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버스 1년 : 超 리얼한 리뷰
■ 트래버스 구입기 : https://brunch.co.kr/@zinzery/57
■ 트래버스 시승기 1 (3일) : https://brunch.co.kr/@zinzery/60
■ 트래버스 시승기 2 (1주일) : https://brunch.co.kr/@zinzery/63
■ 트래버스 시승기 3 (1개월) : https://brunch.co.kr/@zinzery/78
■ 트래버스 시승기 4 (100일) : https://brunch.co.kr/@zinzery/108
■ 트래버스 시승기 5 (6개월) : https://brunch.co.kr/@zinzery/203
■ 트래버스 수입차 인증 : https://brunch.co.kr/@zinzery/228
■ 트래버스 선택한 진짜 이유 : https://brunch.co.kr/@zinzery/234
내가 처음 트래버스를 만난 게 작년 1월 말경이니 벌써 1년 하고도 2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차량을 처음 선택하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들었고,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오늘 찬찬히 풀어 보려고 한다. 그 사이 트래버스 페이스리프트도 출시되었고, 많은 편의 사항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트래버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솔직하면서도 매우 주관적인 1년 탑승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 주행거리 및 연비
현재 총 운행 거리는 25,000km 정도로 한 달 평균 약 2,000km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중 80% 이상은 출퇴근 및 미팅의 용도로 주로 내부 순환로, 강변북로, 경기북부순환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 등을 이용하였다. 대형 SUV 이기 때문에 연비도 많이 낮은 편이라 휘발유 차량임을 감안하여 시내 도로 주행은 가급적 지양하는 편이다. 트래버스의 공인 연비는 8km/L로 되어있지만 나의 운전습관 때문인지 9.7km/L로 꽤 높게 나왔다. 장거리 운행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막히는 시간만 잘 피한다면 고속도로에서의 연비는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가솔린 차량인 데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류비가 급상승으로, 당분간 운동도 할 겸 대중교통을 이용해볼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 유지비 (소모품, 수리비, 유류비 등)
1년 동안 차에 직접적으로 들어간 소요 비용은 유류비 제외하고 약 40만원 정도이다. 엔진오일을 2회 교체했고, 아무래도 트래버스가 수입차로 분류되다 보니 엔진오일 교체 비용이 국산차에 비해 2~3배 이상 나왔다. 위 지난 글 목록에서 <트래버스, 수입차 인증>이라는 글이 바로 그 엔진 오일 교체에서 발생된 에피소드이다. 그동안 사고가 난 적이 없어 직접 수리를 한 경험은 없지만, 일반 국산 차량에 비해 수리비가 다소 높게 나온다고 한다. 내 경우는 워낙 운전을 지나치게 안전하게 하는 편이라 수리비 걱정이 되지 않지만 운전을 좀 험하게 하거나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고려해볼 만한 요소이다.
■ 실내외 디자인
매 시승기에서 강조했지만 트래버스의 디자인은 정말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익스테리어의 경우 미국 스타일의 굵직한 선으로 내 취향에는 딱 들어맞는 디자인이지만, 국내 경쟁 차량인 펠리세이드나 GV80 등과 비교하면 너무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최근 국산 차량들이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외국 차량들을 압도하며 해외에서도 엄청난 호평을 받는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디자인으로 많이 흔들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넘어오면 그 격차가 더 심각해진다. 익스테리어는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로 넘길 수 있다고 하지만 인테리어만큼은 국산차들에 비해 한참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지막까지 트래버스와 펠리세이드, GV80 등과 고민했던 가장 큰 부분이 인테리어와 편의 사항이었을 정도이다. 잘 쓰지 않는다고는 해도 기왕이면 다양한 기능이 보기 좋게 나열이 되어 있는 차가 훨씬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트래버스를 택했지만 웬만한 확신이 있지 않고서야 실내 디스플레이 때문에 망설여지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워낙 잘 팔리는 차량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디스플레이의 개선이 당분간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을 듯하다.
■ 기타 편의 사항 / 재원
요즘 국산 소형차에도 기본 포함된다는 HUD와 같은 최신 편의 사항은 아예 옵션에도 없다. 언급했듯 미국에서는 그런 최첨단 편의 사항 없이도 잘 팔리는 차량이기 때문인지, 당분간은 탑재될 계획조차 없는 듯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정도의 기본 기능은 포함되어 있으나, 자율 주행이나 반자율 같은 안전 운전 옵션도 포함되어 있지 않고 역시나 페이스리프트에도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사실 크게 선호하는 기능은 아니어서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요즘 웬만한 국산차에도 다 포함되는 편의/안전 사항이다 보니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차량의 크기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정말 압도적이다. 외관뿐 아니라 실내의 경우에도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고 있고, 실내 적재 공간이 상당히 넓어 캠핑이나 요즘 유행하는 차박 같은 레저활동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집에서 자는 게 좋기 때문에 캠핑이나 차박은 절대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가끔 행사를 하고 나서 직원들이 차에 짐을 가득 실어줬는데, 내려도 내려도 끝도 없이 나오는 짐에 놀라기도 했다. 너무 큰 차체 덕에 이면주차가 되어있는 골목길을 지나갈 때 어찌나 마음이 불안한지 항상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로 반드시 확인하면서 지나가곤 한다.
■ 기능적 편안함 (압도적 크기와 핸들링에 대한 걱정은 금물)
차가 워낙 크다 보니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운전이 다소 미숙한 여성 운전자의 경우 더욱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만큼의 부담스러운 크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운전을 해보면 핸들링도 매우 부드러워 웬만한 여성들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운전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도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있어서 카메라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그 부분도 크게 문제 될 만한 것도 없다. 또한 차체가 튼튼하기 때문에 큰 사고가 아닌 이상 내 몸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 심리적 편안함 (국산차도 아니고, 수입차도 아닌 포지션)
차체가 튼튼하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는 그런 의미의 편안함이 아니라 국산차인 듯 수입차인 듯 애매한 포지셔닝 때문에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회사가 지속해서 성장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직원들에게 충분하게 각종 보상을 하고는 있지만 내가 어느 날 벤츠나 BMW와 같은 고급 수입차를 타고 나타났을 때 직원들이나 협력회사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박탈감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어느 정도 회사가 안정이 되었다면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항상 회사가 힘들다고 말하며 인센티브도 제대로 안 챙겨주며 새로운 프리미엄 수입 스포츠카로 바꾸고 나타나는 대표님들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박탈감과 서운함을 생각하면 좀처럼 그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 딱히 차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관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지금 나에게 잘 어울리는 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마음으로 타고 있다. 직원들 중 일부는 오히려 왜 수입차로 바꾸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뻔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확고하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수입차는 타기 불편하고, 그렇다고 현대/기아차와 같은 흔하디 흔한 국산차는 또 싫은 그런 성향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트래버스는 나름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수입차로 분류가 된다. 여려가지 상황에 따라 국산차로 우길 수도 있고, 수입차로 우길 수도 있는 편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 총평
나는 이 트래버스를 법인 차량으로 일시불 구매를 했다. 리스나 렌탈처럼 기간에 구애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래오래 타다가 적당한 시기에 매도를 할 계획이다. 아마도 최소 5년은 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 차에 대한 애정과 만족도가 높다. 물론 전적으로 내 기준에서의 이야기이고 사람마다 차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니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트래버스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갈등하는 부분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내 의견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4~5년 후쯤 그때는 내연기관보다 전기차가 더 주력 차종이 되어있을 것이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른 각종 편의 사항들이 잔뜩 업그레이드가 되어 지금의 차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운송 수단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세상이 온다면 기꺼이 대세에 따라 당연히 맞춰 가야겠지... 그때까지 다치지 말고, 고장 나지 말고 묵묵히 나와 함께 건강하게 살게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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