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슈2 / 안상임선생님_경기새넷 소사중학교
「2025 팀리더십 기반 학교혁신 아카데미」, 이걸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나는 경기 공모 교장이다. 이제 한 3월이면 다시 교사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건 처음 교장이 되던 2022년부터 생각했던 것이었고 그래서 교장의 역할을 하는 4년 내내, 내가 다시 교사가 돌아갔을 때 선생님들과 부대끼며 수업하는 장면이 내 머릿속 한 귀퉁이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어떤 것을 힘들어하고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했는데, 역할이 달라지니 같은 말도 달리 들리는 것 같았다. 교장이 되니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권한도 많은데 막상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고 ‘하나부터 열까지 선생님들이 움직여야 진짜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한 명의 교사는 힘이 없다. 그건 이미 혁신학교를 통해 익히 경험한 터,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일꾼들을 엮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는, 힘들지만 재밌고 가치 있는 경험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우리 학교 안뿐 아니라 각각의 학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이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고 있는 얘기들을 한자리에 모여 풀어내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걸 우리가 해볼 수 있을까. 경기 공모 교장들이 모이면 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지점이었다. 멍석이라도 깔아보자는 심정으로 2023년 공모 교장들이 자발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각출하여 일단 일을 벌여보자고 도전했고, 11월 25일 선행초에서 열린 『2023 경기 학교교육 실천이야기 나눔 - 다시, 넘나들다』라는 교육활동 나눔의 자리가 첫 시작이었다. 공모교장 학교 소속의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1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그날의 뜨거웠던 분위기는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5시가 넘어도 자리를 뜨지 않을 만큼, 혁신학교가 뭔지는 몰라도 같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들떠 있었던 그때와 오버랩되는 시간이었다.
그 첫걸음이 올해까지 세 번째 교육활동 실천 나눔의 장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2025 팀리더십 기반 학교혁신 아카데미」 연수의 태동이 되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나눔의 장만큼이나 이 연수 역시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다. 솔직히 말해, 당시 우리의 기대치는 매우 낮았다. 나눔의 장으로 강제성도 없고 맛있는 밥도 주고 연수비도 없는 그야말로 느슨한 연결의 자리지만,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바쳐야 하고 한 번이 아니라 무려 다섯 차례나 이어지는, 심지어 15만 원이라는 연수비까지 부담하면서 신청할 교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정 안되면 그냥 공모 교장들이 신청하자며 “선생님 열 분만 신청해도 다행이다.”라는 말이 회의 자리에서 농담처럼 오갔을 정도였다. 학교 현장의 피로도와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신청자 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기획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무려 68명의 선생님이 신청한 것이다. 단순한 숫자를 넘어, 이 결과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 학교 현장은 무엇이 이렇게 간절한가?’ 그 답을 우리는 이 연수의 전 과정과 참여자들의 얼굴,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 이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표정을 지켜보며 점점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 그리고 함께 성장했던 경험에 대한 기억이었다.
15년 전의 기억,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들
이 연수를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15여 년 전을 떠올리게 되었다. 혁신학교가 막 시작되던 시기,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조금은 다르게 해볼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처음 집단적으로 경험했다. 교사들은 혼자가 아니었고, 학교는 더 이상 지시를 수행하는 조직이 아니었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수업을 나누며, 실패를 성찰의 자산으로 삼았던 시간.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교사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때의 질문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혁신의 흔적이 지워진 자리에 민원과 책임 공방이 난무하며 교사는 섬처럼 외로워지고 학교는 다시 과거의 익숙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성과와 책임은 개인에게 돌아왔고, 학교장은 점점 더 ‘관리자’의 얼굴로 불려 나왔다. 그러던 중 이 연수를 통해 우리는 다시 묻기 시작했다.
‘학교는 여전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인가?’
‘지금의 리더십은 교사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가?’
68명의 신청은 그 질문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응답하고 싶다는 열망이 우리를 이 연수의 자리로 불러 모은 것이었다.
연수를 기획하며 마주한 감정들...
연수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가 준비한 내용이 과연 현장의 갈증에 닿을 수 있을까, 또 다른 형식적인 연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화려한 프로그램보다 사람의 이야기, 교실의 실제, 실천의 맥락을 중심에 두기로 했다. 팀리더십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에서 실제로 관계와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교장이 어떤 태도로 사람과 교육과정을 대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나누고자 했다.
연수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라는 것이었다. 정답을 알려주는 강의보다,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경험을 비추어보는 시간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것은 팀리더십의 본질이기도 하다. 리더십은 누군가를 앞서 끌고 가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질문하고 함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여러 교장 선생님의 실제 사례였다. 어떤 교장 선생님은 교육과정 협의회를 ‘결과를 내야 하는 회의’가 아니라 ‘함께 질문하는 자리’로 바꾸었다고 했다. 또 다른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주요 의사결정을 소수의 관리자 중심이 아니라, 교사 리더들이 참여하는 팀 단위 구조로 재편해 나가고 있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학교장의 권한을 내려놓음으로써 오히려 학교의 에너지를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수에 참여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팀리더십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는 교장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교사를 전문가로 존중하고 있었다. 교사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학교 혁신의 주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러한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났다. 회의 방식의 변화, 의사결정 구조의 개편, 학교장의 언어와 태도 하나하나가 교사들에게 “당신을 믿는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 결과 교사들은 점점 더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학교는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교사들을 하나의 팀으로 대하고 있었는가?’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있었는가?’
바쁜 일정과 행정 업무 속에서, 혹시 나도 모르게 효율과 속도를 앞세우며 교사들의 고민과 성장을 기다려주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교장은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연수를 통해 내가 가장 분명히 다시 붙잡게 된 주제는 ‘교장의 교육과정 리더십’이었다. 교육과정은 학교의 정체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자, 학교장의 리더십이 가장 직접 작용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학교장이 가장 조심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지나친 개입은 교사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고, 무관심은 교육과정을 형식적인 문서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교장이 교육과정 앞에서 망설인다.
연수에서 만난 교장 선생님들은 이 미묘한 균형을 ‘팀리더십’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학교장이 교육과정의 세부 내용을 지시하기보다는, 교육과정이 논의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었다.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서로의 수업을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과정은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존재했다.
“이 활동이 학생의 배움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우리 학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질문은 답을 요구하기보다 교사들이 스스로 방향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학교장은 흔히 ‘결정하는 사람’, ‘조율하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왔다. 물론 이러한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연수에서 마주한 새로운 리더십은 학교장이 혼자 앞에 서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서서 팀이 움직이게 하는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교장은 방향을 제시하고, 질문을 던지며, 팀이 작동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과 중심의 회의가 아니라 질문 중심의 협의로, 소수의 의견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는 구조로 전환하면서 학교장이 혼자 짊어지던 부담을 학교 전체가 함께 나누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정 논의가 특정 부서의 일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공동 과제가 되도록, 그리고 교사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장의 리더십이다.
우리 학교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 - 팀리더십으로 교육력을 키우다
우리 학교에서도 세 분의 선생님이 이 연수에 참여했다. 솔직히 말해, 다섯 번의 토요일 연수를 모두 완주할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 분 모두 끝까지 연수를 마쳤고, 연수가 진행될수록 학교 안에서의 표정과 말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 한번 이렇게 해보고 싶다”, “우리 학년의 교육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장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교사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학교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연수는 교사들에게 ‘함께 해볼 수 있다’는 감각을 다시 일깨워 주었고, 그것이 곧 학교 교육력의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팀리더십은 학교를 빠르게 바꾸는 도구는 아니다. 오히려 느리고, 때로는 답답한 길이다. 그러나 이 리더십은 학교를 단단하게 만든다. 교사들이 서로 연결되고, 교육과정이 개인의 업무가 아니라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될 때, 학교는 외부의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힘을 갖게 된다.
교장의 역할은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신뢰를 선택하며, 기다릴 줄 아는 리더십. 성과보다 과정을, 지시보다 질문을 선택하는 태도. 이것이 교육과정에서 발휘되는 교장의 팀리더십이며, 학교의 교육력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힘이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팀리더십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으며, 때로는 기다림과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교장도 역시 혼자서는 별 거 아니지만 경기공모교장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머리를 맞대고 도전하며 일궈냈던 지난날 우리들의 모습은, 그 길이 분명히 가능하며 의미 있는 길임을 보여주었다.
다시, 함께 가는 학교를 꿈꾸며
「2025 팀리더십 기반 학교혁신 아카데미」는 단순한 연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고, 학교가 다시 사람과 배움을 중심으로 설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68명의 신청자, 그리고 끝까지 과정을 완주한 선생님들의 얼굴은 이 실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연수에서 강조된 팀리더십은 단순한 협업이나 역할 분담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학교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었다. 학교는 개별 교사의 역량이 모여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관계와 신뢰, 공동의 비전 위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팀이라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팀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학교장의 핵심 역할임을 연수는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남은 기간을 어떤 교사로 살아가야 할지 조금 더 분명해졌다. 학교의 미래는 새로운 제도나 지침이 아니라, 사람과 팀을 어떻게 믿고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교육과정은 그 믿음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자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팀리더십을 발휘할 시간이다.
이 연수를 함께 준비하고, 또 함께 경험한 모든 분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학교와 사람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학교는, 함께라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확신하게 되었다.
2025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