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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독일행 초인 용쌤 Apr 14. 2018

첫 책

  2015년 10월, 나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서른네 살 때였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저자가 되기엔 너무 이른 나이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나에게는 더 늦기 전에 꼭 내고 싶던 한 권의 책이었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스물아홉 살 때였다. 1일 1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나자 나도 그들처럼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들과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나에게는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없었다. 오직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었다는 정도였다. 


  처음 글을 쓴 건 블로그였다. 책읽기 경험을 단편적인 글로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는데 나름 반응이 괜찮아서 독서 노하우와 책 추천이라는 그럴싸한 제목으로 포스트를 게재했다. 댓글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받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올리다 보니 30~40개의 짤막한 독서법 목록이 생겼다. 그렇게 4~5개월 정도 글을 올리다 보니 몇몇 글이 네이버와 다음 훗날에는 브런치 메인에 노출되면서 1천~3천 명의 일일방문자가 3만~5만 명으로 늘었다. 독서노트 작성하는 방법이나 독서습관 기르기 등의 주제가 가장 반응이 뜨거웠다. 


  여러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그때부터였다. 연락만 기다리지 않았다. 출간기획안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수많은 출판사에 뿌리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정말 쓰고 싶었다. 책이 절실했다. 


[첫 책을 열심히 쓰고 있을 당시의 모습]


  모든 게 처음이라서 출판사의 의견을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다. 원고 마감일도 출판사가 제안한 날로 잡았다. 마감까지 주어진 시간은 총 네 달. 그러나 첫 두 달 동안 나는 썼다 지웠다만 되풀이했다. 두세 줄 쓰고 나면 어김없이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형편없는 글인데 어떡하지? 차마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글이었고, 그래서 한 줄 쓰고 한숨을 내쉬고 지우면서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은 쏜살같았다. 마감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자 이마가 뜨거워졌다. 그날도 도서관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글의 뮤즈를 찾고 있었는데 편집팀장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근용씨 중간 점검 차 전화 드렸어요. 잘 쓰고 있으시죠?"


  낯이 화끈 달아올랐다. 다음날부터 하루 4~5시간을 쓰는 시간에 투자했다. 휴일에는 8시간씩 쓰기에 몰두했고, 도서관이 문을 닫는 밤 10시까지 앉아 있기도 했다. 나는 목표를 조정했다. 잘 쓰려고 하지 말자, 일단 분량을 채워야 한다. 글이 어떻든 일단 하루에 A4 2장을 채우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너무 글 같지 않다고 트집 잡지 말고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보자!


  글쓰기 노하우도 동원했다. 백색소음이 있는 곳에서 글이 잘 써진다는 얘기를 떠올리고 롯데리아나 카페 등으로 옮겨 다녔다. 전에 읽었던 책들을 100권 넘게 다시 들춰보면서 그들처럼 써보려고 노력했고, 힘을 얻으려고 했다. 


  알고 지내던 박사님 한 분을 신림동 댁으로 찾아가서 '오늘 한 꼭지 쓰기 전에는 안 가겠다'며 옆에 앉아 억지로 분량을 채웠다. 보여 드리기 창피했지만 박사님은 잘 썼다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매일 일정 분량을 채우는 일은 고문에 가까웠다. 아마도 학창시절 방학숙제를 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이랬을지 모른다. 그때 치르지 못한 일을 늦은 나이에 치르다 보니 배로 힘들었던 것 같다. 손이 막힐 때면 방법을 찾았고, 60일간 하루 2장 숙제는 어떻게든 챙겼다. 마감 전날 원고는 총 A4 120매가 되었다. 


  당일 최종 점검을 마치고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작성하고 파일을 첨부하고 보내기를 클릭하고 컴퓨터를 껐다. 아마 너무 긴장했던 탓일지 모른다. 일순 진이 빠졌다. 몸살처럼 온몸이 쑤시고 결렸다. 끙끙 앓았다. 집에 꼼짝없이 누워서 1주일을 보냈다. 원고를 끝내고 난 뒤의 마음은 후련함보다는 두 번 다시 하기 싫다는 심정이었다. 보통 저자라면 원고를 보내고 나면 책이 언제 출간되는지 궁금할 텐데 그때는 원고라며 더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책 출간 직후 단체 주문이 들어와 출판사에서 사인하는 모습]


  3개월 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편집팀장이 고생했다, 잘 썼다며 격려해주었다. 출간시기를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2주간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원고를 수정했다. 최종 수정 과정에서 탈락한 내용도 있었고, 새롭게 추가된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하나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2개월간 하루 2쪽씩 써내려가던 것에 비하면 아무런 고생이 아니었다. 


  2015년 10월, 내 인생 첫 책이 나왔다. 내 두 손에 책을 쥐던 그날, 나는 너무 행복하고 행복해서 계속 책만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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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 용쌤의 독서 노하우 다시 읽기 클릭>



* 1. 수불석권, 손에서 책을 놓지 말자

* 2. 책 읽다가 이해가 안 되면 넘어가라

* 3. 책과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 4. 책 읽기에 네 단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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