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언니와 함께 맡은 그 현장은 공장 지하 1층 넓은 공간의 메지를 채워 넣는 일이었다.
메지 일을 할 때는 물이 필요하다.
쌍곰 홈멘트 줄눈용 시멘트를 물에 개어서 반죽으로 만든 뒤 작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현장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수도가 1층에만 있는 상태였다.
결국 무거운 물통을 1층과 지하 1층을 오가며 몇 번이고 떠와야 했기에 힘에 부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현장 일은 보통 아침 일찍 시작하여 늦어도 5시 전에는 마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날은 5시가 지날 무렵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언니와 나는 급하게 일하기 시작했다.
고무장갑을 낀 팔뚝과 손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메지 시멘트를 물과 섞을 때 시멘트 가루가 살짝 들어갔나 싶었다.
시간이 없어서 고무장갑을 벗고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7시가 되기 전 마무리를 해냈다.
여름이라 망정이지 겨울이었으면 하릴없이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와서 남은 일을 해야 했을 것이다.
드디어 고무장갑을 벗고 따가운 팔과 손을 물로 씻어냈다.
군데군데 하얗게 피부가 긁힌 부분이 있었다.
시멘트 돌가루에 긁혀서 그런가 보다 했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상처부위가 점점 심상치 않은 고통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집에 있는 후시딘을 면봉으로 살살 발랐다.
다음날 아침, 타는 듯한 고통에 바로 근처 피부과를 검색해서 찾아갔다.
평일 오전이었으므로 환자는 한 명도 없는 상태였고, 곧바로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피부과 원장님의 앞에 놓인 환자용 등받이가 없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나는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팔이 좀 따갑고 많이 아파서요.”
“어머, 어쩌다 다치셨어요?”
“제가 현장 일을 하는데, 어제 시멘트 작업을 하다가 긁힌 것 같아요.”
“환자분, 이건 긁힌 게 아니라 시멘트 화상이에요.”
“화상이요? 시멘트 화상이라는 것도 있어요?”
“네, 뜨거운 것에도 화상을 입지만 젖은 시멘트에 피부가 오랜 시간 노출되면, 화학적 화상을 입어요. 환자분, 이건 저희 피부과에서 치료할 수 없고요. 전문 화상외과로 가셔야 해요. 시간 되시면 오늘 바로 가셔야 해요. 큰일 나요 이거.”
피부과 원장님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셨고 심지어 따로 처치한 것이 없다며 진료비도 받지 않으셨다.
그리고 조금 거리가 멀지만 화상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화상외과도 알려 주셔서 곧바로 그리로 가게 되었다.
마음에 병이 난 나를 내가 보듬어 줘야 하는데,
내가 또 내 몸을 잘 간수하지 못하고 다치게 했다는 생각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마음이 아픈 건 내 잘못이 아닌데도 그땐 그렇게 느꼈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내가 뭔가 남들과 다르게 생겨먹어서 병이 난 거라고.
그런 얄팍한 유리 같은 약한 마음을 가지고 내가 또 내 몸까지 다치게 해 버렸다고.
난 구제불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화상외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