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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15. 2023

숙명여대 프라임관 건물은 제가 지었습니다

제19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당연히 페이가 없어도 현장에서 바로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가겠다고 답장을 했다.


현장 일은 해가 뜨면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 7시까지 오라고 했다.


처음 도전하는 일인 데다가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엄마에게 행선지와 김반장이라는 의문의 남자 번호를 알려주고 숙대로 향했다.


30대 중반쯤의 남자 1명, 여자 1명과 인사를 나누었다.



 "반가워요. 나는 반장님이라고 부르면 되고 여기 옆에 누나한테는 편하게 언니라고 불러요. 오늘 페이는 없지만 내일부터 계속 나오면 내일 몫부터는 챙겨줄게요."



 다행히 반장님과 언니는 친절했고, 내가 올린 글을 보고 나쁜 놈팽이 팀한테 걸려서 돈도 못 벌고 몇 달 고생만 할까 봐 불러주었다고 했다.


메지 일은 타일에 비해서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닌데, 어떤 반장들은 메지가 엄청 고급 기술 인척 하면서 방법은 안 알려주고 부려만 먹는다고 했다.


그날 일당은 못 받았지만 다음 날부터 4일 동안 일한 몫은 받을 수 있었다.


반장님은 일 뿐만 아니라 현장 일에서 가장 중요한 일당 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었다.



 "만약 우리 팀에서 독립해서 혼자 일하게 될 때는 작업도 작업이지만 돈 받는 걸 제일 중요하게 해야 돼요.


어린 여자라고 일 시키고 돈 안주는 소장들 많을 거예요.


그럴 때는 항상 문자든 통화든 사진이든 일한 증거를 남기고,


소장한테 전화해서 지금 돈 안 넣으면 작업한 메지 다시 다 파버릴 거라고 협박해요.


세게 나가야 돈 받을 수 있어요."






 그렇게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에 있는 2018년에 삽을 뜨고 2019년에 완공된 프라임관을 우리가 지었다.


여기서 건물을 지었다는 말은 흔히 1960년대 눈부신 경제 성장의 살아있는 증거인 '경부고속도로 내가 다 깔았다!'라고 큰소리치는 아저씨들의 허풍과 일맥상통한다.


거품을 빼고 진실만을 말하자면, 프라임관 2층 바닥 타일 사이사이의 줄눈을 우리가 메꿨다는 이야기지만.




반장님과 언니랑은 그 뒤로 여러 현장을 함께 나갔다.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에 새로 생긴 PC방 메지 작업, 경기도 군포시 공장 신축 현장 등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다.


일이 일찍 끝나는 날에는 서울 9호선 노들역에 위치한 신광공구로 가서 타일 메지 공구들을 구경하거나 필요한 것들을 사기도 했다.


(이 곳은 타일 관련 공구들로 매우 유명한 가게이다.)


돔 팀에서 불러 주는 날엔 돔 팀으로 가고, 타일 반장님과 언니가 불러주는 날엔 메지를 하러 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내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던 날은, 반장님 없이 언니와 둘이 메지 현장 일을 하고 집에 가던 날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시리즈 초반부터 보기>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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