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되는 삶의 시간과 공간

특집2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제목이 주는 모호함은 현실의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사회적 이슈가 교육을 흔들기도 하고 교육적 이슈가 사회를 흔들기도 하는 사이 교육적 해법은 점차 힘을 잃고 있는데 이럴 때 원론으로 돌아가 되짚는 것은 비겁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논쟁이 찬반으로 흐르면 해법에 이르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고 교육활동을 선택하는 판단은 주체의 몫이니 판단에 참고가 될 정도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학교에서 2026학교교육과정을 정하는 작업이 한창인 이때,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분위기는 다양하다. 특히 교육활동의 축소를 요구하는 듯한 이슈에 동요하지 않는 사립학교와 대안학교를 보면 공교육의 위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다중지능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시작한 사립대안학교가 지난 10여 년의 혁신학교 운동으로 차별점을 잃어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판타지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교육의 모든 교사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학교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뿐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는 방향이나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민원 발생의 원인제공을 문제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민원 발생의 내용에 따라 학부모 인식의 방향이나 학부모 불안의 원인, 심리적 압박 등을 민원 내용의 요소로 분석할 수 있다. 교사는 학교의 사회적 환경이나 학교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요즘처럼 SNS가 활발한 경우에 개인적 의사결정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문화, 시대, 종교, 환경 안에 붙박여 있는 세계관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는 사람의 지각을 결정한다(Brent davis, Dennis Sumara, Rebecca Luce – Kapler 마음과 학습 – 교육학의 복잡계적 접근, 한승희 양은아 역 교육과학사 2017, p61)고 하니 교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세계관이나 사고방식은 어떤 유형의 것인지 성찰해야만 한다.


급변하는 사회변화의 속도 탓에 마치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학교를 위해서 어떠한 사회가 필요한가를 묻는 이(거트 비에스타, 학습자와 교육과정을 넘어 세계와 함께 하는 교육, 이민철 역, 씨아이알, 2024, p38)도 있다. 더 나아가 사회의 민주적 질에 대한 신념을 고수하고 저항하는 것은 학교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한다.(같은 책 p58) 이 관점에서 보자면 학교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산하는 곳이어야 하고 민주적 질서가 실현되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는 교육다운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다운 교육을 논의하고 이러한 학교를 위해 필요한 사회를 요구해야 한다.


앎이 삶이 되는 교육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는 ‘삶을 위한 교육’을 위해 교육 원리 10가지를 실천하는 교육 운동을 하는 단체이다. 교육 원리 10가지 중 삶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7. 교사는 학생의 발달 단계와 특성, 관심, 생활환경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고 실행합니다.

8. 교사와 학생은 배움을 통해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고 삶의 기술을 익히며 실천합니다.

9.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교재를 준비하고 활용합니다.

10. 학교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와 협력합니다.


공교육 혁신을 이끌고자 모인 단체로서 전통적 교육 패러다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삶을 위한 교육을 중심에 두었다. 새로운 학교의 수업은 학습자 중심, 인지적, 사회적 수업을 지향한다.(새로운학교네트워크 엮음, 새로운 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살림터, 2020) 학습자 중심이란 학생의 발달 단계와 특성, 관심, 생활환경을 반영하여 학생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촉진하는 수업을 말한다. 학습하는 뇌에 관한 연구 방법의 발달로 밝혀진 배움에 대한 정의는 학습의 개별성을 강조한다. 배움은 현실 일부를 움켜쥐어 그걸 뇌 안으로 가져오는 것, 마음속에 세상의 모델을 만드는 것(스타니슬라스 드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How We Learn, 엄성수 역 ㈜로크미디어, 2021 p35)이라는 정의는 학습자의 능동성이 중요하며 학습자가 처한 환경이 배움의 내용이 된다고 본다.


전통적 교육관의 학습이 지식의 전수였다면 삶을 위한 교육의 학습은 전수되는 지식을 학습자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정함으로써 자신의 세계를 구성해가는 과정이다. 배움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성장 마인드 셋을 형성하는 교육은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이루어진다.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 회원은 이러한 교육을 위해 학생의 실태를 분석하여 효과적인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생 삶의 터전으로 배움의 공간을 확장하는 마을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앎이 삶이 되는 교육을 위해 마을이 자리를 내주고 학생의 배움을 위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 교육 사례가 쌓이고 있다. 분명한 교육적 효과가 증명된 교육활동은 꾸준하게 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꾸준하게 유지되는 교육과정의 요구가 사회를 바꿀 수도 있다.


배움이 되는 시간

12월쯤 초등학교 주변에 있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예정 학생들을 데리고 단체 방문을 온다. 그 학교에 입학할 학생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교실과 특별실 등을 다니며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유치원의 시간을 초등학교의 시간으로 연결한다. 초등학생 입학식에서 6학년이 1학년 신입생을 한 명씩 손을 잡고 교실로 안내하는 학교도 있다. 6학년 졸업식에는 5학년이 만든 화환을 걸고 입장하기도 한다. 무학년제 프로그램으로 동생의 학습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고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활동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배움의 맥락을 시간으로 연결하는 효과가 있다. 마음의 흐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부여된 선택지들이 논리적 틀 안에 하나둘 꿰맞춰지는 과정에 관한 것(안토니오 다마지오 자아가 마음에 오다 노민화 역, 그린비 2025 p126)이라는 설명은 학생의 의미 있는 경험이 시간적 특징을 가질 때 가치가 부여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움의 소재가 되는 다양한 텍스트가 학생의 발달과 연계되어야 효과가 있다는 이론은 대체로 받아들이는 교수학습이론이다. 학생이 자기 경험에 대해 언어의 도움을 받아 과거와 미래의 시간장을 만들고 기억의 힘을 빌어 자신의 목적에 맞춰 과거와 현재를 합성하는 의도적 활동(L.S 비고츠키 M.콜 정회옥 역, 마인드 인 소사이어티, 학이시습 2009 p57)을 학습이라고 하는 관점에 비추어 개인의 발달과 관련이 있는 경험을 수업에서 제공해야 한다. 특히 발달의 영향을 받는 초등교육의 텍스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맥락을 기억할 수 있어야 논리적 관계들을 발견하고 확립할 수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도입된 학년군 체제는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사 인사 구조가 학년 단위이고 교과서가 학년 단위로 제작되는 구조적 한계로 학년군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가 교육과정에 초등학생 발달의 관점이 명시되지 않아 학년군 체제는 형식적 틀로 남아있을 뿐이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의 회원들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거나 교사 인사 구조를 학년군으로 편성하는 등의 노력으로 학생 발달을 고려한 교육과정을 편성하려고 노력한다.


배움이 되는 공간

탐구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질문은 학습자의 호기심이 자극되었을 때 생기는데 학습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텍스트는 여러 가지이다. 전통적 학습의 텍스트가 지식(knowledge)이었다면 탐구학습의 텍스트는 앎(knowing)을 만드는 실제 과제, 학생의 진로, 사회적 문제이다. 실제 과제란 판단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정보와 정보 해석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학생이 접하는 새로운 상황은 내용만이 아니라 일상과는 다른 구조로 감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간을 말하고 우리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학생에게 학생의 지식과 능력을 넘어서는 과업을 부과할 때 학습 동기가 생긴다면 앎을 위한 텍스트는 확장되어야 한다.


학습한 내용을 이해했다고 할 때 학생은 배운 내용을 설명하거나 해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운 내용을 실제 세계의 환경과 맥락에서 확인하고 검증하여 새로운 산출물을 만드는 적용의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마을을 이루는 도로와 교통수단, 다양한 업종의 건물은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는 환경이었다면 사회 교과에서 배운 뒤에는 여러 개념으로 묶여서 새로운 경험이 된다. 우리 마을과 다른 유형의 마을이 있다는 것을 배우고 직접 경험하면서 포괄적 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교과서에는 없는 학생의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발견하여 계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나만의 학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배움의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 이러한 넘나들며 배우기(엘리엇 워셔 찰스 모즈카우스키 넘나들며 배우기, 이병곤 역 민들레 2014 p28)를 통해 학교는 단지 능력을 갖춘 일꾼이 아니라 평생 학습자, 가족을 이끄는 지도자, 사회에 참여하는 시민, 정신과 몸이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를 넘어서는 교육

디지털 혁명이라며 학교에 디지털 기기를 밀어 넣고 다시 사용을 제한한다고 한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교과서는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실용화되지 않는 혼란은 교육다운 교육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도입된 역량은 실생활과 관련된 학습으로 성취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생활과 관련된 학습으로 야기되는 불안을 낮춰줄 수 있는 제도도 정책도 미흡하기만 하다.


두려움은 실제적인 또는 지각된 목전의 위협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지만, 불안은 미래의 위협에 대한 예상(조너선 하이트 불안세대, 이충호 역 2024 웅진지식하우스 p51)으로 학교는 한 영역에서 생기는 두려움을 불안으로 증폭시킨다.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으로 인한 가상 세계의 영향으로 학생의 정신세계가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 세계의 경험을 늘려야 하는데, 정작 학교는 안전에 대한 불안으로 얼어붙어 있다. 제도와 정책과 같은 시스템의 문제를 교사의 소명 의식으로 넘어서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두려움을 감지하는 본능을 강화한다. 불안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건강을 망치게 된다. 인간의 자아의식은 생명 유지와 관련된 비의식적 과정들과 다른,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길을 개척했다고 한다. 단순히 생존만이 아닌 생존의 질을 판단하는 자아의식은 영성과 초월의식에 다다르도록 발전한다. 극도로 분열된 사회, 온갖 위험을 보도하는 언론과 불평등이 심화하는 사회를 바꾸는 교육을 하는 교사는 일상을 초월하는 영성을 가져야 한다. 종교적 믿음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나와 그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이다.(김상봉 영성 없는 진보, 2024 온뜰 p117) 교사에게 역사란 교육다운 교육을 위해 거쳐 온 땀과 눈물이다. 교육 민주화를 위해 해직되거나 부조리에 저항한 동료들, 시간을 쪼개어 교육과정 설계를 하고 수업 연구를 하는 교사들, 불안을 폭력으로 표현하는 아이를 품는 교사들이 하나라는 믿음이 불안을 잠재우고 교육다운 교육을 위한 용기를 줄 것이다. 한발 앞서는 우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2025 겨울호 목차

1. 시론
2. 포럼&이슈
3. 특집
4.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5. 티처뷰
6. 전국NET소식
7. 이 책 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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