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평화 프로젝트, 4·3과 국가기관의 역할탐구수업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 박혜령 선생님_제주새넷 구엄초등학교

제주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 구엄초에서 근무한 지도 8년째이다. 6학년을 2년 연속으로 맡으면서 가장 많이 신경 썼던 프로젝트가 바로, 이 프로젝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6학년 배움여행(예전 명칭인 수학여행)까지 연계한 프로젝트이니 더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스스로 생길 수밖에 없다.


학기 초 학년에서, 교실에서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게다가 후배 학년까지 돌보는 6학년이 되기 위한 리더십 교육이 3월 말까지 마무리되면 바로 4·3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3월 말부터는 ‘상생과 평화 프로젝트’에 힘을 써야 한다. 한마디로 여유가 한 개도 없는 일정이다. 3월 말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5월 말에 6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간 공부한 평화 프로젝트를 6학년 학생들의 말로 발표하는 학부모 대상 수업 공개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한다. 아, 다시 기억하며 기록할 뿐인데도 벌써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다.


여유가 한 개도 없는데도 이 프로젝트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현 교육감 정책 속 4·3 교육 활동 관련 지원이나 다양한 수업 활동 지원은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AI를 목표로 달려가는 현 추세인 지금 제주 역사를 더 돌아볼 여유도 없거니와 4·3은 뭔가 이루어낸 무엇처럼 여겨지고 있다. 더 이상의 초등 교사들 간의 4·3에 관한 협력적인 연구나 활동은 사라지고 있다. 우리 학교처럼 4·3을 녹여낸 학교 교육과정은 어디에서도 본 적은 없다. 물론 자랑하기엔 부족한 단계이지만 4·3과 연계한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을 교사들이 함께 계속 고민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로는 우리 학교에서는 6년의 체계적인 4·3 교육과정을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덜 완성되었지만 4·3 관련 온작품 읽기 도서도 학년별로 다르게 정하고 특히, 4·3 관련 현장체험장소를 적절하게 학년 수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리 만들었다. 이런 체계적인 과정에 함께 한 아이들은 6학년 정도가 되면 4·3 전개 과정과 그 의미와 가치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감각이 생긴다. 특히나 고학년 아이들이 가정에서 4·3 유적지에 대해 전문가처럼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4·3을 공부하겠다고 연수를 꾸린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학생의 변화를 경험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겠다고 연수를 마련하는 모습은 그 이후로도 그전에도 난 본 적이 없다.


세 번째 이유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4·3의 아픔을 알게 된 아이들은 시선이 변하게 된다. 2학기에 세계 지리를 공부하게 된 6학년 아이들에게 여행 상품을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를 해봤는데 여러 아이의 발표 결이 변했다는 걸 목격했다. 스페인에 가겠다는 여행 상품을 발표하던 찬0이가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스페인 정부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총과 폭탄으로 폭격한 역사가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여행 상품 이야기에 난 전율을 느꼈다. 6학년 아이들은 인류의 역사, 혹은 여행하는 낯선 공간에서도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처럼 아픈 역사를 찾을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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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을 담임할 때 국가 기관의 역할을 배울 때마다 예전에는 각 부처, 장관, 국무회의 등의 기관 역할을 기계적으로 가르치기 바빴다. 목적도 없이 기능만을 익히는 느낌이었고 항상 실패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4·3을 공부하다 보니 무엇을 수업의 목적으로 가져갈지 정리가 되었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은 4·3의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날마다 많은 사건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다. 예시로 보여줄 자료는 차고도 넘쳤다.

일단 6학년에 맞는 4·3의 전개 과정을 익히는데 어떤 4·3 유적지 장소로 소재를 삼을지 고민했다. 학교 교육과정 중점 교육 활동 중에서 평화·인권 교육과정 중 6학년은 전반적인 4·3 전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은 우리 학교의 4·3 평화 인권의 달 교육과정을 위해 선정한 온작품 읽기 도서와 4·3을 공부하는 현장체험학습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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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장소에 대해서도 교원 협의를 할 때 지난하고도 열띤 토론 시간을 거쳐 합의를 한 교육과정이다. 특히 영모원은 도내 최초로 하귀 마을 사람들이 4·3 기념비를 세운 화해의 상징성이 큰 곳이다. 군경 측, 희생당한 도민 측, 항일운동가 측의 비석이 함께 한 자리에 존재하는 이곳은 도내 최초로 관에 의한 것이 아닌 도민 스스로 만들어낸 4·3 기념 현장이다. 이걸 과연 몇 학년에서 소화할 것인가. 그게 관건이었다.

“3학년에서 먼저 가야 합니다.”

“그러기엔 내용이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이해시켜요?”

“6학년에서만 갑시다. 여러 횟수로 가면 아이들은 ‘간 데 또 가?’라고 반응할 거예요.”

결국 4·3의 전개 과정을 가볍게 이해시킬 수 있는 5학년에서 한번 가볍게 다녀오고 6학년에서 한 번 더 경험하며 깊이를 더 하기로 했다.


4·3 현장체험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고 관덕정부터 시작해 오후 4시 30분경에 학교에 도착할 만큼 길고 긴 여정이다. 4·3은 4월 3일에 경찰이 발포한 총격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제주도 항일운동 역사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그 이후 벌어진 도내 경제 상황과 노동 운동을 이야기한 후에야 본격적인 4·3 사건을 말하며 한국 전쟁 예비검속에 의한 학살, 영모원의 기념비까지 배우게 된다. 종일 아이들에게 알아듣게 이 역사를 설명해야 하는 나로서는 매해 3월 중반부터는 4·3 관련 서적을 복습하며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3 현장체험학습이 시작하기 전부터 아이들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도서를 온작품 읽기 자료로 읽기 시작한다. 온작품을 학년별로 정하게 된 것은 계기가 있었다. 도내에서 매번 4·3 수업했다 하면 매번 ‘나무 도장’만 주야장천 읽고 있는 거였다. 물론 ‘나무 도장’은 온작품 도서 가치로 손색이 없지만 매번 학년마다 반복해 배워와서 아이들 처지에서는 이미 지루한 자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교사 연수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저학년을 위한 ‘4·3 없는 4·3 그림책’ 연수를 받기 시작하면서 학년별로 다양한 온작품 읽기 도서를 체계 있게 정하기 시작했다.


6학년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작품을 함께 읽으며 여러 4·3 유적지를 알게 되고 배움 여행의 유적지 또한 공부하게 된다. 온작품 활동이 끝나면 배움 여행에서 본인이 맡은 4·3 및 제주역사 유적지를 모둠별로 담당해서 탐구하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회 교과 시간과 국어 교과 시간을 이용해도 아이들의 발표 준비는 시간이 당최 부족한 편이다. 아이들은 기꺼이 중간 놀이 시간(30분), 점심시간(70분)을 이용해 조사 활동, 발표 준비까지 하게 된다. 교사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 않더라도 본인들이 알아서 조사한다. 이 시기에 학교를 방문하면 아이들이 놀이시간을 할애해가며 자발적으로 컴퓨터실이나 교실에서 머리를 맞대어 뭔가 끄적끄적 적거나 의논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다음은 도의회와 법원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한다. 국가 기관 중 삼권 분립에 해당하는 기관을 방문하게 된다. 사실 제주도여서 그렇지, 만약 육지였다면 국회에 반드시 갔을 것이다. 배움여행으로 육지를 갈 수만 있다면 이 시기에 방문했으리라. 대신 지방자치의 상징인 도의회의 본회의를 방청한다. 매해 방문할 때마다 지역 의원들은 우리 구엄초를 매우 활발하게 반겨주어 아이들의 자부심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해준다. 작년에는 선물까지 받아 와서 지루한 회의를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법원에서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보다 더 깊고 자세한 것도 배우게 된다. 6학년 수업을 참관한 한 중학교 교사는

“어? 이 내용은 거의 중학교 3학년 수준인데 어떻게 6학년 애들이 이해할 수 있어요?”

말할 정도였다. 우리 아이들이 뛰어난 게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이 교육과정과 긴밀하게 맞닿으면 몸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각 국가 기관의 역할이 드러난 4·3 역사 속 자료를 찾아 활동지를 만들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법원과 도의회를 다녀온 이후 정리 활동으로 4·3 역사 속 삼권 분립을 공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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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학습공동체에서 수업 열기를 할 때 6학년은 이 활동지를 이용한 수업을 전체 공개했다.

활동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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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인 내용으로 삼권 분립의 내용을 이해하여 각 기관이 견제하는 내용을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문장으로 표현해 보도록 하였다. 모둠 구성으로 협력 활동을 하게 하였다. 사실 이 활동은 금방 해낼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 되짚어 생각해 보니 이게 그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적용하여 표현까지 해야 하고 법 조항을 이해까지 해야 하니 쉽지 않은 문제였다. 특히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말이 법원이 대통령을 견제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아, 이건 법률에 대통령이 권한이 있다는 내용입니다.”라고 한마디를 보태자 그제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게 아니구나.”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활동지에 나온 한 문장, 한 문장에 섬세하게 접근하고 판단한다. 나도 새삼 배움을 위한 활동지 제작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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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심화 단계인 현재 상황을 판단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활동지는 같은 수업 시간에 앞의 활동지가 끝난 후에 바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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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활동 과제로 제시한 이 글은 굉장히 길고 어려워 보이지만 수업 40분 가운데 15분여 만에 해결된 과제였다. 4·3 관련한 수업 장면 속에서 기본을 잘 배우면 아이들은 항상 놀라운 점프력을 보여주었다. 앞선 4·3 사건 공부라든지, 어려운 과제들을 여러 번 읽어와서 그런지 위의 과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민주주의라는 게 각 기관을 견제하는 게 맞는 거긴 한데 이렇게 난리 나도록 견제하고 그러는 건 좀 안 좋은 거 같아요.”

아이들은 이번 계엄령 사건에 의한 정치적 변화를 골치가 아픈 것으로 해석했다. 아직 6학년으로서 생각하기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교실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도 날마다 야단법석인 교실 모습을 보게 됩니다. 민주주의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서로의 주장과 의견으로 시끄러운 상태라 생각합니다.”라고 내가 말하자 아이들은 무언의 긍정으로 고개를 몇 명 끄덕이기도 한다.


민주주의와 4·3을 공부하면서 나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언제나 이 수업을 준비하고 해나가면서 쉽지는 않지만 그런 뚝딱거림과 머뭇거림은 내가 살아있다고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아이들도 함께 어려워하면서 우리는 협력했다. 올해는 구엄초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4·3을 공부하게 될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돌파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배울 예정이다.



2025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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