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면담을 요청드린 과장님은 내가 경력직으로 이 회사에 이직해 올 때, 채용 담당으로 안면이 있던 분이었다.
인사팀과 바로 면담을 하면 팀장님한테 눈총을 받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 당시 나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과장님은 회사에 잘 적응했냐고 물으셨다.
나: “네, 신규사업 파트에 있을 때 파트원분들도 모두 잘해주시고 파트장님도 정말 잘해주셨어요.”
인사 과장님: “이제 신규사업 파트가 없어졌고 지금 파트장님이랑 같이 전략기획팀에 있는 거죠?”
나: “네, 맞아요. 근데 사실 지금 업무에서 좀 어려움이 있거든요...”
현재 팀에서 어려움이 있고, 또 마케팅 직무로 입사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마케팅 팀으로 발령을 원한다고 말씀드렸다.
팀장님에 대한 원망은 인사팀에 많이 전달하진 않았고, 그냥 직무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위주로 했다.
인사팀 과장님은 회사 내 다섯 개 본부에 있는 각각의 마케팅팀에 나의 연차에 맞는 T.O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기로 했고, 나는 팀장님께 부서 변경을 요청드리기로 한 뒤 면담을 마쳤다.
팀장님이 바쁘시지 않은 날을 골라 점심시간이 지나고 평화로운 오후에 차 한 잔 사달라고 말씀드렸다.
사실 나는 그날 점심을 한 술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여전히 인자한 표정의 팀장님은 아마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알고 계셨을 것이다.
회사 생활이 20년이 다 되어가는 분이셨으니 척하면 척이셨을 거다.
하고 싶던 직무가 아닌 일을 하고 있는, 좌충우돌하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썩어가고 시들시들해지는 내가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회사 1층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 시키고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힘들지?
팀장님의 그 한 마디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눈물을 쏟아냈다.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었지만 회사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그럴 순 없으니 마치 몰래 웃는 사람처럼 어깨를 들썩거리며 숨죽여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 마케팅팀으로 부서 변경을 원한다고 말씀드렸다.
팀장님도 한번 알아봐 주시겠다고 했다.
한 바탕 따가운 모래바람이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 뒤 잠잠해진 느낌이었다.
속이 시원하기도 하면서 쓰라리기도 했다.
이제, 팀이 바뀌는 날까지만 버티면 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7화 다음 날, 나는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