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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Apr 18. 2023

시간도 많은데 메일함이나 정리할까?

제22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의사 선생님 - “일 해보니 어때요?”


나 - “집에 있는 것보단 나아요.” 


“에구. 근데 다쳐서 어떡해요.” 


“속상한데 어쩔 수 없죠.”


“요새 마음은 좀 어때요?”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있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회사는 다시 안 돌아갈 거예요.” 



상담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 이젠 뭘 해야 하나 싶었다. 


짧은 기간 동안 거쳐 간 많은 곳들이 스쳐갔다. 


첫 시작이었던 도배 학원, 여러 인테리어 가게들, 지물 사장님, 이삭 삼촌, 돔 사장님과 실리콘 같이 쏘던 또래, 김반장 님과 메지 언니...


비록 손은 다쳤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도와주려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팔 화상을 당하는 바람에 당분간은 현장 일을 멈춰야 했다. 


카톡으로 나의 상황을 알리니 가장 최근까지 함께 일했던 김반장 님과 메지 언니가 많이 걱정해 주었다. 


그렇게 안부를 정하고 일을 정리하니 할 게 없었다. 


매일 화상외과에 가서 팔에 드레싱을 가는 것 외에는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는 하루들. 


보통은 눈이 떠지는 대로 아침 느지막이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는 한 두 정거장 먼저 내려서 공공자전거를 빌려 타고 집에 오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방 침대에 누워 회사에 다닐 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시간도 많은데 메일함이나 정리할까? 



스팸메일도 싹 정리하고, 아주 오래전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서로 보냈던 메일이 남아 있으면 그거나 구경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야지. 


그렇게 메일함에 들어가 스팸을 지웠다. 


스팸을 지우다 보니 별로 활동도 안 하는 카페들도 이 기회에 다 탈퇴를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가입한 카페에는 여러 추억들이 묻어있었다. 


대학교 학부생 시절 팀플을 위해서 만들었던 회원 수 4명이 다인 카페도 여럿 있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할 때 홍보를 위해 가입했었던 자동차 동호회 카페나 여행카페도 있었다. 


가장 상단에는 <황인영 영어 카페>와 <과외구하기> 카페가 있었다. 


고3 수능 친 직후부터 학교 후배를 가르치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교 4학년 내내 과외를 가르쳤었다. 


옛날 생각이 들어 카페에 접속해 보았다.




<2장 끝.>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시리즈 초반부터 보기>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5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7

6화 경력직으로 입사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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