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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Oct 24. 2022

무조 이야기 2. 우물은 다름 아닌 무조

시 열여섯.

던져진 무조는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버렸다.

무조가 바닥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미소'였다.

얼굴이 바닥에 있는지라 입가에 붙이진 못하고 뒤통수에 척, 하고 붙였다.


우물의 바닥은 생각보다 더 넓었다.

얼굴을 파묻은 채로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

뒤통수로는 웃으며


언젠가 다른 곳 바닥에서 '시선'을 발견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걸 주워서 뒤통수에 붙여놓을걸, 하고 무조는 후회했다.

그렇다면 우물 밖에 띄울 것은 버려진 미소뿐 아니라

시선이기도 했을 것이며

엎드린 상황에서도 위를 바라볼 수는 있었을 텐데,


우물의 서식지라니.., 우물은 다름 아닌 무조였다.

즉, 월요일은 무조의 서식지였다.

무조는 자신을 밀어버린 '나'가 누구인지 기억하려 애썼다.

'나의 우물'

무조는 '나'라는 이에게 소유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든 아니든 간에

일단 '나'를 찾아야 했다.


무조는 엉금엉금

우물 바닥 가득한 진흙을 얼굴에 묻히며 기어 다녔다.

옅은 희망으로도 힘찬 몸짓.


다행히 손에 닿은 것이 하나 있어

뒤통수에 붙여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거대한 거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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