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아작가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읽고
며 칠 전 알림으로 서평단 선착순 모집을 보고 신청을 하고 토요일 책을 받았다. 기다리던 책은 얄궂은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닌 겨울의 날씨를 맞고 있었다.
단독주택인지라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에 잘 두고 가시던 택배기사님은 촉촉한 박스 그대로 대문 앞에 두셨다. 아마 내가 지난번처럼 지나칠까 걱정되어 그리하셨나?
다행히 꼼꼼히 포장되어 책은 물 한 방울 적시지 않았고 사진 한 장 인증 후 해야 할 일들을 해 놓은 늦은 밤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을 다 덮고 난 후 나의 한 줄 평은 이렇다.
채수아작가님은
참 선하고 강한 며느리이며, 교사이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실천한 분이다
1. 268쪽에 달하는 글에서 가장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단연 고부간의 일이다.
결혼과 동시에 17년을 독설의 시어머니와 한 집에 살며 겪은 마음앓이를 시시콜콜하게 풀어내지 않았어도 작가가 마음에 품었을 고단함은 체중감소와 잦은 병원신세, 한의원에서의 치료, 우울증 약의 복용 등으로 이해가 된다.
그런 메마른 정신적 고단함 속에서도 존경하는 마음을 품는다는 것이 과연 나라면 가능할지 생각해 보면 절대 가능하지 않을 일이다. 내가 먼저 살아야 하기에 남편의 등을 떠밀든, 어머니에게 악을 쓰며 원통해하든, 당신의 힘겨움을 나에게 대물림하지 말라고 설득을 해가며 1년도 채 못 버텼을 것이다.
작가가 의사의 권유로 결정한 분가는 인내의 시간 뒤의 보상인지 분가 후 인자하게 변하신 시어머니가 계셨다. 시어머님께서 적잖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깨달음이 있으셨던 것일지 궁금하다. 버림을 받았다고 여기시진 않았는지, 어떻게 이해를 시켜드린 것인지 속시원히 풀어낸 이야기가 없다. 어떻게 분가 후 더 애틋한 고부사이가 되어 서로의 사랑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었던 걸까? 며느리의 힘겨움이 당신으로 시작되었다며 평생 뿌리내린 말과 습관을 고치게 되셨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말기 암으로 맞이한 시어머님과의 이별은 자식으로서의 사랑과 도리를 다 한 모습이어서 존경스럽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2. 친정부모님과의 관계는 말 그대로 정도를 걷는 바른 부모님 밑의 바른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바른 딸이기에 아버지와 같은 교직을 천직으로 삼고 바른 선생님으로서 제자를 키워내심이 보인다. 마지막 부분의 에피소드(No. 83)는 존경하는 선생님과 훌륭한 제자의 좋은 사례로 보인다.
3. 타인에 대한 사랑이 많고 그에 따른 실천도 하는 작가의 이야기도 많은 감동이 있다.
노상의 할머니를 위한 봉투나 책선물,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필요한 돈을 후원하는 일들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4. 안타까운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 가장 중요할 것 같은 남편과 삼 남매의 이야기도 간간이 나오며 작가를 지탱하게 하는 요인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생각도, 사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는 어울려 살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도와주고 도움받으며,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생로병사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나에게 달려 있으며,
그 선택의 가장 좋은 답은
옳은 것을 찾으면 되는 게 아닐까 한다.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들에게 난 마음을 다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나도 그들을 그렇게 여기며 살고 싶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더 유연한 나를 만나게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