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아이들, 교실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

티처뷰 / 김기수 선생님_강원새넷 운양초등학교

「작고 아름다운 학교, 그 이상」, 「학생 삶을 가꾸는 수업」,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열 네 살, 한국에 왔어요」, 「정치하는 아이들(교실에서 시작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수업)」. 모두 한 사람이 쓴 책들이다. 책 제목만 보아도 저자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 그리고 그 실천들을 세상과 공유하며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보다 나은 곳으로 함께 바꾸자고 손 내미는 그의 목소리를 짐작할 수 있다. ‘작고 아름다운 학교, 강릉 운양초등학교’에 근무하며, ‘온갖 일에 간섭하는,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선생 같지 않은 선생’이 되고 싶어 하는 새로운학교네트워크 김기수 선생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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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펴낸 ‘정치하는 아이들(교실에서 시작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수업)’이 학교 구성원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추천을 받고 있던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다음 날, 제가 당시 담임이었던 운산초등학교 2학년 ‘이제그반’에 선포한 ‘김선생님법’을 다룬 수업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어요. 계엄과 탄핵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며 그것을 지켜낸 시민의 위대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학교에서 어떻게 시작하고 삶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지를 제가 경험한 사례를 통해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힘주어 쓴 부분은 ‘다모임’이었어요. 2019년 운양초등학교에서 다모임을 처음 마주한 순간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다모임이야말로 살아있는 민주주의이며, 최고의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이 다모임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운양초와 운산초에서의 다모임에서 일어났던 일을 틈날 때마다 기록해 두었고, 그 내용을 소재로 이번 동화책을 썼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선생님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첫째는 ‘사건’을 통해 학교 밖 세상과 수업과 교실을 아우르는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시민성, 관계성을 가지고 삶과 연계되는 수업을 하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202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평화 행동 프로젝트를 새넷의 「학생 삶을 가꾸는 수업」에 실었어요. 그 이후로 계속 시사,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건을 중심으로 수업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하였어요.


작년에는 강릉 지역에 가뭄이 심했어요. 가뭄이라는 사건을 주제로 아이들과 수업했는데, 아이들은 사건을 주제로 공부할 때 엄청나게 많이 사유해요. 여기서 사유는 문제에 깊이 파고드는 과정으로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삶이 바뀌어 나간다는 걸 경험했어요. 우크라이나 평화 행동과 이 책에 나오는 다모임 사례들도 혁신학교, 작은 학교 교육연대에서 선배들과 함께 공부하며 실천했던 삶을 가꾸는 교육, 삶과의 연결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면서 했었지요. 이런 사건 중심의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의 삶을 바꾸어 나가고 그러면서 존재를 바꾸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삶을 바꿔나가기 위해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집중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시사적인 것뿐만 아니라 우리 반 안에서의 사건으로 수업을 만들 수 있을까? 또 이 수업으로 어떻게 사건화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에 집중하면 좋겠어요.


둘째는 내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치, 내가 주체로서 참여하는 그것이 시민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 교육에서 시작할 수 있다, 아니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이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사상 교육하는 책이냐고 물었어요. 우리는 왜 정치라고 하면 특정 정치인, 정당을 떠올리고 긁히게 되는 걸까요? 정치의 의미를 조금 되새겨 보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게 정치이고 그 필요성이 정치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사건을 통해 현실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문제를 발견하면 개선하기 위해 서로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때로는 싸우고 타협하고 그러면서 하나의 규칙이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다모임을 통해 이루어졌던 거예요. 그런데 어른들도, 아이들도 정치라는 개념을 나의 삶이랑 연결하여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정치라는 개념을 나의 삶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경험한다면, 적어도 어른이 되어 투표할 나이가 되었을 때 정치를 오해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요.


내가 내 생각을 안전한 공간에서 말해보고, 무언가를 결정해 보고, 때로는 내가 결정하고 주장한 것이 구성원의 반대에 부딪혀서 실행되지 않을지라도 타인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는 그 과정들을 이 책에 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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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교에서는 정치, 시사 이슈 등을 주제로 수업이나 활동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우리 사회의 분열이 심화하고 각계각층의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도 우리의 학교와 교실에서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출판기념회를 몇 번 하였는데, 거기에 왔던 한 초등학생의 이야기에요. 3학년 학생이었는데 체육 수업 시간에 약간의 사고가 있었고, 해결은 되었지만,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해 선생님이 체육 시간에 운동은 안 하고 이론 수업만 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그 아이는 이게 김 선생님 법 같아서 자기는 체육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원 대응 방식의 문제도 생각했지만, 우리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어요. 일상적인 수학 시간, 체육 시간 등에서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선택권과 주도권을 주느냐, 학급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급식 순서, 청소 당번 등)을 아이들이 스스로 정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창한 사건 중심의 수업 이런 것보다 교실에서 사소한 것부터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먼저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주시민 교육은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보다 그 학교의 문화 혹은 풍토가 얼마나 민주적이냐가 중요하다는 심성보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런 면에서 강릉 운양초의 특별함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선생님이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소개하시는 운양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2018년도 군 제대 후, 마을공동체 날다 학교에서 서배성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서배성 선생님의 제안으로 2019년도에 운양초등학교에 갔습니다. 운양초등학교는 학교라기 보다는 제게는 ‘공동체’로서 다가왔어요. 운양교육공동체라는 말도 많이 썼지만, 운양초등학교는 학부모님들을 자주 만나고 또 내가 선생과 학생으로서만 만나지 않고 인간 김기수라는 본질적인 자아로 만나다 보니까 공동체로서의 학교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요. 운양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학부모님들을 만나서 반 모임을 해요. 혁신학교일 때도, 혁신학교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계속 유지해 나가다 보니까 부모님들과도 본질적인 자아로서 마주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올해 6학년 아이들 졸업 이후에 학부모님들과 반 모임을 하였는데, 학부모님들이 제게 책을 만들어 선물해 주셨어요. 제가 1년간 학급 밴드에 올렸던 글, 사진을 다시 편집, 디자인해서 1, 2학기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이게 누군가는 품을 내어야만 가능한 일이잖아요? 교사가 품을 내어주는 만큼 부모님들이 저를 신뢰하고, 아이들과 제가 합의를 맞춰가는 본질적인 관계에 대해 부모님들이 이렇게 품을 내어주시는 것을 ‘공동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작은 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공동체성이고 그 공동체성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서로 소통을 꾸준히 해 왔어요. 그런 과정에서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교사는 하고 싶은 수업을 계속해서 할 수 있고, 부모님들이 그 의미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해해 주니까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가 연결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선순환의 구조가 제가 운양에 처음 갔을 때 막 쌓여가고 있었고, 지금은 혁신학교가 제도적으로 사라졌지만, 그 문화를 가꾸어 나가고 이어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저는 마치 놀이터인 양 운양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느낌이에요.


운양초의 공동체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학교의 공동체성은 어떻게 드러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교에서도 인간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학교의 공동체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쉽게 오해하는 게 슬픔이나 힘듦은 직업인으로서 내가 가져야 하는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학부모님들도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힘들면 안 되고 슬프면 안 되고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부터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고 그 감정을 안전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서로의 존재를 오롯이 마주하게 되는 순간인데 감정을 풍부하게 경험하지 못하면 타인과 관계 맺는데 어려움이 생겨요. 공동체의 기본은 내 감정에 솔직해도 안전하다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 같아요. 운양도 초창기에는 많이 싸웠지만 그 시기를 지나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가 생기면서 지금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이들도 내 감정에 솔직해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책에서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광장’과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타협해 나갈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작은 학교 운양이 선생님과 구성원들에게 그런 광장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 운양이라는 광장에서 용기와 끈기가 필요했던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2019년 처음 운양에 갔을 때, 6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아이들이 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로 성적인 발언과 표현을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문제를 고민하다가 반 모임에서 학부모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자리에서 부모님들도 가정에서 겪었던 일들과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성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전문 성교육 강사를 불러서 성교육을 해주길 제안해 주었고, 적합한 분을 찾아보기로 하셨죠. 그래서 아이들과 성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인드맵을 그리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정리하였어요. 우리 반의 이야기를 성교육 선생님에게 전달하고, 교사가 원하는 방향의 성교육을 할 수 있었어요.


교사가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마주했던 어려움을 부모님이랑 같이 협의하고, 부모님들이 제안하면서 그 토대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전문 강사가 우리 반에 맞는 수준의 수업을 할 수 있었고요. 교사가 모든 것을 다 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하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에 용기를 가지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교사회에서 어떤 분은 성취기준에 없어서 그런 수업은 하면 안 된다고도 했지만, 학부모님들과 함께 구성했기 때문에 해도 좋다고 응원해주는 교사들도 있었던 거죠. 그 속에서 끈기와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아이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힘들었어요. 교사가 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달라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제가 권위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이들과 어떻게 합을 맞추고 관계를 쌓아갈까 고민하다가 아이들과 서로 반말을 사용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반말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학부모님들도 많았고 존댓말을 가르치는 옆 반과의 차이 때문에 어렵기도 했지만, 꾸준히 만나서 소통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결론을 유보하는 과정에서 우리 반의 문화로 만들어 갔어요. 그러면서 저는 교사 이상의 인간 김기수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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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를 들으니 학교의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교사도 아이도 부모들도 삶을 가꾸는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들과의 활발한 소통에는 선생님이 그간 해오신 학교 밖 지역 공동체 활동의 경험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의 지역 공동체 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학교 밖에서 선생님들이 기획하고 마을의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 ‘강릉청소년마을학교 날다’가 있고, 지역의 젊은 선생님들과 청년들이 우리 세대만의 공동체인 ‘이음’을 만들어 이주민 학생들을 지원하는 자음과 모음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 이주민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은 학교 안에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지역 전체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가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자음은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고 모음은 이들과 1대 1 또는 1대 2, 3 정도 함께 하는 길잡이 선생님들이에요. 처음에는 함께한 청년과 교사들이 한글을 가르쳐 주기 위해 모였는데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적극적으로 이들의 삶에 함께하기 시작했어요. 모음이들이 보통 2030 세대들이니까 지역의 다정한 언니, 오빠들을 사귀면 좋겠다는 취지로 그들과 계속 만나서 같이 운동도 하고, 까페도 가고, 공예 활동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키오스크로 같이 주문도 해봐요. 그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열네 살, 한국에 왔어요」 에요.


이주 청소년이 급격히 늘어가는 지금 시기에 그들을 존중하면서 적응하도록 지원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군요.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지역 공동체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2015년에 경포초등학교에 발령받은 후에 해군 장교로 3년 근무를 인천에서 했어요. 장교 생활이 제 적성에 잘 맞아서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있던 차에 박원순 시장이 쓴 「마을이 학교다」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마을 교육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 책에 나온 인천 만석동의 기찻길 옆 작은 학교가 괭이부리마을 아이들의 실제 장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문화 봉사 활동을 하는 ‘어울림이끌림’이라는 지역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미얀마 난민 아이들의 정착을 지원해주는 역할에 동참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주말에는 어울림이끌림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평일에는 퇴근 후에 기찻길 옆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학교 밖에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과 마을 교육공동체, 모두가 선생님이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리고 복직 이후에 참여했던 한 연수에서 강릉의 서배성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님과의 인연으로 강릉의 날다 학교를 찾아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지역 공동체 활동을 해보면서 배운 점이나 그 활동들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날다 학교와 자음모음 프로젝트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모두 20대 선생님들이에요. 수업료도 안 주는 봉사 활동으로 진행되는데도 청소년들을 만나는 활동을 여전히 가꾸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 그리고 그런 2030 세대 선생님들이 많다는 게 굉장히 희망적이어서 ‘강원도에 희망이 있다.’라는 인식을 준 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성과는 학교 밖에서 교사들이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마을 전문가와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역량과 네트워킹을 다시 학교 교육으로 가져와서 학교의 교육과정과 수업을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든다는 선순환 과정을 만든 것입니다. 한 사례로 날다학교에 와서 영상팀 길잡이 교사를 한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있었어요. 마을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에서 가르치지 않으면서 아이들과 관계 맺는 법을 고민하고 코티칭을 할 때 교사의 역할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다음 학기의 자유학기제 수업 때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날다학교에서 함께 작업했던 그 전문가 선생님들을 섭외해서 수업하게 되었어요. 전문가가 들어오니까 교육과정과 수업이 달라졌고 그때 영상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했던 아이들은 스스로 동아리를 꾸렸어요. 아이들은 강릉시 영상 미디어 센터에 찾아가서 영상 수업을 받고 독립영화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게 되었어요. 이 모든 것이 개개인에게 사건을 만들어 주었던 것으로 생각해요. 그 사건을 마주했을 때 누구는 거부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교사도 학생도 모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삶을 가꾸고 펼쳐나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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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팎을 넘나드는 활동을 통해 선생님의 교육과정과 수업은 새로운 시도와 프로젝트가 많아서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준비와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주변에 학부모들, 동료들, 선배들 등 많은 분이 도움을 주시고 여전히 어려움이 있으면 선배들이 뚫어줄 때도 정말 많아요. 선배들이 경험했던 사회 문화 자본을 저에게 이식해주는 계기들이 있었고, 저도 이제 열심히 많이 배우면서 또 어떻게 후배들에게 잘 이식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후배들이 할 수 있는 방향도 넓혀주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교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최근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어요. 육아 서적을 보면서 아기를 본다는 것은 수많은 손길이 필요한 건데, 나는 지금껏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을 잘 돌보아 주었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받아왔던 응원만큼 누군가를 응원해주었는지 다정했는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 강하게 키운다고 키웠던 아이 중 누군가는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지금까지 조금씩은 돌아보면서 살아왔지만, 반면교사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조금 더 돌아보면서 활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에 빠지면 쉽게 빠져들어 중독되는 편이라 주변을 돌보지 못했던 것들을 더 생각해 보게 되네요. 주위의 동료들, 선배와 후배들을 조금 더 챙기면서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가정과 학교와 내가 해 왔던 활동들의 조화와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갈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되는 순간, 아이들과 학교와 사회가 다르게 보이게 되는데요.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조금 더 바꾸어 나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첫째는 다양한 학교의 모습을 많이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운양이 저에게 고마운 학교였던 것처럼 다양한 학교의 모습이 있어서 선생님들도 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아내도 중학교 선생님인데 지역의 초등학교 선생님 5명, 중학교 선생님 5명이 모여서 연구회를 하면서 지역에 초중통합운영학교에서 같이 근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어요. 초•중을 연결하고 학년을 통합하고 학교 안팎을 넘나드는 자유롭고 다양한 학교들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지역의 시민들과 함께 학교를 좋은 모습으로 바꾸어 가고 싶습니다. 2025년도와 2026년도에 전교조 강릉 지회장을 맡게 되었어요. 운양에서 배운 것은 학교를 바꾸려면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시민들이랑 함께 학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교사와 아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작년 연말에 ‘북북빵빵’ 이라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서점 2곳과 빵집과 핫도그 집 2곳을 선정하여 시민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치하고 아이들이 서점가서 책도 읽고 빵과 핫도그를 먹으면서 인증샷을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들을 고마워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내준 사진 속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과 학교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혐오하지 않고 더 이해하게 되는 그런 사회를 꿈꾸게 돼요. 지자체마다 작은 단위에서 이런 활동을 해간다면 우리 사회가 로맨틱하고 휴머니즘이 가득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새로운학교 네트워크 선생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번 새넷연수에서도 2박 3일 연수를 모두 듣고 싶었지만, 아기로 인해서 강의만 하고 나와서 정말 미안하고 아쉬웠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저보다 젊은 선생님들이 보이니까 예전에 같이 배웠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선배들은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계속 배워나가고 영감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그 시절에 따라서 조금은 느슨해지고 더디게 갈 수 있겠지만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들이 희망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5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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