직 종사자의 고질적 통증이 싹 사라졌다. 심지어 걷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몸이 막 근질거린다. 한 때 승부욕이 불타올라 지인들과 누가 더 많이 걷는지 '걷기 앱'으로 경쟁도 해봤다.


둘째, 걷기 위해 굳이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다. 그냥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낮이든 밤이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틈 날 때마다 걸으면 된다. 특히 머릿속이 복잡한 날엔 일단 무조건 운동화를 신고 걸으러 나간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회사나 집에서는 떠오르지 않았던 묘안이 번뜩하고 떠오를 수도 있고,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다가 '아 몰라, 될 대로 돼라'는 식의 과감한(?) 용기가 샘솟기도 한다. 사람들의 고민 중 거의 대부분은 하룻밤 자고 나면 생각나지도 않을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하지 않은가. 일단 걷자. 걷기가 내 고민을 덜어줄 것이다.


셋째, 집 근처를 주로 걷는다고 하더라도 나만의 '걷기 지도'를 만들어서 즐겁게 걸으면 된다. 코스마다 나만 아는 이름을 붙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가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도시를 벗어나 조금 멀리 나가서 걸어도 좋다.


하정우가 말했듯이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이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다. 인생 후반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오늘부터 핑계 따위는 접어두자.


5. 4~5년 정도 꾸준히 마포대교~원효대교~한강철교~한강대교~동작대교~반포대교~한남대교~동호대교로 이어지는 서울 한강공원 구간을 걸으면서 나만의 걷기 지도를 완성했다. 그리고 60분 코스, 90분 코스, 120분 코스, 180분 코스 등 걷는 시간에 따라 나만의 맞춤형 코스를 설계해서 이름을 붙였다. 가끔 지인들이 한강공원을 같이 걷자고 찾아오면 먼저 이렇게 질문부터 한다. "얼마나 걸을 거야? 1시간? 2시간?"



내가 설계한 나만의 걷기 코스 : 각각 90분, 120분, 180분 코스


6. 걸을 때 바른 자세로 걷는 게 매우 중요하다. 나쁜 자세로 걸으면 많이 걸을수록 무릎, 발목, 허리가 안 좋아질 수 있다. 걷기를 막 시작한 초보자일 경우에는 시간당 3~4km 정도의 속도가 적당하다. 걷는 양도 처음에는 한 시간 이내가 무난하다. 그러다가 몸에 익숙해지면 속도와 거리를 점차 늘려 가면 된다. 일반적으론 천천히 산책하며 걷는 것보다는 빠른 속도로 30분 정도 걷는 게 운동효과가 높다고 한다. 그리고 최소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매번 30분 이상은 걸어야 한다.


나는 익숙한 한강공원을 걸을 때는 시간당 5~6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걷고, 제주 올레길, 북한산 둘레길 등의 워킹 코스에서는 시간당 4km 정도의 속도로 걷는다. 아무래도 오르막 내리막 언덕길도 있는 데다 멋진 풍경감상하면서 사진도 고 즐기면서 걷기 때문이다.


7.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7월 ‘정말 매일 1만 보가 필요한가’라는 기사에서 건강 장수를 위해 꼭 하루 1만 보를 걸을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자 이에 편승해 한 시계 제조업체가 ‘만보계’를 생산했다. 만보계에서 1만을 뜻하는 ‘만(万)’ 자가 일본식 한자로 작성했을 때 사람이 걷는 모습과 비슷해 판매 촉진을 위해 '만보 걷기'를 홍보했을 뿐 특별한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맙소사!


그러면 하루에 얼마나 걸어야 적당한 운동이 될까? '아이민 리' 하버드대 박사팀이 2019년 70대 여성을 대상으로 걸음 수와 건강 상태 간 연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루 4,400보 정도 걷는 사람은 하루 2,700보 이하 걷는 사람보다 조기 사망할 위험이 40% 정도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 5,000보 이상 걷는 사람들이 조기 사망할 위험은 계속 감소했지만 7,500보에서 정점을 찍었다. 즉, 이보다 많은 하루 1만 보까지 걷는다고 해서 건강에 계속 유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루 1만 보'라는 특정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걸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집안일 등 생활 걷기를 포함해 하루 7,000∼8,000보 정도면 건강 유지에 충분하다고 한다. 오늘 좀 모자라게 걸어도 괜찮다. 내일이나 모레 좀 더 걸으면 된다. 인생 후반전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걷도록 해보자. 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숫자에 집착하면 걷기의 '양'은 늘어날지 몰라도 '질'이 나빠진다.


아이러브워킹 걷기모임


8. 늘 혼자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워킹 코스를 같이 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들에게 취지를 설명하니 선뜻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40~50여 명이나 되었다. 내가 모임 운영자를 맡기로 하고 나름의 운영 규칙도 만들었다. 걷기 모임의 이름은 <아이러브워킹>으로 정했다.


매월 2회 정도 토요일 오전에 스케줄이 가능한 사람들만 자유롭게 모여서 서울과 수도권 인근의 워킹 코스를 함께 걷기로 했다. 2020년 1월부터 야심차게 시작을 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열 번 정도의 모임 후 잠시 중단했다가 2022년 봄부터 소규모 모임으로 전환하여 활동 중이다. 



제주 올레길 완주



9.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이 불면서 잘 정비된 워킹 코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아마 지금도 어디에선가 또 새로운 코스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자체에서 타 지역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워킹 코스를 개발한 곳이 꽤 많이 있고, 코스 안내지도와 스탬프 북을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나는 2019년 11월 7일부터 2022년 6월 10일까지 2년 7개월에 걸쳐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걸었던 <제주 올레길> 총 26개 코스, 425km를 완주하고 마침표를 찍었다. 정말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특히 완주의 기쁨과 의미를 더해준 것은 마지막 코스인 추자도를 함께 걸어준 <아이러브워킹> 멤버들이었다. 기념 현수막과 액자까지 준비해서 선물해줬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다. 나는 16,824번째 제주 올레길 완주자로 <올레길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제주 올레길 완주 외에도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에 걸쳐 <양평 물소리길> 6개 코스 56km, 2020년 4월부터 2022년 5월에 걸쳐 <북한산둘레길> 21개 코스 72km, 2022년 5월부터 12월에 걸쳐 <서울 둘레길> 8개 코스, 157km를 완주했다. 공교롭게 2022년에 무려 4개의 완주증을 획득했다. 걷기 스탬프 투어의 결실이 많아 행복한 한 해였다.


물소리길, 북한산둘레길, 서울둘레길 완주증



10. 걷기 코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코리아 둘레길'이 있다. 기존에 조성되어 있는 걷기 여행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외곽(동해, 남해, 서해, 비무장지대 지역) 전체를 이은 걷기 여행길이다. 평화의 길,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까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총 285개 코스, 4,544km에 달한다.


나의 국내 걷기 여행의 최종 목표가 바로 코리아 둘레길 완주다. 2022년 12월 30일, 서해랑길 끝자락인 강화도를 시작으로 코리아 둘레길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인생이 길어졌다. 시간은 충분하다. 10년 정도 즐겁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리아 둘레길


11. 뜨거운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 열정이다. 의욕이 앞서서 며칠 동안 무리하게 걷다가 금방 지치지 말고, 인생 후반전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걷기를 실천하자. 끝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한강공원을 걸으면서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 중에 내가 꼽은 <베스트 10>을 공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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