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지게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단의 창고들 사이에 선 나는 이방인 같았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가운데 앉아 있던 사람이 차례로 소개를 해 주었다.
본인은 돔 사장이고, 옆에 있는 덩치 좋은 사람은 직원 1, 그 옆에 마르고 앳된 사람은 직원 2.
직원 2는 나보다도 더 어린 친구였는데 돔 사장님의 진짜 조카였다.
나는 이삭 삼촌의 가짜 조카인데. 쩝.
혹시 실리콘은 쏠 줄 아냐기에 모른다고 했다.
직원 2와 함께 실리콘 코킹을 연습하게 되었다.
내 또래를 현장에서 본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으므로 직원 2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꽤나 의지됐다.
욕실 돔 설치는 마무리 과정에서 가장자리에 실리콘을 쏴서 고정을 시킨다고 한다.
실리콘을 쏠 때 불규칙하게 힘을 주면 모양이 울퉁불퉁하니 예쁘게 작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마무리할 때도 슬그머니 힘을 빼면서 실리콘을 얇게 만들어 처음에 시작했던 지점에서 샤악-하고 끊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실리콘이 겹치지 않고 이음새가 보이지 않게 되니까.
무슨 말인지 머리론 이해가 되는데 실제로 실습을 하면 맘처럼 되지 않았다.
앞으로 창고에 나올 때마다 남는 실리콘들로 연습을 하라고 하셔서 열심히 건을 쐈다.
듣기로는 실리콘만 쏘는 전문 코킹 기사도 있다고 했다.
실리콘 코킹은 다른 현장직보다 짐도 적을 것 같고, 도구도 단순할 것 같아서 이 쪽을 알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돔 작업은 치수를 재고 재단하는 것이 가장 관건인 작업이다.
보통 욕실은 네모난 모양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엔 정.말.로 다양한 집이 있다.
세모 모양 욕실은 양반이고, 기하학의 아버지 유클리드도 울고 갈 별 희한한 다각형 모양의 욕실도 많다.
그 말인즉슨, 그 다각형 모양으로 돔을 재단해서 천장에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30년 된 아파트 리모델링을 맡은 돔 팀은 함께 12층의 어느 집에 도착했고 돔 사장님과 직원 1은 능숙한 솜씨로 두 개중 하나의 욕실 돔을 완성해 나갔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앳된 직원 2도 조금은 서툴고 속도가 느리지만 혼자서 작은 욕실을 맡아 돔 작업을 했다.
나는 주변 정리를 하고, 직원들이 요청하는 도구를 가져다주고, 돔 수평이랑 아귀가 잘 맞는지 밑에서 확인하는 작업을 도왔다.
돔을 재단하며 갈려나간 미세 플라스틱 먼지를 뒤집어쓰고 퇴근하던 길에, 오랜 시간 확인하지 못한 휴대폰 메시지를 보았다.
전에 올려놓은 타일메지 밴드 자기소개 글에 댓글이 달려 있었다.
'타일 메지 일하는 김반장이에요.
이번 주 목요일부터 서울 숙명여대 쪽에서 일이 있는데 혹시 올 수 있나요?
우리 팀은 30대 2명이에요.
첫날 페이는 못 주지만 메지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줄 수는 있어요.
관심 있으면 답장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