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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06. 2023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제10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분명 몇 개월의 고생 끝에 원하던 부서로 왔다.


새로운 팀은 세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가 힘들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있던 것도 딱히 없었다.


난 보통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는 성향이다. 


그런데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내가. 

공황장애를.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실제로 쿵쿵거리며 뛰는 건 아닌 것 같았다. 


평소와 비슷하게 뛰는데, 뭔가 심장과 뇌 사이의 신경이 꼬인듯한 느낌이랄까? 


심장 위에 엄청나게 무거운 무언가를 올려 두었거나, 매달아 둔 느낌이었다. 


뭔가가 당장 크게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내 모든 것을 휘몰아 삼켰다.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등장한 이 느낌에 당황했고 식은땀을 흘리며 팀장님께 연차 연락을 했다. 


몸이 아픈 느낌은 아닌데 자꾸만 이유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다가 반복하다가 정말 사람이 미쳐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핸드폰 지도 어플로 근처에 있는 정신과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가까운 곳 보다 빨리 여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당장 이 불안감을 누구라도 좋으니 멈춰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컴퓨터라면 전원 버튼을 강제로 눌러 끄고 싶었고, 내가 불타는 냄비라면 당장 나를 들어 얼음물에 던져 넣어 식히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정신과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는데, 직원이 보험으로 할지 비 보험으로 할지를 물어왔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었더니 기록이 남는 것을 꺼리는 환자가 많아 그런 경우 진료비가 비싸지지만 비 보험으로 한다고 했다. 


나 역시도 왠지 정신과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 달갑지 않아서 비 보험으로 해달라고 했다. 


앞날을 걱정하는 걸 보니 아직 내가 미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나마 웃기기도 했다. 




조금의 대기 시간이 흐른 뒤, 4명의 원장님이 계신 진료실들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진료실로 들어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원장님은 내가 들어가자 이름을 확인하신 뒤 어떤 증상 때문에 왔냐고 물었다. 


나는 의자에 앉자마자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으며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말했다. 



이유 없이
너무 불안해요....!!
죽을 것 같아요....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다음 편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7화 다음 날, 나는 인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9

8화 자리에 앉자마자 팀장님은 말씀하셨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0

9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팀장님에게 연락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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