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그때도 아름다웠다. 지금은 더 아름답다..!!
안데스.. 남미 대륙의 척추와 다름없는 안데스 산맥은 평균 해발고도가 4~5000m에 이른다. 남미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 안데스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를 껴안고 있으며 길이는 7200km로 파나마(Istmo di Panama)에서 북쪽 케이프 혼(Capo Horn)까지)에 이른다. 우리 행성에서 가장 긴 산맥이며, 이 산맥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6962m에 달한다. 그 산의 이름은 아콩까구아(L'Aconcagua)이다.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연재 포스트
#1 화장 지운 안데스의 민낯
#2 안데스 비경 속 신의 그림자
#3 신의 얼굴이라 불리는 빵과 안데스
#4 안데스가 연출한 또 다른 세상
#5 녀석을 보는 순간 누렁이가 왜
#6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
#7 비경 속의 비경 안데스 계곡 속으로
안데스라는 이름의 기원은 여럿 있지만 토착 민족이었던 캐츄아 인디오들이 사용하는 '높은 언덕'이라는 의미의 'ANDE'라는 단어가 유력하다. 주지하다시피 이 대륙은 일찍이 스페인의 피사로 군대가 침탈하기 전까지 서구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른바 '신대륙'이었다. 콜럼버스나 아메리고 베스푸치에 의해 신대륙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그때부터 '아메리카 대륙'으로 부르기 시작한 곳이다.
남쪽은 남미, 북쪽은 북미로 부른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길게 잡아도 500년이 고작이다. 그동안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 인디오들에게는 언덕으로 여겨졌을 정도이니 그들의 호연지기는 쉽게 잠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안데스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이곳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이 계곡에는 마푸체(Mapuche) 인디오들이 살고 있었으며, 이곳을 침탈한 스페인에 최후까지 용감하게 싸운 민족들이었다.
마푸체의 '마푸'는 땅을 의미하고, '체'는 '사람' 혹은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스페인군의 침탈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인디오들은 오늘날 칠레(아라우카니아 주)와 아르헨티나(네우켄 주)에 주로 흩어져 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19세기 초, 마푸체 인디오들의 외침에 대한 저항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저항'이었으며 칠레군과 아르헨티군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그들이 마푸체 인디오들을 굴복시키는 데는 수십 년이 소요되었다. 침탈을 일삼던 그들이 학살을 일삼은 결과 오늘날 마푸체 인디도들의 설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들 침탈자들은 인디오들을 미개 한 민족으로 취급하며, 심지어 마푸체 인디오들을 가축 취급하듯 귀 한쪽을 자르거나 낙인을 찍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또 그들이 서구에서 옮아온 전염병은 토착민들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이주한 침탈자들은 그들의 영토를 빼앗고 인종정책을 통해 순수혈통의 인디오들이 남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대서양을 건너온 침탈자들이었다.
남미 일주 여행 혹은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서 나는 무시로 침탈자들을 증오했으며 겨우 흔적만 남은 인디오는 물론 그들이 사랑했던 언덕을 사랑했다. 땅과 사람들을 칭하는 마푸체 사람들은 이곳에 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Folil aliwen taiñ namun, Müpü üñüm rupalelu niey taiñ Piwke."
(우리 발은 나무 뿌리고, 지나가는 새 날개엔 우리 심장이 깃들어 있다.)
하니와 나는 산티아고 중심의 한 아파트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 안데스까지 진출했다. 우리가 서 있는 발아래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흔적들이 다닥다닥 성냥갑처럼 박혀있다. 그 주변은 스모그 띠가 죽음의 띠처럼 거무스름하게 드리워져 있는 곳. 시내 중심을 벗어나 쎄로 뽀초코 정상에 다다르자 마푸체 인디오들의 호연지기를 조금은 느낄만했다. 그들은 땅을 사랑했으며 하늘을 나는 새들에 당신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했을까..
이 땅에 살던 인디오들의 세계관이나 우주관은 많이도 달랐다. 잉카문명의 중심에도 안데스의 독수리는 특별한 존재였다. 그들의 영혼을 하늘에 데려다 줄 메신저로 생각했으며, 마추픽추(Machu Picchu)는 그들이 섬기는 하늘나라의 심장 같은 곳이었다. 죽기 전에 반드시 만나고 싶었던 이상향이 그들의 노래에 묻어나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처음으로 안데스 깊숙한 곳 마추픽츄와 우유니 사막 등 알띠 쁠라노(Alti plano)를 여행한 이후 우리는 다시 안데스 주변을 서성거린 것이라고나 할까.. 마푸체 인디오는 물론 케츄아 인디오들이 사용하던 언어 속에서 발견되는 이상향 속에서 안데스는 자연스럽게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충만한 곳이었다.
그때도 아름다웠지만 다시 보니 더더욱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곳. 쎄로 뽀쵸코 정상 부근에서 하니와 함께 늦은 점심을 나누면서 바라본 안데스의 계곡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답다.
"우리 발은 나무 뿌리고, 지나가는 새 날개엔 우리 심장이 깃들어 있다."
이 땅에 살았던 인디오들 전부는 시인이거나.. 시공을 초월한 신선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 것도, 안데스 계곡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때문이랄까..
서기 2021년 12월 21일 저녁나절(현지시각),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보니 나는 이 산중의 나무뿌리가 되었으며, 혼이 되어 새처럼 계곡을 비행하고 있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Cerro Pochoco, Santiago CILE
Il 22 Dicembr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