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굴레를 벗어나기
2025년 2월 말 어느 일요일 새벽, 입춘이 지난 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날씨로는 다가오는 봄이 체감되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꽁꽁 싸매고 남산 중턱을 오르다 보면 차오르는 숨과 함께 예열이 된다. 그렇게 남산 케이블카 앞 계단에서 본격적인 남산 오르기는 시작된다.
늘 지내온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190번 이상 도전을 했고, 아직도 더디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수십 년을 살았던 굴레를 1년 반 만에 바꾼다는 것을 쉽지 않다. 정말 신기한 건, 조금만 시도하지 않으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까지 딱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사람의 성격도 그렇고 살아온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구적으로 바꾼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거나 노력하여 기존의 삶과 180도 달라진 사람들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결정을 존중하게 된다. 정말 어렵지만, 어렵고 힘든 만큼 그 성취감은 그 어느 것과도 맞바꿀 수 없다.
끊고 싶은 세 가지
늘 말이 앞서는 행동을 끊기 위해 현재도 부단히 노력한다. 지금까지 던진 말이 행해졌다면, 남산을 오르는 도전을 할 필요도 없었을 거다. 무심히 던진 나의 말들을 지난 휴가에 모아봤고, 추린 후 진행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봤다. 그렇게 이제 행동을 내세워 실천이 시작되었다. 실제 시행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말수가 적어졌다. 말수가 적어지니 조금 더 신중해졌고, 신중해지니 말의 무게가 실리며 모든 말에 책임이 전보다 많이 생겼다. 말로 보여주던 나는 이제 실천을 하면서 몸소 행동으로 보이는 순간이 처음 생겼다. 말로 세우는 계획을 끊는 순간을 맞이하였다.
전 직장보다는 여유로운 삶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의 직장도 바쁠 때면 정신없이 제시간에 끼니를 챙기기도 버거울 때가 있다. 주어진 업무를 바삐 하고 맞이하는 주말의 시작은 어김없이 혼자 방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혼술이 나에겐 큰 낙이고, 취미였다. 좋아하지도 몸에서 잘 받지도 못하는 술을 매주 마시다 보니 힐링을 원했던 나는 숙취와 두통으로 주말을 보내는 날이 잦아졌다. 더욱이 혼술을 한 다음날 새벽 남산을 가려할 때는 너무나 큰 도전이었다. 떨치지 못한 숙취와 함께 남산을 오를 때면,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을 한다. 물론, 그 다짐은 다음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까지만 늘 유효했다.
이제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된 남산 오르기로 인하여 혼술은 낙이 아닌, 방해요소가 되어갔다. 알딸딸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보단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산을 가기 위해 이제 혼술에게 시간을 내어주기보단 방한 장갑과 넥 워머를 체크하며 점점 술과의 시간이 줄여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정적인 마음가짐을 끊으려 한다. 비관적으로 생각하여 변수를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20대를 보냈다. 안 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노력하는 원동력과 추진력이 되기도 했지만, 일에 대한 결과에 남들보다 더 크게 상처받고 타격을 받았다. 또한,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든 걸 쏟아부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그려려니 하는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물컵을 볼 때, 물이 반 밖에 안 남았기에 대비하는 나로 살았다면,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기 위해 부정적인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 본다. 처음에는 정말 불안한 마음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커진다.
남산을 오르는 건 나에게 있어 도전의 큰 트리거가 되었다. 결과가 어떻건 이제는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주춤하는 것을 자제하고 나 자신이 이루고픈 것에 대한 열망의 방아쇠를 끊임없이 당겨보는 것도 더 늙기 전에 할 수 있는 나만의 버킷 리스트가 아닐까?
나는 끊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끊음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추진력의 기회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