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시간은 대지에게 긴 침묵의 시간이었습니다. 은퇴 후 홀로 걷는 저의 시간도 그러했습니다. 멈춰 있는 듯 고요했지만, 그 안에서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꿈틀대고 있었나 봅니다. 오늘 산책길, 적막이 감도는 연못가에서 그 고요를 일순간에 깨트리는 파동을 목격합니다. 깨달음은 서서히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온몸을 던질 때 찾아오는 것임을 배웁니다.
인적 드문 울산대공원의 연못은 거울처럼 고요합니다.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그 적막 속에, 바위 위에 앉아 있던 개구리 한 마리가 번개처럼 몸을 날립니다. "풍덩!" 짧고 명쾌한 소리가 텅 빈 공간을 가릅니다. 그 소리에 놀라 바라보니 개구리는 이미 물속으로 사라졌고, 아무도 없는 수면 위로 동그란 파문만이 겹겹이 번져나갑니다. 깊은 겨울잠을 깨우는 것은, 망설임 없이 허공을 가르는 저 생생한 도약 하나로 충분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연못(진공, 眞空)에서 개구리가 뛰어들자 소리와 파문이 일어납니다(묘유, 妙有). 불교에서는"진실로 비어 있으면 오묘하게 존재한다(진공묘유)"라고 합니다. 우리 삶이 허무하거나 비어 있는 것 같아도, 그 텅 빈 자리야말로 내가 온몸을 던져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소리로 당신의 연못을 깨우시겠습니까?
일요일 아침의 짧은 만남 한 주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그려보는 일요일 오전 10시, 늦은 아침의 여유 속에 [순야의 단상]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쉼표를 찍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글을 마치며, 한 주의 시작과 끝이 모두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다음 주 일요일 아침에 맑은 향기를 담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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