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권! / 양재욱 선생님_경남새넷 동면초등학교
잠시 멈춰 영혼을 기다리기
인디언은 말을 달리다 잠시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며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린 후 다시 길을 간다고 한다. 나도 가르침을 멈추고 돌아보며 가르침의 행위 속에 깃든 나의 철학을 기다린다. 그리고 철학을 만나면 다시 나의 길을 흔들리며 곧게 간다.
철학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무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의식, 무의식을 바라보는 것이다. 바라보면 보인다. 그 무지의 땅속에서 나의 뜻이 싹이 되어 솟는다. 때로는 안개가 걷히고 큰 나무가 보인다. 철학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뜻을 만나는 일이다. 즉자적, 직관적으로 행한 충동적인 행위 속에서도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의 향기를 알아챌 수 있다. 나를 통해 나온 나의 행위는 나의 까닭을 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행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하면 과거는 현실을 무겁게 짓누른다. 뜻을 알아채지 못하니 뜻은 사라지게 되고, 돌아보면 허탈하고 나아가려 하니 소진된다. 의미를 이어갈 수 없으니 갈 바를 선택할 수 없고 나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없으면 예상할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움이 되어 엄습한다.
잠시 멈춰서서 뒤돌아보면 언제나 죽을힘을 다해 나를 향해 달려온 나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이 무엇이지 자각하는 나와 나의 만남이다. 뒤돌아 나의 영혼을 바라보는 일, 그것을 성찰이라 한다. 다시 돌아서 수많은 길 중에서 나의 길을 깨닫는 것, 길 없는 광야에서 나의 길을 발견하는 것,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놓치지 않고 나가는 것을 통찰이라 한다. 성찰은 나를 만나게 하고, 통찰은 나로 나아가게 한다. 나의 철학을 만나고 나의 철학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왜 가르치는가?”는 교사의 철학과 교사의 삶을 성찰과 통찰로 풀어낸다.
잠시 멈추고 너를 명상하기
교사의 교육활동은 학기초 활동을 비롯하여 수업과 평가 및 아침활동, 상담, 점심시간 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런 활동에는 교사의 가치관이 늘 반영된다. 자유롭길 원하는 선생님,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님, 놀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님 등 가치와 취향에 따라 학급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이런 활동들은 아이들의 삶의 일부로 축적되며 가치관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교사 자신이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고, 풀어내는 방법 또한 의도를 잘 반영하지 못하게 되어 교육의 효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비록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교사가 그 효과의 드러남을 잘 살피고 인지하여 교사의 요구에 따른 교육의 결실로 맥락을 만들지 못하면, 교사의 성찰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학생과의 피드백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교사 자신이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어디로 이끌어가려 하는지를 알고 교육활동의 방법이나 지향을 일관되게 다듬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의 실천을 성찰하여 나의 철학을 밝히고, 나의 철학이 담긴 교육과정을 작성하고 공유하며 자기 자신의 교육과정에 대한 개념이 형성된다. 이 역사의 끝에서 다시 타고난 창의성이 발휘된다. 주어진 교육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교육과정을 자신의 철학에 맞게 맥락을 반영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과정속에서 교사는 자긍심을 느끼고 행복해진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나는 왜 가르치는가?”는 자기의 뜻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성찰’에서 시작한다. ‘나와 너의 대화’이다. 질문을 하는 교사(인터뷰어)와 대답을 하는 교사(인터뷰이)의 인터뷰이다. 무심코 했던 수업이나 의도를 반영한 수업을 통해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교육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그것을 삶으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았다. 교사의 행위에는 집중했지만 교사의 내면을 보려들지는 않았다. 인터뷰를 통한 성찰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일이며 묻는 자는 대답하는 자에게 집중한다. 대답하는 교사는 성찰하고, 질문하는 교사는 ‘너를 명상’한다. 끊임없이 내면을 파고 든다.
성찰은 교사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밝게 드러내는 일이다. 교사의 철학이 무엇인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와 나의 대화, 나와 너의 대화, 공동체의 대화 속에서 나를 메타적으로 인지하며 자신을 가리고 있던 막들을 하나씩 걷어가는 것이다. 이 성찰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인터뷰이 교사가 있다면 성찰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교사의 철학을 밝히는 인터뷰’는 자신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을 인식하고 자신의 교육과정으로 만들어가는 교사가 다른 교사와의 대화로 그 길을 나누고 밝히는 과정이다.
인터뷰의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도 하고, 동료 직원에게 공개하기도 하고, 그냥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연수의 장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성찰로 다가가는 인터뷰어의 질문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나의 수업 회상하기
• 왜 인상적이었을까?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 그 의미는 또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가?
• 그 의미는 어떻게 수업이나 평가, 학급운영 등에 반영, 디자인되었는가?
• 의도에 따라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 의도하지 않았는 데 일어난 변화가 있었는가? 그 변화는 왜 생긴 것일까?
인터뷰는 설명이 아니라 경험이다. 내가 나를 만나는 것, 내가 너를 명상하는 것은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경험해 보면 ‘아, 그렇구나!’ 그렇게 다가온다.
내가 만난 너를 선물하기
질문을 한 인터뷰어 교사는 인터뷰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마구 쏟아낸 말을 다듬는 일이다. 주로 철학을 중심으로 글을 쓴다. 낱낱이 떨어져 있었던 생각을 연결하여 사상을 만들고,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생각을 드러내어 가치를 빛나게 한다.
우리는 그 문서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감동한다. 사람이란 아름다운 존재다. 나도 아름다운 존재이고 너도 아름다운 존재임을 확인하는 서로의 교감이 일어난다. 다음은 도움반 선생님의 인터뷰 보고서 중의 일부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조금 더디게 자라는 아이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애쓰는 일이 저절로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진다. 지금 1학년 학급에 편성되어 있다고 1학년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는 일들을 해내길 기대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맞지 않는 욕심일 수 있다. 조금 기다리는 여유로운 마음을 찾아내고 있다.’
‘내 수업에서 온 학교가, 온 마을이, 온 세상이 우리반 아이들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우리반 아이들이 세상의 중심이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소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립된 존재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보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우리(장애)가 세상((비장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에게 맞추길 원한다. 나 또한 우리가 세상의 흐름에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세상이 우리에게 맞추어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철학을 담은 교사교육과정’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글의 일부이다. 선생님은 비장애인이다. 그래서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읽었다. 그러나 자기의 내면을 파고들면서 진심을 알아챘다. 세상이 도움반 아이들에게 맞춰주길 원하는 가려진 진심을 찾아냈다. 도움이 아니라 존중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자신의 길을 더 밝게 알게 되었고, 2월 초 2026학년도에 입학할 학생의 부모와 기존 학부모를 모두 불러보아 오전 내내 이야기 나누며 교사의 철학과 학부모의 바램이 서로 어울리는 꿈을 꾸었다. 자신의 내면을 알면 세상을 바꾸려는 용기가 생긴다.
내가 만난 나를 공유하기
인터뷰이 교사는 보고서를 자신의 말로 다듬는다. 철학과 가치를 다듬고, 교사의 뜻이 스민 수업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리고 나의 수업으로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지 기록한다. 끝부분엔 주로 소감, 깨달음을 기록하지만 우리학교 도움반 선생님은 자기의 철학을 담은 프로젝트 수업 계획을 담았다. 도전으로 나아간 것이다.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가슴설레는 일이다. 이렇게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교사는 무엇을 공유할지 그 맥락을 잡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로 세미나를 운영한다.
세미나는 수업 공개의 새로운 틀이다. 방법이나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에 집중하며 방법과 콘텐츠를 해석하는 것이다.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행위 전체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잘하고 있는가 보다는 어디로 가려하는가에 집중한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소중하다. 그 방향이 바를 때, 그 방법이 정성스러워지고, 그 내용이 알차게 된다. 비로소 애씀이 감동이고 감사가 된다.
세미나는 새로운학교경남네트워크에서 아예 운영팀을 만들고 운영 절차를 마련하고 진행했다. 세미나의 의미를 소개하고 나면, 주인공 선생님이 수업을 해설하고, 참여자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다. 2024년 11월 세미나에 참석한 한 선생님은 세미나가 열리는 중에 크게 울기도 했다.
“저는 아무 기대 없이 끌려왔습니다. 저는 2년차 교사입니다. 그러나 단지 직장인일 뿐입니다. 아직 2년도 안된 교사인데. 직장인일 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꿈꾸던 선생님이 여기 있음을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간신히 울음을 다스리며 교사의 상처와 절망을 털어놓았고, 또 희망이 있음에 눈물 흘리며 고마워했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늘 기억한다. 철학을 추하며, 가치를 만들어가며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도 늘 기억한다. 우리는 우리의 철학을 나누며 가슴 벅찼고 행복했다. 2024년, 수업을 교사의 철학으로 대화했던 그 행복한 이야기를 “나는 왜 가르치는가?”에 담았다. 이 땅의 모든 교사가 좀 더 행복해지길 원하면서.
그리고 다짐한다. 누군가 인터뷰를 원하면 어디든 달려가 ‘너를 명상’하겠다.
2025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