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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연 Oct 13. 2023

목발

       - 마나슬루 

계단은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가 위태롭지

오른발이 넘어지면 덩달아 넘어지는 왼발


달리기는 그림의 떡


히말라야는 흰 말의 갈기가 차갑게 쉬는 영원의 영봉

‘히말라야’라는 아이디로는 끝내 오를 수 없는 희원의 세계


발차기의 종목을 춤의 세계로 바꾼다면

무예는 무용을 발휘할 수 있을까


위기가 기회라는 낱말 너머로 서리가 내리고

천천히 흑백의 대비가 엷어지는 아침 햇살


관객이 없어도 성실한 햇살이 추는 춤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슬픔의 관념어를 지우며

네 발로 추는 춤의 세계는 열리리


몸을 말아 웅크렸던 개는

한껏 기지개를 켜고나서야 꼬리를 흔들지


자기는 몰라

사과 한 알의 무게가 얼마나 무릎을 아프게 하는지


점심에 먹으라고 넣어준 사과를 다시 꺼내며

도서관 입구부터 큐알 코드를 터치하며


네 발의 균형을 조심스레 맞추며

사과는 집에 와서 먹을게 



 사진 : 세곅국선도 연맹 정용철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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