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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17. 2023

이런 건 부자 안 해도 좋을 텐데

제21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처음 가 본 화상외과는 규모가 꽤나 컸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환자가 많이 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화상 환자가 이렇게나 많다니...



환자들이 바글바글한 대기실 한 편에서 쭈그러져 앉아 있다가 이름이 호명되어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제가 현장 일을 하다가 팔 쪽이 너무 아파서 방금 전에 피부과에 갔더니 시멘트 화상이라고 하셔서요. 여기 병원을 알려주셔서 왔어요.”


안녕하지 못한 내가 의사 선생님께 안녕하냐고 묻는 이 상황이 좀 아이러니했지만.


화상외과에서는 2도 심재성 화상이라고 했다.


1도 보다 2도가 심하고, 표재성보다 심재성이 더 깊게 다친 거라고 했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비싼 화상용 연고도 함께 처방해 주셨다.


당분간은 계속 화상 치료를 하러 와야 했다.


주 1회 화요일마다는 정신과 상담을, 당분간 매일 화상외과 치료를.


어이구. 병원 부자다.

이런 건 부자 안 해도 좋을 텐데.


순간 이삭인테리어 삼촌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목수를 하든 돔을 하든 도배를 하든 다 괜찮은데, 시멘트 먹는 일은 하지 말라고.


다치고 나니 이 말이 생각나서 더 속상했다.






화상외과 간호사 선생님들은 전문적이고 숙달된 손놀림으로 상처를 드레싱 하고, 새로운 습윤패치를 붙여주고, 붕대를 칭칭 감아 마무리를 해 주셨다.


친절하지 않지만 빨랐다.


오히려 이게 좋았다.


친절하지만 느리면 기다리는 게 더 힘드니까.


의사와 간호사는 사람 살리는 사람들이지, 웃어주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 한 가지만 잘하면 되는 거지.

나도 그걸 찾으려고 이렇게 좌충우돌하고 있잖아.





답도 없는 양팔 붕대쟁이.... 두치와 뿌꾸에 나오는 미라와 다를 바가 없다.




삼복더위에 양쪽 팔을 칭칭 붕대 감고 있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처음엔 팔을 다친 걸 엄마가 알면 너무 속상해할 까봐 숨기려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팔뚝은 붕대를 감았고, 그 붕대를 가리려고 얇은 비치용 긴팔 후드까지 입고 있었다.


결국 이상하게 생각한 엄마에게 모두 들켜 버렸지만.


팔뚝과 손등이 다치는 바람에 샤워는커녕 세수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제 현장 일을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도배도, 돔도, 타일메지도...



회사 쉬면서 머리 식히라고 했더니 양팔에 붕대 감고 나타난 나를 쳐다보던 정신과 원장님의 표정도 잊을 수가 없다.




<다음 화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시리즈 초반부터 보기>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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