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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Sep 16. 2017

야근... 두꺼비집을 내릴까?

"기업이 비효율을 추구한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 방에 카톡이 울렸다. "나 이제 퇴근..." 저녁 9시 58분이었다.

"뭐하냐? 동네에서 술 한 잔 할래? 나 지금 퇴근하는데ㅋㅋ" 밤 10시 28분. '...'과 'ㅋㅋ'에 야근으로 인한 고달픔이 담겨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볼까?" 묻는 단톡 방엔 "나 오늘 나이트 근무", "퇴근 타이밍 눈치 보는 중", "사수 퇴근 아직 안 함"과 같은 답변들이 줄을 잇는다. 취직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인 친구는 그나마 일찍 퇴근한다는 금요일에 8시가 넘어 퇴근했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취직한 친구들에게 월화수목금의 또 다른 말은 '야근야근야근야근야근'이다.


각 나라의 특징을 나라 이름 대신 새겨넣은 세계지도에 대한민국은 KOREA 대신 WORKACHOLICS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일을 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별명을 얻게 됐을까?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평균 주 3회 야근을 하며, 하루 평균 2시간 35분의 야근을 한다고 한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야근수당이라도 챙겨주지만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은 수당 대신 보람이 주어진다. '네가 그만큼 회사를 위해 이바지하고 있는 거야'라는 보람. 한 때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책이 청년들 사이에서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켜 화재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이것마저 한 물 지나간 듯하다. "야근수당 따위 됐으니 칼퇴를 시켜달라!"라고 말이다. 취준생들은 배부른 소리 한다며 한 소리 할 수 있겠지만 취직자들에게는 야근보다 사실 저녁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저녁 6시. "그냥 퇴근할까?"

저녁 5시. 이미 마음은 퇴근을 했다. 빨리 한 시간이 지나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사실 출근할 때부터 쳐다보던 시계다. 제일 가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나고 6시가 됐다. 서류를 정리하고 가방을 딱 챙긴 순간 상사가 일거리를 준다. "아니 도대체 여태, 그동안 뭘 하다가 이제야 주는 건지." 여기에 얄밉게 한 마디 더 한다. "내일 아침까지 좀 부탁해." 야근하라는 얘기다. 저녁 먹고 하자는 말이 더 싫다. 그만큼 야근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도 망했다.


저녁 8시. "회사 두꺼비집을 내릴까?", "화재경보기를 울릴까?"

어떻게 하면 퇴근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보지만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니, 이미 마음속으론 수 십 번, 수 백번 사직서를 던지고도 남았다. 어떤 회사는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상사가 솔선수범하여 야근을 먼저 하니 퇴근하기가 눈치 보인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았다? 이보다 이상한 문화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기업에서 이런 문화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 고등학교 경제 수업에 졸지만 않았다면 한계효용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배가 고플 때 빵 1개가 주는 만족감은 굉장히 크겠지만 계속해서 먹다 보면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처음의 빵 1개와 나중의 빵 1개의 만족감의 값은 매우 다르다. 노동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장시간 일 할수록 노동자의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업의 효용성 역시 떨어진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야근을 안 하면 일을 안 한 것 같다는 문화를 가진 회사는 이를 모르는 듯하다. 꼭 야근을 해야만 일을 하는 느낌이 든다면 그냥 밤에 출근하지 무엇하러 아침 일찍 출근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회사가 잘 되고, 나라 경제가 성장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혹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라면 아래 두 질문에 대해 꼭 답변을 보내주길 바란다.

"어째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일하는 대한민국은 경제대국 1위가 아닌 10위권 밖에 있는가?"

"우리보다 무려 4개월이나 일을 덜 하는 독일은 어떻게 경제강국이 되었는가?"



프롤로그 "정치는 볼드모트가 아니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0

우리가 개새끼라고? 왈왈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2

2016년 청년들은 왜?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3

춤추고 싶으면 홍대 클럽 갈게요. 정당은 아니네요.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4

19금 정치는 직무유기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5

과연 저들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8

청년들이 뭘 알아? "우리도 알 건 압니다!" https://brunch.co.kr/@youthpolitica/89

회식은 야근이야! https://brunch.co.kr/@youthpolitica/91

이번 매거진은 출판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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