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020.6-현재
직장에 있었던 나는 엄마의 전화를 듣고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기에 나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치도 못한 순간에 주어진 현실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항암제 바꿔서 새로운 항암제 쓰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통 1차,2차,3차약까지 써보고 더 이상 차도가 없으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다고 한다. 아빠의 소중하고도 절실한 세번째 기회 중 하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그리고 바꾼 약이 효과가 좋다는 보장이 없다. 또 두려워졌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표현해도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약은 꽤 오랜시간동안 충분한 효과를 보였다. 조금 더 오랫동안 같은 약으로 치료가 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져 버린 정해진 결과인걸.
퇴근을 하고 아빠,엄마가 머무시던 호텔로 갔다.
카드를 찍어야 해당 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기에 엄마께 1층으로 와달라고 말했고, 우리는 1층에서 만나 같이 올라가게 되었다. 12층 정도 되는 방으로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에 엄마와 나는 눈시울 붉히며 울었고, 방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눈물을 닦고 의연하게 행동하자며 다짐하고 서로를 위로했다.
병원에서는 임상실험에 참가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아직 임상단계의 항암제로 치료를 하는 것으로, 무료로 치료약을 제공하는 대신 여러 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해당 항암제를 비급여로 치료를 받을 경우, 1회에 500만원이라고 하였다. 아빠는 임상실험에 참여하겠다고 하셨고 종이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적으며 사인하셨다.
매일 먹는 항암제, 3주에 한번 면역항암제, 매주 표준항암제 총 3가지의 항암치료를 병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3주의 한 싸이클이 두 번 끝나면 CT 촬영을 통하여 치료의 효과를 확인하기로 하였다.
항암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 아빠의 걱정은 다름 아닌 탈모였다. 머리 빠지시는게 무척 걱정이 되셨는지 탈모에 대해서 찾아도 보시고 병원에 물어보시기도 하였다. 첫번째 항암약으로 치료를 할 때엔 운 좋게도 아빠의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번째 항암약으로 치료를 시작하니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아빠는 동자승처럼 예쁜 두상을 뽐내는 머리카락 없는 아저씨가 되었다. 모자쓰기를 어색해하셨던 아빠는 내가 사다 준 모자를 처음엔 어색해하셨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아빠의 중요한 머스트잇 아이템이 되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