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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May 22. 2023

인천새넷 장도초등학교 한학범 선생님 인터뷰

티처뷰 / 한학범_장도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천 장도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한학범입니다. 벌써 30년 넘게 학교에서 아이들과 공부하고 있네요. 너무 오래 있는 듯 싶어요. 2022년에 교원연구년 특별연수를 하고 올해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1개 학급 체육전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소개를 좀 더 자세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학교나 학교 밖에서요?

  저는 학교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그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교사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나는 앞에서 끌고 가는 역할보다는 서포트를 하는 역할이 제게 맞다 싶어요. 집사 같은 역할이요. 15년 전에 학교를 옮기면서 쳇바퀴 돌듯하는 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하여 2년간 교원대 풀타임 대학원 파견 기회를 얻었어요. 그 이후로 석사과정에서 공부했던 지인들의 권유로 공부를 더 해서 박사과정을 이어갔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학교나 학교 밖에서 저의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도 같습니다. 2018년에 민주시민 교육 아카데미 100시간 과정에 참여했어요. 초중고 선생님이 함께 모여 1년 동안 학습했어요. 이때 저는 여기에 참여하신 선생님들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고 참여 교사들이 가졌던 민주시민성에 대한 인식을 글로 썼습니다. 저는 약간은 외부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글로 남기는 역할을 했습니다.


 선생님의 이런 활동 중 인천 새넷의 정책 연구 분과 활동이 궁금합니다.

  처음 참여한 시점은 2016년에 새넷에서 북 콘서트를 했을 때에요. 현재 마을 교육을 함께 하시는 저자 현광일 선생님 사인을 받았지요. 이 북 콘서트와 연결되어 이론 정책 분과에 참여하게 되었고, 처음에 4명의 선생님이 모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공부가 한 달에 한 권씩 꼬박꼬박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면서 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권씩 4년째 세미나를 이어오시다니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세미나 활동 개최에 대해 인천 새넷 선생님들께 포스터로 알렸어요. 어떨 때는 10명이 넘는 다양한 분들이 모이기도 하면서 독서세미나를 이어왔어요. 계속해서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4명의 고정 멤버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읽을지 방향을 잡아주시는 현광일 선생님, 앞에서 주도적으로 끌고 가시는 김창진 교장선생님, 언제나 성실하게 함께 해주시는 윤치권 선생님,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이에요. 때로는 철학 전공자를 초대하여 함께 연속강좌를 청강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는 이론 정책 분과는 어떤 공부를 하시나요?

  저희가 생각하는 것은 ‘발달 교육’이에요. 잠깐 여담을 하자면 이번에 새넷 총서 ‘학생 삶을 가꾸는 교육’을 읽었는데 그 책도 큰 틀에서 이런 측면이 아닌가 생각했고, 감명 깊게 읽었어요. 다시 돌아와서 발달 교육 얘기를 해볼게요. 발달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일수록 현장의 교육을 바라보며 학생의 발달과 교육에 대해 간극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처음에 읽은 책은 현광일 선생님이 쓰신 ‘경쟁을 넘어 발달 교육으로’, ‘교사와 부모를 위한 발달 교육이란 무엇인가’ 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고츠키, 듀이 등을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2021년에는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듀이의 교육철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에는 교사의 철학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듀이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공부하자면서 듀이 다시 읽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듀이 번역본 전권을 구입했는데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요. 그 책들을 살펴보니 듀이 철학의 원천은 윤리와 도덕 등 개인이 가져야 할 가치, 더 나아가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어서 사회 진보, 사회 혁신 등 매우 거시적인 이야기를 남겼어요. 교육은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으로서의 실천이었다는 점에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하다 보니 저희 공부를 한마디로 말하면 ‘발달, 삶, 존재’에 대한 것 같네요.

 이론과 현장은 다르잖아요. 공부를 한 후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데 변화된 것이 있으실까요?

  모든 공부는 하고 나면 일부가 몸에 남는 것 같아요. 발달 관점, 성장 관점, 존재론적인 관점 등이 나의 몸에 조금 새겨져 있고, 이를 통해 이것이 주변 현상을 볼 때 자연스럽게 다른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변환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내 관점만이 아니라, 좀더 넓게 그러면서 깊게 이해하게 된 거 같습니다. 아직 미숙한 아이들을 위해 교사가 안내해야 하는 것과 아이들이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잘 조화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반반 치킨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체육 시간에 저는 천천히 여유 있게 시범을 보여주고, 미리 파악한 아이들의 건강 상태, 기질, 운동신경 정도에 따라 활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3, 4, 5, 6학년의 체육수업을 하는데 일주일 저의 패턴은 3학년, 5학년, 6학년, 4학년, 3학년, 6학년의 순서로 리듬을 이어갑니다. 초등학교의 발달 단계는 학년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큽니다. 6학년일수록 자유도가 높게, 5학년은 그보다 조금 낮게, 이런 식으로 맞추어갑니다. 4학년 뜀틀의 경우는 스텝바이스텝으로 제가 모든 아이들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면서 수업하는 거죠. 한 번에 한 명씩 통제 아닌 통제, 안전한 질서 속에서 모든 아이에게 참여할 기회를 부여했어요. 그렇게 발달뿐만 아니라 아이들마다의 성향도 잘 파악하면서 만들어 가는 게 저의 역할이고 나머지 부분은 아이들이 만들어 나가도록 합니다. 서로 반반인 거죠. 그 비중의 차이는 학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요. 체육 시간에 보면 욕구가 넘치는 아이, 기능이 아직 덜 발달한 아이, 열심히는 하지만 자기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줄 모르고 도전하는 모습이 위험해 보이는 아이, 어느 한계 이상을 넘어서는 도전은 안 하려는 아이 등 모두 다른 스펙트럼에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맞는 스캐폴딩을 순간 순간 조합하여 치킨을 완성해 갑니다.


 올해의 공부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올해는 이슈페이퍼, 정책대안 등 지금까지 해온 것과 연관하여 생산을 해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정책과 교육 현장과의 간극에 대해 ‘이 정책은 무엇이 부족하다’, ‘이 현장에는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처럼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저희 이론 정책 분과에서 꾸준히 하던 세미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왜 지속 가능한 디지털 공동체인가?’에 대한 세미나가 5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 새넷뿐만 아니라 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의 공동연구원, 인천 혁신교육전공 대학원 공동주도성팀 등에 참여하여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정책과 현장과의 간극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학술논문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회 논문까지 쓰시다니 정말 많은 일을 하시는 거 같아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제가 교사로서 어떤 정체성이 어울릴지, 어떤 정체성을 보여야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구자로서의 교사가 되기는 많이 어렵더라고요. 현장에 있으면서 연구를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한 기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 현장은 일 년이 지나면 리셋되는 거 같아요. 이것이 기록되지 않으면 쌓이지 않고 그러면 깊어질 수 없으니까요. 사례집과 연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자로서, 증거자로서의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저에게 맞고 제가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모습이 저의 현재 정체성입니다. 학교 현장에 무수한 실천사례가 있습니다. 그것과 함께 조금 깊게 의미를 부여하는 일, 연구논문으로 분석하여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연구 학술논문은 누군가 필요할 때 검색할 수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해 막혔던 누군가에게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교육 실천을 기록하는 기록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방향의 실천을 많이 해봤는데 이즈음의 저의 실천은 곱씹고 되돌아보는 일에 있습니다.

 새넷 선생님들께 마무리 인사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 보니 저의 정체성에 대해서 스스로 정리가 되네요. 예전에 10년 차 교사는 열정, 20년 차는 기술, 30년 차는 사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교사도 이렇게 발달 단계가 있듯이 실천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30년 차 교사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저의 사랑은 무장된 사랑인 것 같습니다. 촘촘한 사랑으로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게 가로세로 그물코로 무언가를 담아내고 그물코를 더 이어갈 수 있는 방식으로 교사들, 그들의 삶을 기록하여 남기고 싶습니다. 교사마다 자기의 모습에 따라 자기다운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게 교사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직 생활이 수렴되면서 나의 길을 가게 된 것처럼 새넷의 선생님들도 자신에게 맞는 실천을 찾아가시기를 기대합니다.



2023 봄 호 목차

들어가는글_2023 새넷 봄
1. 시론
2. 특집
3. 이슈 & 포럼
4. 전국넷
5. 티처뷰
6.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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