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Apr 05. 2023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팀장님에게 연락했다

제9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인사팀에서도 팀장님 선에서도 여기 저기 알아봐주신 결과, 한 본부에서 한 달 쯤 뒤에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본부에 있는 마케팅팀이 마케팅1팀, 마케팅2팀 등으로 세분화 되면서 인원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됐다. 드디어. 다시 돌아갈 수가 있었다. 


대학생 때부터 꿈꾸던 진짜 ‘식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순간이 목전에 있었다. 


내가 맡고 있던 업무들은 차차 파트장님과 동료에게 인수인계했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렇게 밉던 팀장님이었는데, 그래도 나를 마케팅팀으로 보내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마케팅팀으로 넘어가는 대신에, 해당 본부에 있던 차장님이 전략기획팀으로 넘어오기로 모종의 계약(?)이 뒤에서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차장님은 전략팀으로 오기 싫었는지 나를 볼 때마다 “사원인데 차장이랑 트레이드 돼서 좋겠어? 능력 좋나봐?” 하고 비아냥거렸지만 무시했다. 


나부터 살아야 했기에 차장님이 비아냥거리든 괴롭히든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드디어 부서 이동의 날. 


대규모 인사이동이라 사람들은 저마다 짐을 싸고 자리 배치를 바꾸고 물티슈로 먼지가 소복이 내려앉은 책상을 닦았다. 


나도 모니터와 노트북, 연결선들을 정리하고 상자에 담아 오피스 서랍을 돌돌 끌면서 자리를 옮겼다. 


전략기획팀의 팀장님, 고마운 파트장님, 힘이 되어 준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작별 인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같은 층으로의 이동이라 자주 볼 터였다.


새로운 팀에 인사를 하고, 내 앞자리에 파티션을 가로질러 마주보게 된 다른 팀 대리님에게도 살갑게 인사를 먼저 건넸다. 


회사 인트라넷에 로그인하면, 이제 나의 소속은 더 이상 ‘전략기획팀’이 아니라 ‘식품마케팅2팀’이었다. 


좋아!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 


뿌듯했다. 


재정비를 마친 나의 새 본부는 워크샵을 간다고 했다. 


참석 여부를 묻는 본부 내 서무 담당자의 이메일에 참석한다고 답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일주일이 흘렀다. 


새로운 본부, 새로운 팀, 새로운 업무분장... 모두 들뜬 분위기였다. 


워크샵 날짜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다가온 어느 날 아침,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간신히 붙잡으며 일주일 된 나의 새 마케팅 팀장님에게 연락했다. 



팀장님, 죄송한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늘 출근을 못 할 것 같습니다. 연차계는 내일 출근해서 올리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7화 다음 날, 나는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9

8화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0

매거진의 이전글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