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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영 Jan 14. 2024

다리

나는 무너져 가는 다리고

다리는 나의 세계입니다


불안정한 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그곳에 다리를 지었습니다


몰락하는 거리에서도 사랑을 합니다

내 무너져 가는 세계에서도 사랑을 해주시겠습니까?


가끔은 손으로 뛰어다녀야 하고

자주 발로 글을 써야 합니다

어쩌면, 다리에서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기에 머무르시겠습니까?


메아리치는 물음을 뒤로하고

다리에는 여전히 손님이 찾아옵니다


매일 절뚝거리며 짓고 부수기를 반복합니다


언젠가는 유리일 때도 있었습니다

투명해서 나를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던


자꾸만 새까맣게 덧칠하고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나를 숨깁니다


아직도 내가 있다고 믿어주실 겁니까?


모든 것이 하나둘씩 내게서 추락할 때


나는 무책임하게도

여전히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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