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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May 24. 2023

한 명 한 명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황둔중 이야기

학교이야기

  원주시 신림면에 위치한 작은 학교. 동화같은 풍경의 황둔중학교 아이들과 함께한 지 3년이 되었다. 관계 맺기가 어려울 정도로 입을 열지 않는 아이들이 어느 순간 자기표현에 자유로워 지고, 교실안에 머물던 아이들이 학교 모든 공간으로 활동 공간을 확장하며 중학생, 딱 중학생다운 에너지 넘침을 보인다. 우리 학교의 장점과 핵심 가치는 배려. 신뢰. 자율이라며 앞으로도 지속되는 학교 문화를 희망하며 요구한다. 그렇게 현판에 자신들이 직접 뽑은 핵심가치를, 자신들의 문장으로,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현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뽑은 학교의 핵심가치(배려, 신뢰, 자율)로 학생들이 만든 표어. 현판 디자인도 학생들이 직접 했다.


배려

 

  출장으로 늦은 귀가를 한 날 교장선생님께 문자가 왔다. 학생들이 준비하는 과학의 날 행사를 위해 7시가 넘는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머물러 발표 준비를 했고, 3학년 학생들이 1학년 후배를 도와주었다는 내용이었다. 발표를 어려워하는 후배를 도와주는 선배들과 그 모습을 늦은 시간까지 바라봐 주며 감동받는 선생님들 모습이 눈에 그려지며 벅찬 감동을 느꼈다.


  또, 현장 체험 학습에 대한 일정과 활동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전교생과 전교직원이 모여 토론을 하는 날이었다. 자기 차례가 되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진행하는 선생님은 ‘5분 드리겠습니다. 더이상 못 기다립니다’, 주변 선생님들은 ‘해 봐~’, “빨리 말해봐~”, “너 그러면 앞으로 수업시간에 ~한다.” 등 다그치는 상황이 되었다. 잠시후, 긴장한 학생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작은 속삭임에 아이들이 반응해준 것이다. 망설이던 아이는 입을 열어 가고 싶은 지역을 짧게 얘기했다. 그 한 마디에도 아이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다. 배려.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다그치기만 했는데, 아이들은 기다려주고 응원을 보내네요. 아이들한테 또 배우네요.’ 반성하는 선생님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학의날 행사를 학부모와 교직원이 참관하고 있다. 오후에는 다 함께 지역음식 만들기 행사를 하며 학생-교직원-학부모가 격이 없이 어울렸다




신뢰


  황둔중학교는 학교의 모든 공간이 열려 있다. 각 학년의 교실문을 비롯해 교장실, 교무실의 문도 열려 있다.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누군가에게 열어주고, 또 열려 있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신뢰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서로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받아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 및 타 학생은 소통할 수 있고, 학생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황둔의 아이들은 교실보다 교무실을 편안하게 여긴다. 늘 따뜻하게 대해주는 선생님들, 준비되어있는 간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기에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 재잘거린다. 용건이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고 눈치보던 아이들이 교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먼저 곁을 내어준 선생님들의 관용,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선생님들의 관심, 아플 때마다 치료해 주는 선생님의 상냥함이 있다. 아이들에게 교무실은 더이상 긴장되는 공간이 아닌, 신뢰와 소통의 공간이다.


  신뢰의 증거는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수업 중 한 학생이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다른 방식으로 더 쉬운 예를 들어가며 반복 설명을 했다. 점심시간 내 곁으로 온 아이는 “선생님, 수업내용 하나도 이해가 안 가요. 너무 어려워요”라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말하기 어려운 심리적 부담감을 넘어서 솔직한 자기표현을 하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귀하게 느껴진다.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속에서 교사 역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하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다.


황둔중에서는 모든 교실이 개방되어 있다. 교장실과 교무실에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간식 먹기, 상담, 개인 교습 등이 이루어진다.


자율


  모든 학교 기물이 전시되어 있다가 잠깐 사용하고 박제되는 박물관식 학교 운영이 아닌, 모든 교실과 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황둔중학교는 월요일과 수요일 점심시간이 두 시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공간을 개방한 덕에 아이들은 가장 안전한 공간인 학교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시간을 보내며 적극적인 자기 이해의 시간을 갖는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주체로 성장하는 자유로운 시간 속에 아이들을 곁에서 바라보는 선생님들도 함께 하신다.


  “선생님, 이번 주말에 학교 열어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도 학교를 연다. 무엇을 지도하거나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놀고, 먹으며, 마음이 이끄는대로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때로는 사범대 학생들이 찾아와 함께하기도 하고, 지역사회 어른들이 함께하기도 한다. 주말에도 학교는 생동감이 넘치는 장소가 되었다.


점심 시간 2시간(월수)과 방과 후, 주말 등 자유시간에 학교 곳곳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밴드, 그림, 독서, 게임, 자전거, 노래방, 골프, 농구 등)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던 아이가 흘린 말을 놓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본다. 성우가 되고 싶다는 말에 방송 장비의 사용법을 공부하는 선생님. 그리고 학교 방송 시설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함께 해주신다. 방송을 끝낸 아이는 더없이 밝은 모습을 비치고, 친구들이 교무실로 몰려 들었다.

방송에 관심 있는 아이가 “보이는 라디오”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선생님이 방송장비 사용법을 직접 배우시고 아이와 함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이렇게 황둔의 교육은 학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만들고, 교사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 배려하며 자라나고 있다. 교사의 다양한 시선과 작은 관심과 지지가 씨줄과 날줄로 엮인 학교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그물망이 되어줄 수 있다. 학력을 위한 경쟁으로 긴장 가득한 외줄타기 속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성장하기 힘들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외줄타기가 아닌 도전과 모험의 공간이,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자기 발견의 터가 되어줄 때 한 명 한 명이 특별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황둔 동화나라 주인공들은 오늘도 학교 곳곳을 자유롭게 누빈다.


글쓴이: 이경원. 아이들 눈빛과 시선에 호기심이 많은 교사.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마음으로 그 표현을 기다려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황둔중학교에서 근무중이다.




모두가 특별한 교육 매거진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창간호
1. 시론
2. 특집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
5.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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