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슈1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2026년 1월 15일(목)부터 1월 17일(토)까지 경기도 흥덕고등학교에서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전국연수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경기도로 모인 교사들의 얼굴에는 배움에 대한 기대와 열의가 가득했다.
연수의 제목 “다시, 시작/ 새로운 학교 운동! 실천으로 다시 시작하다!”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묻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실천으로 학교를 바꾸는 사람들
연수의 첫 시간은 ‘학교를 바꾸는 실천가’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각 지역에서 네 명의 선생님이 자신의 실천 경험과 삶의 철학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최봉선(경기 솔뫼초) 선생님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38년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며 교사와 공무원으로서의 정체성, 삶과 배움이 연결되는 교육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특히 교사·학생·학부모 간 합의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 그리고 ‘앎이 삶이 되는 수업’을 위한 융합 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70세까지 교육 언저리에 머물고 싶다”는 고백에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지화도(강원 횡성고) 선생님은 일반계 고등학교 12년, 현천고(강원도 최초의 공립대안학교)에서 8년 근무한 경험을 나누며 학생을 ‘바꾸려’ 하기보다 그 순간의 상황에 맞는 배움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학생들과 만들어 가는 ‘우리끼리의 배움의 장’이야말로 학교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는 메시지가 깊은 공감을 얻었다.
김대현(충남 거산초) 선생님은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할 때 학교를 변화시키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하며, 자신을 “틈을 메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공적인 책임을 지닌 교사이자 어린이를 사랑하는 전문가로서의 철학이 인상적으로 전해졌다.
김찬경(제주 애월초) 선생님은 애월초등학교에서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5학년 자전거 일주(4일동안)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준비에서 완주에 이르는 과정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의 공동체로 성장하는 경험, 그리고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교육의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철학이 있는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어진 공통강좌에서 양재욱(경남동면초 교장) 선생님은 사송다정길 마을교육공동체 사례를 중심으로 교사의 철학이 학교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나의 행위를 통해 나를 이해한다”라는 말처럼 끊임없는 성찰과 통찰이 교육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를 학교의 주체로 세우고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를 바라보는 공공의 마음을 형성할 때 학교에 대한 신뢰 역시 깊어진다고 말했다. 축제를 지역과 함께 만들어 가는 다양한 사례는 철학 있는 리더십이 공동체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었다.
실천 연구가 만든 질문들
첫날 저녁에는 정책연구 발표가 이어졌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가 2024~2025년 공모를 통해 완성한 세 편의 실천 연구가 소개되었다. 연구는 새넷만의 실천력을 바탕으로 지금 시기에 필요로 하는 연구 주제를 선정하였다.
• 이주 배경 학생을 위한 실효적 교육정책(유재, 경기 정왕중)
• 심의(숙의) 민주주의_세종교육시민 공론장 사례(정유숙, 세종 바른초)
• 교육공동체 회복방안(송진경, 대구 성서초)
특히 세종교육시민 공론장 프로젝트는 학교 안에서 길러온 민주주의 역량을 시민사회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주목받았다. 기획부터 숙의 워크숍, 결론 도출까지의 전 과정이 생생한 기록으로 공유되며 학교와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숙의민주주의를 지역과 학교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기록과 실천으로 남길 수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이 이미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진입(국제적으로 5%로부터 다문화 국가로 분류, 대한민국은 이미 5% 이상임)했기에 학교가 준비해야 할 과제(학교 내 다문화 비율 상한제, 일정 비율 이상 학교의 학급 인원 감축, 한국어 강사와 이중언어 강사 증원, 보건의료 시스템 보완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교육공동체 회복방안 연구는 그동안 대구 새넷에서 해왔던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실천 사례 연구였다. 회복적 생활교육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 회복 모임을 통해 공동체가 회복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함께 배우고, 서로의 해법을 발견하다
둘째 날은 선택강좌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오전에는 환대와 공감의 관계(김미영, 경기장곡중), 조직문화 진단과 성찰(이수희, 경기 운산초), 생활교육과 갈등중재(배순정, 경기 운산초), 교실에서 펼쳐지는 자유탐구(이은진, 경기 보평초)를 주제로 강좌가 진행되었다. 환대는 공동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시작이자 가장 근간이 되는 가치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매년 김미영 선생님 강의를 듣고 있지만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강좌를 통해 구체적인 환대 방법,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학교조직진단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성찰하는 과정일 것이다.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된 조직징단 강좌는 학교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했다.
생활교육과 갈등 중재 강좌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적절하게 전달하는 방법, 공감과 중재 전략,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보평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유탐구 방안은 교육과정의 수업과 평가 목적을 다시 성찰하게 했다.
오후에는 민주시민 의식 함양과 학생 자치(김기수, 강원 운양초),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김일, 경기 은혜중), 학부모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회복(김미성, 경남 대곡초), 리더그룹의 역할(윤상혁, 서울 영림중)을 주제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강의에 머무르지 않고 각 분과에 참여하신 선생님들이 각자의 학교 상황을 나누며 질문과 대화를 확장해 나간 시간이었으며, 교사들은 서로 공감하고 배우며 각자의 해법을 발견해갔다.
마지막 선택강좌에서는 초등과 중등으로 나누어 업무 재구조화와 교육과정을 논의했다. 초등은 경남 대감초등학교 박순걸 교장 선생님, 중등은 경기 의정부여자중학교 김현주 교장 선생님이 강의를 맡았다. 두 분이 여러 혁신학교를 경험하며 교사들과 함께 학교 문화와 시스템, 교육과정을 만들어 온 과정에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 온 사례들을 공유했다. 교사의 행복과 전문성이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시너지를 이루며 학교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행 전략과 사례였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마지막 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투어를 끝으로 2박 3일의 여정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연수는 끝났지만 배움은 각자의 학교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다.
참가한 선생님들의 소감은 그 의미를 잘 보여준다.
“새넷연수에 참여하며 오랜만에 다시 희망과 용기를 듬뿍 안고 돌아갑니다. 같은 뜻을 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깊이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혁신학교가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것을, 몇몇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학교로 확산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름대로 일반화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지만, 결코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새넷연수에서 활동가들이 실천으로 쌓아 올린 공동체, 그 안에서 함께 만들어낸 학교 이야기들을 보며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됩니다.”
“힘을 얻고자 오랜만에 참석했고, 참석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기억하며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겠습니다. 연수를 열어주신 모든 분, 연수에 참여해 지혜를 나눠주신 모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특별한 어느 날에 만났던 우리는 익숙한 여느 날로 돌아가는 중이다. 왁자지껄 함박웃음 폭죽처럼 터지던 강의실에는 먼지인지 햇살인지 모를 작은 것들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작은 것들은 작은 것들끼리 작은 소리로 속삭이면서 자꾸만 무엇을 더듬는 중이다. 지나간 것들은 의심스럽게 꼭 되돌아온다. 되돌아올 때는 훨씬 더 커져서 듬직하게 나타난다. 나타나서는 어제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뽀송뽀송히 안고 안긴다. 고로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다.”
이번 겨울 연수는 단순한 배움의 자리를 넘어 새로운 학교 운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학교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교사의 실천은 분명 학교를 움직인다. 그리고 그 실천은 혼자가 아니라 연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지금, 우리는 다시 묻는다.
어떤 학교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겨울연수는 끝났지만 새로운 학교를 향한 우리의 실천은 이미 다시 시작되었다.
2025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