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새넷지원센터
3년간의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마스크를 벗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지만, 학교는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다. 교사도 학생도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의 변화에 서로 적응해 가기도 힘든데, 교실 속 아이들은 관계를 만드는 경험,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 등에서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모습들을 드러내며 그간의 교육과 생활의 공백이 직, 간접적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오늘도 쉬는 시간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아이들의 상처를 만나고 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로 가려져있던 3년간의 후유증이 회복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3년은 족히 더 걸릴 것 같다는 자조적인 한숨이 새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021년 7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으로 국가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심리, 정서, 사회성, 신체건강에도 부정적 영향들이 나타나면서, 단순한 일상 복원을 넘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교육여건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학습·심리·사회성 결손 극복을 위한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국가 역량을 신속하고 책임있게 집중 투입하여 학생의 학습, 심리‧정서 등 결손을 종합지원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교육회복을 꾀하고 더 나아가 미래교육으로 도약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교육회복 종합방안의 주요내용은,
1. 교육(학습‧정서‧사회성)결손 회복 지원
2. 유아·직업계고·취약계층 맞춤 지원
3. 교육여건 개선
을 위한 지원방안정책이고, 교육부는 이를 위해 국고 및 국가시책사업 특별교부금을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약 8천억 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교육회복 종합방안의 일환으로 학교에 교부된 ‘사회성 및 심리,정서회복지원’의 운용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학교 문이 닫히고, 사회적 안전망이 위협받는 상황을 경험한 우리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되찾아 주기 위해 교육 회복의 방향을 어떻게 세우고, 교육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새넷 지원센터를 통해 조사한 설문을 보면,
‘사회성 및 심리,정서회복지원 예산’이 사용된 영역은 문화예술활동 프로그램 운영과 현장체험학습비 지원, 학년특색활동 등이 많았으며, 심리정서 상담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 지원, 생활교육관련 등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진행하기 어려웠던 프로그램이나 어려움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교육활동의 다양성을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들이었다고 답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예산으로 인해 교사들은 새롭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지원정책이 없어진다면 이런 프로그램들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예산 사용의 장점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 전환 및 적극적인 활동, 다양한 교육활동 지원 가능, 쉬운 정산, 학생의 심리, 정서에 관한 지원, 관계 세우기를 통한 학폭예방효과, 교과 연계 및 통합활동, 그리고 지역사회 활용을 통한 사회성 향상, 부담 없이 실험적인 교육활동 추진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상황인식에서 출발한 기획으로 목적성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예산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학급 학생 특색에 맞게 필요한 영역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선생님 또는 학생의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할 점은 교사의 교육적 판단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공유 및 기관 연계,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 설정, 학기 초 관계 회복에 활용하도록 예산을 조기에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사회성회복지원 예산으로 ‘학습회복’을 위해 교과보충, 학습컨설팅 등의 교과특별 프로그램, 기초학력 향상, 대학생 튜터링, 학습클리닉, 진로탐색활동을, ‘심신, 심리 정서 회복’을 위해 위(Wee)센터 개인 상담, 종합 심리검사 및 심리치료, ‘사회성 회복’을 위해 체험활동, 메이커 프로그램, 다양한 독서 및 독후활동, 반별, 학년별 프로그램, 축제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음은 사회성 회복예산으로 운영한 학기말 학교자율과정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을에서 비빌언덕을 만났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배우고, 마을 분들의 가치들을 만나면서, 다시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인 거 같아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배워서 너무 새로웠고 또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도 질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어른들, 친구들하고 잘 나눠보지 않은 말들이잖아요." 00중에 다니고 있는 1학년 김** 학생은 꼬꼬우 프로젝트를 이렇게 기억한다.
"일단은 섭외 전화를 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이전에는 주로 선생님들이 섭외해주시고 우리는 그냥 일방적으로 약간 따라가는 느낌인데 정말 우리끼리 함께 얘기하고 계속 어디를 갈 건지 생각하고 이런 과정에서 또 섭외 전화도 직접 해보고 대본도 직접 짜고 그런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학교에서는 이런 기회가 별로 없어서 이번 경험이 더 소중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어른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도 선생님들이 대부분 내용을 주시던가 주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했는데, 이번엔 진짜 저희가 직접 섭외하고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했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생기면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많은 학교들이 12월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까지 남은 1, 2주 동안에 수업을 정상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선생님들이 성적처리와 생활기록부 마무리, 학기말 업무 폭주로 정신없다보니 교실에선 자율학습이나 영화감상으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안전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성교육 등 미뤄뒀던 교육 등을 주로 외부강사를 초청해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흥미나 자발성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2022년 이후,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육과정 내 20% 내외로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한 학교자율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수업, 특색있는 수업을 고민하고 시도하는 기회가 생겼고, 올해는 사회성 회복 예산으로 코로나 이후 멈추었던 친구와의 관계, 마을과 학교의 관계, 배움과 삶의 관계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꼬꼬Me(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이야기), 꼬꼬You(너의 이야기), 꼬꼬의(의정부이야기)를
꼬꼬우(우리이야기)로...
지난해 12월 말, 00중학교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리 이야기(꼬꼬우)”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한 청년 퍼실리테이터들과 각 반의 기획단이 기획하고, 마을의 공간과 사람들을 찾아가서 직접 인터뷰를 하며 그들의 다양한 가치들을 듣고 나의 삶의 가치를 찾아가며, 마을의 어른들이 "비빌 언덕들"이 되어줄 수 있음을 확인하기도 하는, 지역연계-학생주도 진로탐색활동을 운영했다.
먼저, 교사들과 졸업생 청년들로 이루어진 사전 기획모임에서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적을 공유하고 큰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기획-운영-평가의 과정이 학생주도로 만들어지기 위해서 기획부터 바로 학생들을 참여시켰다.
이렇게 모인 각 반에서 모인 기획단 학생들은 청년 퍼실리테이터들과 함께 목적과 방향을 잡고 반에 들어가 모둠을 이끌게 된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꼬꼬Me(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이야기)', '꼬꼬You(너의 이야기)로 스스로와 서로를 탐색하는 준비 프로젝트를 운영하였고, 이런 활동을 왜 하는지, 이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나눈 후 인터뷰를 진행할 MC와 기획, 기록(촬영, 녹음), 정리(정리, 전사), 발표 및 공유까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발표방식과 준비물도 스스로 정했다.
사전 기획을 통해 선생님들과 청년 퍼실리테이터, 각반 기획단들이 조사한 마을의 네트워크들을 공유해주면, 각자의 모둠에서는 인터뷰하게 될 사람을 떠올리고 키워드를 적고 사전 조사를 하며 우리 모둠이 찾아 나설 장소와 사람을 직접 전화하고 취지를 설명하며 섭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셋째 날에는 인터뷰 주제에 맞게 질문지를 작성하고 마무리에 감사의 인사와 선물 증정까지 준비한 후, 직접 마을의 공간과 사람을 찾아 나서서 인터뷰를 하고, 답변 내용을 정리했다. 마지막 넷째 날에는 인상적이었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 의정부의 ‘비빌 언덕’인 You에게 하고 싶은 말과 You의 이야기가 나에게 주는 의미를 찾아 공유하는 과정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가 된다.
꼬꼬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진로교사는 “학생주도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무엇을, 어떻게 학생주도로 진행하게 할 것인가를 공유하며 교사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끊임없이, 세심하게 교사들이 학생들의 상황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고, 마을과 연계 교육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역사회에 학교와 함께 교육활동의 의미를 공유하고 만들어 갈 수 있는 물적,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있느냐 하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삶, 사람에 의한, 마을을 위한, 마을에 관한 교육과정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라며 학생주도 마을연계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시했다.
☃️흰눈이 펑펑 내린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에요. 00중 1학년 친구들이 다양한 직업 체험을 위해 꼬.꼬.우라는 활동을 하는데요. 제로웨이스터로 저를 인터뷰하러 와주었거든요. 친절하게 미리 보내준 예쁜 질문지를 들고 차분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이 얼마나 의젓하고 예쁘던지요... 게다가 정성가득 손편지에 힘나는 선물까지!!! 중1학생이라는 게 믿기지않을만큼 수준높은 인터뷰어들이 나를 돌아보고 살림가게의 가치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어주었어요. 저야 학생들이 제로웨이스트에 관심갖고 물어봐주는 것으로도 감사하니까 없는 시간이라도 꼭 내서 정성껏 답해드려야지요!! 친구들 고마워요~ 이 멋진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시는 00중쌤들 감사해요. 우리 친구들 참 잘 크고 있네요❤️
의정부 제로웨이스트매장 살림가게 주인장인 정00씨가 아이들이 다녀간 날 SNS에 남긴 글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찾아온 아이들을 보고 감동하는 어른들, 따뜻하게 환대해 준 마을의 비빌 언덕들을 만나 혼자가 아니라 주변에 나를 도와줄 어른들이 있음에 안도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과 어른들을 연결하며 뿌듯해지는 선생님들과 퍼실리테이터 청년들. 코로나 이후 무너진 관계를 세우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서로를 돌보는 마을과 학교를 만드는 참 따뜻한 교육과정이다.
자치와 연대를 통한 교육회복
사회성 회복 예산을 사용하는 학교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기존의 목적사업비와는 달리 특별한 제약과 절차, 보고서도 없는 예산이기에 목적과 절차, 사용 방법과 내용에서 단위 학교의 자율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마땅한 담당 부서가 나서지 않아 신청을 꺼려하는 학교에서부터 부서와 학급의 요구를 받아 편성하고 각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도 하며, 학교의 비전과 목표에 따라 코로나이후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처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학교도 있다.
학교 교육과정의 역량은 교육과정의 핵심적 주체자인 교사의 태도와 자세 그리고 집단지성에 달려있듯이 자유로운 예산일수록 교사들의 관심과 역량, 지역사회의 인프라, 학부모, 학생의 참여수준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무너진 아이들의 상처를 회복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원래의 목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한 부서의 사업으로 방향과 내용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의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변화와 회복의 역량을 만들어 내는 학교자치의 리더쉽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는 계층 간 교육격차를 한층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성, 심리, 정서 회복 예산이 학교에 지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나 지방 소도시의 경우는 교과보충 강사나 튜터링 대학생을 구하기도 어렵고, 다양한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중앙·지방정부를 비롯한 모든 교육주체가 함께하는 교육회복을 위해 국가·지역단위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상황과 학교상황에 맞춰 지원할 수 있도록 교원, 학부모, 정신과 전문의, 상담, 복지전문가 등이 결합하여 지역의 과제를 발굴하고, 관리하며, 학교운영을 지원하고 교육과정에 투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공동체 회복추진단을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코로나 팬더믹의 교훈을 바탕으로 학교의 존재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다시 반복될 수 있는 감염병의 시대, 예측불가능한 시대에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정체성의 회복을 통해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어야 한다.
결국, 교육의 본질, 학교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교육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시키는 것이고, 이것이 우리 교육을 회복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다.
2023 봄 호 목차
들어가는글_2023 새넷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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