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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May 24. 2023

코로나가 남긴 상흔과 회복

시론

  코로나가 지나갔다. 학교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돌아왔다. 엠티와 축제로 활기찬 기운이 가득차고 우리의 관계도 다시 회복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들어갔던 수업들도 다시금 강의실의 모둠토론과 실습 활동이 활성화되며 오프라인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독일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이 설파하듯이 지금은 위험사회(risk society)이기 때문에 어떠한 위기가 다시 우리 교육에 닥칠지 모른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폭염과 폭우의 기후위기, 끔찍한 전쟁과 재난이 이전보다 우리를 위협하는 글로벌 위기에 처해 있다. 다시금 교육의 단절과 학교의 폐쇄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나간 코로나를 복기하며 우리의 대응력과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코로나의 상흔을 되돌아 보고, 그 후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회복하여 나아가야 할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면교육과 작은학교의 중요성 


  먼저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상처는, 교육격차와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상징되는 교육의 손실이다. 필자는 코로나로 우리의 교육격차가 어떠했는지, 강원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세계의 가장 큰 교육학회 중 하나인 AERA(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 학술대회에서도 발표(Shin et al., 2023)를 하여 주목을 받았다. 


  핵심적인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 전후로 서울 지역 중학생의 성적은 중간성취도 학생의 비율이 감소하고 상위권과 하위권이 증가되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고, 반면 강원도는 상위권 학생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결과는 서울, 강원의 지역에 관계없이 대면 학습이 많은 학교일수록, 즉 등교일수가 많을수록 학생들의 성적이 높았다는 것이다. 대면학습의 유효한 효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견되었다(Champeaux et al., 2020).


  이는 강원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강원도 작은학교의 소중함과 교육적 효과를 보여준다. 코로나의 힘든 상황에서도 강원도의 작은학교들은 등교를 통해 대면으로 배움을 이어갔으며 야외 체험활동 등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도 단절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단순히 학교 문을 열고 교실에서 수동적인 강의식 교육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습에 참여하여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배움과 즐거움이 일어나도록 하였다. 이는 작은학교가 단순한 통폐합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여러 위험사회에서 교육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작은학교의 중요성과 역할을 확인시켜 준다. 


  둘째, 가정이나 사교육기관의 보완적 학습환경이 열악한 강원지역에서 더욱 학교 교육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가정이나 사교육기관에서 보완적인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하위권의 성적을 보이며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약한 경우가 많아(Fong & Krause, 2014) 대면학습이 줄어드는 경우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처럼 코로나는 학교, 특히 작은학교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웠다. 학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학교에서의 교육과 만남은 학생들의 성장에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앞으로 우리는 코로나 이후 어떻게 교육을 해나가면 될 것인가? 등교를 계속 시키고 학생들의 성적을 다시금 올리기 위해 닥공(닥치고 공부)에 임하도록 하면 되는가?      


잘못된 경로를 피하고 더 나은 경로 향하기
- 표준화 시험이 아닌 학생 참여의 길 -


  교육혁신의 세계적 석학인 앤디 하그리브스는 이렇게 얘기했다. ‘코로나 이후 많은 국가에서 학습손실을 해결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을 것이고, 이를 위해 표준화된 시험으로 손쉽게 격차를 확인하고 해소하려고 하는 시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적인 표준화 시험으로 회귀하는 것은 피해야 할 잘못된 경로(Avoiding False Trails)이다.’(Hargreaves, 2021). 


  미국에서 40년간의 학교 개혁은 대규모 시험과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수법을 부과했지만(Koretz, 2017). 이러한 조치는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며 학생들의 동기 부여에 파괴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하그리브스는 고부담의 표준화 시험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불안을 유도하고 학생의 학습 참여를 잃게 만들고, 학교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강탈한다고 강조했다. 즉 잘못된 경로는 표준화된 시험을 도입하는 것이고, 올바른 길은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다(The Right Trail to Follow: Engagement). 


  우리가 코로나로 인한 학생들의 학업 손실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교육의 재건은 표준화 시험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과 삶에 대한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학생의 관심과 참여를 북돋는 역동적인 수업방법과 커리큘럼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 관계와 사회•정서적 학습이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계속 북돋으며 학생들이 긍정적 도전과 자극을 받으며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학생들간의 역동적인 학습 참여를 통해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혁신의 자유를 작은학교가 누리고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가 복구되고 재건됨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최선의 길은 학생들의 학습과 삶에 대한 참여를 높이고 학생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방향일 것이다. 


- 신철균 강원대학교 교수


Champeaux, H., Mangiavacchi, L., Marchetta, F., & Piccoli, L. (2020). Learning at home: Distance learning solutions and child development during the COVID-19 Lockdown. Institute of Labor Economics (IZA).

Hargreaves, A. (2021) The Future of Learning Lies in Engagement. 79(4).  https://www.ascd.org/el/articles/the-future-of-learning-lies-in-engagement

Fong, C. J., & Krause, J. M. (2014). Lost confidence and potential: A mixed methods study of underachieving college students’ sources ofself-efficacy. Social Psychology of Education, 17(2), 249–268.

Koretz, D. (2017). The testing charade: Pretending to make schools better. Chicago, IL: University of Chicago Press.

Shin, C.K, An, Y., & Oh, S.Y. (2023).   How Does In-person Learning Impact Student Achievement In COVID-19 era?. 2023 AERA  Annual Conference. 




모두가 특별한 교육 매거진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창간호
1. 시론
2. 특집
3. 학교이야기
4. 인터뷰
5.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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