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을 키우면서 짬짬이 자유시간을 얻을 때마다 운동을 하러 나갔다. 걷거나, 뛰거나, 요가하거나 필라테스하거나.
다른 옷은 안 사도 요가복은 제법 차려입고 자주 다니는 내게, (운동을 잘하시나 봐요) 누군가 물을 법도 하지만...
(그게... 지금 다 하신 건가요?)
어느 요가 강사에겐 동작의 완성도에 대한 핀잔을 들었고
(합기도를 시작해 볼까요?)
수줍게 꺼낸 질문엔 단칼에 (아니요) 답을 들었다.
(차라리 요가를 하시죠)
한 명, 한 명, 회원이 아쉬운 마당에 합기도장에선 나를 요가원으로 양보하려 한 것이다. 이래 봬도 (엄마도 합기도 유단자야) 멋모르는 태권도 빨간 띠, 밤띠 아이들에게 자랑하곤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학창 시절 내내 100m 단거리 육상선수, 400m 계주주자였지만. 여중, 여고시절 숏컷 헤어인 채로 시합 대표로 나가 제법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지만. 나의 운동 실력은 그저 교내용이었다. 그리고 철저히 나 혼자서 짝사랑하는 개인용.
춤을 잘 못 추지만 흥에 겨운 클럽 현장에서 우두커니 서 있고 싶지는 않아 춤을 배우러 가고. 스피닝은 어떤 운동인가 싶어 1회 체험권으로 스피닝도 경험해 보러 간다. 어수룩하게 스피닝 자전거 위에서 갈 곳을 잃어 맥없이 다리만 굴리다 올지라도. 운동도 이것저것 경험해 보니, 나랑 맞는 운동과 내가 좋아하는 운동쯤은 구별할 줄 알고 선택할 줄 알게 되었다.
팔 안 쪽에 아로마 오일을 묻히고, 동작을 할 때마다 몸 구석구석에 향이 입혀지는 요가에서의 시간을 좋아한다. 들숨, 날숨 끝에 내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싣어보내는 그 가뿐함을.
필라테스를 하다, 안 되는 동작을 반복하다... 이전보다 더 나은 자세가 어쩌다 나오면 그저 반갑다. 8번, 9번, 10번 부들부들 떨면서 차곡차곡 채우는 횟수의 쾌감이 뿌듯하다. 플랭크, 스쿼트, 데드버그, 리버스 크런치... 잘 모르는 생경한 단어들과 동작들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내가 반갑다. 유산소 운동과 러닝 끝에 짧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나도, 대견하다.
육아와 집안일 사이에서 우울함에 매몰되지 않고 운동의 현장에서 활력을 얻어가는 내가 다행스럽다.
(잘 못 해도 괜찮아.)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지 않고 핸드폰 속 세상에서 의미 없이 헤매지 않고 운동화 신고 길을 나선 나를 응원한다.
수업의 끝자락에서 요가 선생님이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연습해보지 않겠냐고 물어오셨다.
물구나무서기, 즉 머리로 서기(살람바 시르사아사나)는 아사나의 왕이라고 불리는 자세.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양팔을 바닥에 대고 양손을 컵 모양을 만들어 그곳에 머리를 받히고 다리를 들어 올려 바닥과 수직이 되게 하고 머리를 곧게 펴면 온몸의 무게는 팔과 머리로 쏠리게 되는 자세였는데...
첫 도전에, 내가 온전히 성공했던 시간은 단 3초뿐이었다. 자세를 잡았다가도, 선생님이 손을 놓는 즉시 중심을 못 찾고 후드득 떨어지는 불완전함.
뒤집힘, 버둥거림, 반란, 방어, 두려움, 신성한 불꽃, 인식, 성장의 과정 등의 의미를 내포하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는 요가 수련을 하는 수련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성취하고자 하는 자세라고 하던데...
첫 술에 어찌 중심을 찾겠냐마는, 뒤집힘, 버둥거림, 방어, 두려움 끝에 언젠가는 중심을 찾는 때도 있을 것 같아 물구나무서기를 성공할, 아직 오지 않은 어느 때가 기대되는 기분이 들었다. 성급해도 괜찮다며. 중심을 찾고 멋진 자세로 우뚝 서는 나를 상상하는 건, 철저히 내 자유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