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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성 Aug 12. 2024

기다린 만큼, 더


글쎄 촉이 쎄하던 장면을 돌이켜보니

오른손 하나로 충분했다가
어느새 두 팔 가득,

그리고 온몸으로 안아도 모자라더니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변하는 감정의 무게를 견디다 지쳐
설익은 포옹을 나누기도 전에
서둘러 아픔을 외면합니다

떠나는 길에 마지막 추억을 내려놓는데

그들이 말하더라고요
이런 이별은 너무 흔하다고
굳이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고

가슴 한켠에 남은 미련이 부끄러운데


저기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들
다 보지도 않고 단정 짓는
그들의 말이 꽤나 거슬립니다
흔한 인연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텐데
쉽게 내뱉은 말의 무게가 무거울 텐데


먹다 남은 과자처럼
버리지 못한 채
주머니 속에 간직한
사진 쪼가리가 손끝을 간지럽혀

기다린 만큼 더 기다릴 수 있다고
중얼거리는 독백에 귀 기울이며
시선을 망설이다 다시

뻔한 드라마로 고개를 돌립니다


검정치마 - 기다린 만큼, 더
뻔한 드라마의 이별은 복선이 따로 필요 없죠.

마지막 장면을 볼까 망설이다가도,
또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똑같은 상처와 미련을 남에게 옮기며,
내가 아물기 만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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