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계는 느려지는 것 같다
고장이 났을까 너는
아니 나는
시곗줄만 바꾸다
부숴버리지 못하고 결국
시계를 선물했다
베짱이는 부지런히 살다
채 일 년도 살지 못하고
겨울이 오기도 전에 죽는다는데
너는 긴 여름을 살아
겨울 같은 건 만나지 말라고
어쩐지 슬픈 표정이다
그래 어쩌면 겨울을 기다렸겠구나 너는
세상에는 몇 마리의 베짱이가 있을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네게 손 내밀기 전으로
미안해, 나는 벌을 받을 것이다 평생
가능하다면
시계도, 시간도 모두 잃어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