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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10. 2017

회식은 야근이야!

"밥 먹고 갈 테니 야근수당 주세요"

2285시간. 연평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이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시간이며, 독일 노동자의 근무시간보다 네 달이나 많은 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지만 이를 지키는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느 대선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화재였다. 슬로건만 봐도 우리나라 취업자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일하는지 단 번에 알 수 있다. 얼마나 일을 많이 하면 '저녁 있는 삶'이 대선 슬로건으로 나왔을까. 씁쓸하기 그지없는 이 슬로건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연락을 자주 주고받던 친구의 연락이 잠잠해진 건 친구가 S전자에 입사하고 난 뒤부터였다. 취직에 기쁜 일도 잠시 친구는 어느새 '개 힘듦'이라는 이모티콘만 보내온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주말에 회사 엠티나, 연수가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형, 누나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돈은 진짜 많이 받는데, 돈 쓸 시간이 없어..." 이 한 마디가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에 다니는 취업자들의 모습이다.

4년 만에 연락이 닿아 만나기로 한 어느 모임. 한 명은 앱 개발회사에, 다른 한 명은 게임 쪽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만나기를 한 시간 앞두고 단톡 방에 카톡이 울렸다. "나 망했어..." 야근이라 못 갈 것 같다는 뒷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전 날 회사에서 밤을 지새우고 또 야근이란다. 정확하게는 단체회식. "OO 씨 회식 안 오려고?"라는 상사의 말에 빠지면 왕따가 될 것 같다며 회식 가야 할 것 같다고 못 가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야근이나 회식으로 친구들과의 약속을 깨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어느 누구도 야근/회식 때문에 못 온다는 친구의 말에 서운해하지 않는다. 다들 그 마음이 어떤지 알기 때문이다. 


회식도 야근이다!!!

회사 입장에서 회식=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회식도 엄연한 야근이다. 퇴근 후에 진행되는 모든 일은 야근이다! 어느 사원이 상사와 하는 식사자리가 편하겠는가. 회식자리에서 또 일 얘기를 하는데 이게 일의 연장이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물며 회식자리는 부하직원을 편하게 혼내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자리에서 사원이 더군다나 신입사원이 밥을 편하게 먹을 리가 없다. 마음 같아서야 술상을 뒤집고 나오고 싶겠지만 그랬다가 혹시나 '잘리거나 왕따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취한 상사의 뒤치다꺼리나 한다. 혹 실수라도 했다간 다음날 웃음거리가 되거나, 핀잔을 듣기 실상이다. 이처럼 회식에서 일어난 일들이 회사 업무와 연결이 되니 회식은 일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맞다. 회식 자리에서 일어난 사고도 얼마 전부터 산재로 인정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법도 회식은 야근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주의가 익숙한 유럽과 달리 '함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는 쉽지 않다. 과도한 '협조 중심'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함께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으면 '튀는 애'로 낙인찍기 십상이었다. 우리 사회에선 '하기 싫어도 남들이 하니까 너도 해'라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깔려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여러모로 불편해진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경험으로 알 것이다. 협조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직장 내 칼퇴, 회식 참여를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내 일이 다 끝났고, 퇴근 시간이 됐으면 퇴근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칼퇴는 할 수 없다. 동료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상사가 아직 퇴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이 끝나고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하는, 모두가 가는 회식에 나만 빠지면 안 된다는 X 같은 협조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깨는(협조성) 나쁜 것으로 인식한다.


회식 자리를 회사 복지로 생각하는 회사 간부들에게 전하고 싶다. 

"회식은 그저 추가 근로시간일 뿐, 그저 식사로 위장한 야근입니다."

"더군다나 내 돈 내고 가는 회식자리라면 가고 안 가고는 나의 선택입니다!"

"왜 술은 당신들이 마시고 뒤치다꺼리는 우리 몫이냐!"

"회식을 하거든 추가 야근수당 지급하라!"


프롤로그 "정치는 볼드모트가 아니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0

우리가 개새끼라고? 왈왈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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