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의사 선생님 - “일 해보니 어때요?”
나 - “집에 있는 것보단 나아요.”
“에구. 근데 다쳐서 어떡해요.”
“속상한데 어쩔 수 없죠.”
“요새 마음은 좀 어때요?”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있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회사는 다시 안 돌아갈 거예요.”
상담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 이젠 뭘 해야 하나 싶었다.
짧은 기간 동안 거쳐 간 많은 곳들이 스쳐갔다.
첫 시작이었던 도배 학원, 여러 인테리어 가게들, 지물 사장님, 이삭 삼촌, 돔 사장님과 실리콘 같이 쏘던 또래, 김반장 님과 메지 언니...
비록 손은 다쳤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도와주려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팔 화상을 당하는 바람에 당분간은 현장 일을 멈춰야 했다.
카톡으로 나의 상황을 알리니 가장 최근까지 함께 일했던 김반장 님과 메지 언니가 많이 걱정해 주었다.
그렇게 안부를 정하고 일을 정리하니 할 게 없었다.
매일 화상외과에 가서 팔에 드레싱을 가는 것 외에는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는 하루들.
보통은 눈이 떠지는 대로 아침 느지막이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는 한 두 정거장 먼저 내려서 공공자전거를 빌려 타고 집에 오는 일이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방 침대에 누워 회사에 다닐 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시간도 많은데 메일함이나 정리할까?
스팸메일도 싹 정리하고, 아주 오래전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서로 보냈던 메일이 남아 있으면 그거나 구경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야지.
그렇게 메일함에 들어가 스팸을 지웠다.
스팸을 지우다 보니 별로 활동도 안 하는 카페들도 이 기회에 다 탈퇴를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가입한 카페에는 여러 추억들이 묻어있었다.
대학교 학부생 시절 팀플을 위해서 만들었던 회원 수 4명이 다인 카페도 여럿 있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할 때 홍보를 위해 가입했었던 자동차 동호회 카페나 여행카페도 있었다.
가장 상단에는 <황인영 영어 카페>와 <과외구하기> 카페가 있었다.
고3 수능 친 직후부터 학교 후배를 가르치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교 4학년 내내 과외를 가르쳤었다.
옛날 생각이 들어 카페에 접속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