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과 오렌지 껍질
열한 번째 빵
럭비공의 두툼한 곡선과 오렌지 껍질 정도의 울퉁불퉁 한 모습을 닮은 모카빵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빠가 빵을 사 올 때면 꼭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던 모카빵. 그런 모카빵의 맛을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는 어려서 커피의 향을 싫어했던 걸까. 그러기엔 지금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모카빵을 오늘 만들어 보았다.
기억 속의 아빠가 사 온 모카빵 과는 달리 빵의 가운데에 고소한 땅콩크림이 들어가지 않았다. 덕분에 건포도의 단맛과 커피색을 뗘 더 쫀쫀해 보이는 향긋한 반죽이 만나 뜯어먹기 좋은 모카빵이 완성되었다. 모카빵 위에 오렌지 껍질 정도의 울퉁불퉁함은 쿠키 반죽이었다. 모카빵을 만들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소보로빵에 소보로가 빠지면 소보로 빵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쿠키 반죽은 모카빵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직접 만들어본 모카빵은 쌉쌀한 커피 향에 고소한 땅콩크림이 다소 겉돌던 옛날에 먹어본 맛이 아니라 쫄깃하게 결이 찢어지는 맛있는 모카빵이 되었다. 따끈따끈 둥그렇게 떠오른 모카빵을 아빠는 왜 지나칠 수 없었는지 알 것도 같다. 내가 만든 것이 더욱 맛있으니 다음에 꼭 만들어 드려야겠다.
오늘 만든 모카빵은 학원을 마친 후 지운이네 집에 놀러 가게 되면서 지운이와 어머니 그리고 나 셋이서 먹게 되었다. 셋이서 갈색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마다의 컵을 내어놓고 취향에 맞는 차를 준비하였다. 가장 예쁜 컵을 내주어야 한다며 어머니께서 건네주신 컵에는 탐스러운 가지, 옥수수, 토마토가 순서대로 그려져 있었다. 나는 거기에 연한 아메리카노를 넣어 마셨다. 어머니는 모카빵엔 믹스커피, 믹스커피엔 종이컵 이라며 달달한 믹스커피를 준비하였다. 지운이는 흰 우유가 모카빵과 가장 어울린다고 하였다.
가방 안에서 조금은 찌그러져버린 모카빵을 조심히 들어내어 손으로 쭉쭉 찢어보았다. 포도는 좋아하지만 건포도는 싫어하는 나는 모카빵에 들어있는 건포도를 쏙쏙 골라내었고. 모카빵은 등껍질이 최고라며 쿠키 도우를 길게 찢어 지운이는 맛있게 먹었다. 이런 우리를 보며 어머니는 모카빵에 건포도가 빠지면 또 섭섭할 것이며 쿠키 도우도 적절하게 빵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 이라 하셨다. 그렇게 한입 크기로 모카빵을 적당히 찢어 달달한 믹스커피에 찍어 드셨다.
모카빵 하나를 즐기는 방법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니. 다음에는 바싹 구워 꿀을 얹어 먹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