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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Aug 17. 2023

함께 성장하는 수업 나눔 이야기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 이현주_가람중학교 교사

  교사라면 누구나 수업을 잘하고 싶다. 

  교사들은 수업역량을 키우기 위해 연수에 참여하고, 연구회 활동을 하는 등 각자의 최선과 노력을 다한다. 내가 이전에 수업역량을 계발하기 위해 참여했던 것은 전국 체육교사모임, 부산 체육교사연구회였고, 그 연수를 통해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성장해왔다. 그러나 연수 중에는 희망과 도전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내가 서 있는 수업 속에서는 쉽게 발현되지 않았고, 다양한 수업 기법과 방법들은 나의 수업에 맞지 않은 것들이 많아 연수와 실천을 반복적으로 오가면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수업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나 혼자 나의 수업을 했다기보다는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과 학교 내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민망하지만 우리 학교 수업 이야기는 나에게 자부심이고 누구든 붙잡고 알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행복하게 기꺼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학교에서도 나와 같은 도움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나는 내 수업 이야기 보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수업을 위해 함께 노력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신규 때부터 나는 수업이 두렵고, 아이들의 눈빛이 언제나 신경 쓰였으며, 스스로 나의 수업이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을 못해.”, “나는 ~~이 부족해.”, “나 때문에 아이들의 배움의 경험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 끝없는 부족함에 대한 갈증으로 수업에 대한 열등감이 내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가람중학교에서 한 해 한 해 경험과 노력이 쌓일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힘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펼쳐낼 수 있었다. 나에게 수업은 더 이상 두려움과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해결의 대상이고,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협업이며, 나의 가능성과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학교 모든 교사의 변화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혼자 노력하고 애써왔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고, 깊이 있게 나아갈 수 있었던 시간임은 분명하다.


  우리 학교는 2017년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교육과정과 수업, 두 축을 변화와 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둥으로 삼았다. 그중 수업은 쉽게 토론의 장에 올리기가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보지 않고는 내 수업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내 수업을 열지 않고는 스스로 성장하기 어렵다.”라는 선배 교사의 의견과 솔선수범으로 첫해 6개의 수업이 열리게 되었고, 수업 나눔을 통해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아래의 글은 가람교육공동체, 『오늘과 내일을 잇는 학교』, 호밀밭(2023)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실었음. 


1. 학교의 지원

  교사의 성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학교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 학년 협의회, 전체 교사 연수 등은 철저하게 교사의 요구, 교사의 필요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실천된다. 그 과정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적극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1) 교사 성장의 출발점이 되는 새 학년 준비 워크숍 

   교사들의 ‘공동의 학습’은 새 학년 준비 워크숍에서부터 시작된다. 매년 구성원이 바뀌는 공립 학교는 정체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공동’의 목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함께 존재한다. 이에 매년 2월, 5일간의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을 통해 해당 연도에 조금 더 중점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초점화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2022년 가람중학교 새학년 준비 워크숍


  새 학년 준비 워크숍에서 논의한 여러 교육활동은 자연스레 학기 중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2022년 새 학년 준비 워크숍에서 진행했던 평가 혁신 연수를 바탕으로 4명의 교사가 1학기부터 자신의 평가 방법을 바꾸어 적용했으며, 융합 수업 및 수업 나눔 역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의 논의를 바탕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을 통해 배우는 것은 전입교사만이 아니다. 기존의 교사들도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의 비전이나 각 활동들의 의미를 잊고 하루하루 교육활동을 해내기에 바쁘다. 그렇기에 2월 새 학기 준비 워크숍 5일은 잠시 숨을 고르고, 학교 교육활동의 본질을 다시 함께 배우고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2) 방향성과 전문성을 함께 확인하는 전문가 초청 연수 

  학년말 교육과정 평가회를 통해 앞으로 학교가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 더 채워야 할 지점은 어떤 부분인지 성찰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 2회 이상 전문가를 초청하여 전 교사가 함께 연수를 수강한다. 이때 품이 많이 들더라도 가능한 해당 분야의 권위자를 모시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3년간 가람중학교의 모든 교사가 학교 내에서 대면으로 수강한 연수는 아래와 같다. 이러한 전문가 초청 연수는 주로 새 학년 준비 워크숍 기간 및 시험 기간, 방학식 등 시간을 비교적 길게, 그리고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짜로 미리 계획하여 진행한다. 이러한 대면 연수는 강사와 학교 간에 조금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하고, 이는 이후 학교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연수의 경험은 해당 연도 교육활동과 연계되고, 나아가서는 후년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리더그룹에서는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간다.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함께 학습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연수는 마중물 혹은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또한 교육공동체가 같은 연수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공통의 배경지식 및 목표를 갖게 하여 학교가 일관된 교육활동을 펼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각 교사는 스스로 또 함께 더불어 성장을 맛볼 수 있다.


3) 집중적이고 본격적인 학습터 전문적 학습공동체’ 

  우리 학교의 경우 학년 단위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해 왔으나 각 학년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이 전체로 공유·확산하지 못하고 휘발되거나, 모임별 깊이의 차이가 생겨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일원화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수업’에 전 구성원이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교사들의 ‘공동의 학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요일을 5교시로 줄이고 목요일을 7교시로 늘이는 형태로 일과를 조정하였다. 5교시 후 일찍 하교하는 학생들은 자율동아리 활동, 방과후활동이나 ‘자기 성장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원하는 형태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 7교시로 늘어난 목요일은 자유학년제 수업과 스포츠 클럽 시간으로 배치해 다소 길어진 일과에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 나눔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의 핵심이 되는 순간은 수업 시간이다. 교사에게 ‘수업’은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고, 교육청 차원에서도 수업과 관련된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사 스스로가 각종 연수, 수업 컨설팅 등 자신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학교는 2021년부터 ‘수업’을 중심으로 학교 전체 단위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업 중심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전부터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수업을 나누어 왔는데, 이러한 공동체의 함께 하는 노력은 구성원 스스로 수업을 볼 기회가 많은 학교, 다른 말로 내 수업을 함께 하는 교사가 많은 학교로 인식하게 했다.


1) 천천히 단계를 밟아 시작하는 수업 나눔 시작기 

  우리 학교 수업 나눔의 출발은 수업디자인 전문적 학습공동체였다. 공식적으로 수업 나눔에 앞서 뜻이 맞는 교사들이 모여 자신의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었다. 여기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혼자 고민해온 자신의 수업을 동료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또한 혼자서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기도 하고 자신이 해왔던 수업의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했는데 이는 더 깊이 수업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이 경험이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수업에 중점을 둘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2) 혼돈과 갈등의 시기를 지나 맞이하는 수업 나눔 정착기 

  우리 학교 수업 나눔의 기본 틀은 ‘배움의 공동체’의 나눔 방식을 참고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나눌 것인가 막연했던 때 연수를 통해 ‘배움의 공동체’를 접한 선생님들의 제안으로 모두 온라인 연수를 들으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첫해 6명의 제안수업 지원자를 시작으로 수업 나눔의 따뜻하고 유쾌한 시간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 경험은 전체 교사들이 2년에 1회는 전체를 대상으로 수업을 열자는 약속으로 이어졌다.(이는 매우 중요한 약속으로 매년 설득과 공유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수업 나눔의 형태는 사전 수업디자인-제안수업-수업 나눔의 순으로 진행된다. 수업디자인에서는 수업자가 미리 작성해 온 수업 지도안을 바탕으로 동료 교사들에게 의도를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타교과 선생님들의 다양한 제안과 협의를 통해 수정·보완된다.


  제안수업은 주로 방과 후, 제안수업 대상 학급만 방과후에 추가로 수업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업무 담당자는 교사와 학생을 1:1로 매칭하여 교사들에게 미리 안내하고, 실제 수업 현장에 전 교사가 모두 들어가 자신이 맡은 학생과 그 모둠의 배움을 관찰하게 된다. 사전 수업디자인에 참여한 교사들은 수업의 흐름과 수업자의 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있으므로 더욱 깊이 있게 수업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수업자도 동료 교사들과 함께 디자인한 수업을 하므로 내 수업이 아닌 우리의 수업으로 인식하며 수업 공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수업 나눔은 제안수업 후 곧바로 이어지는데 수업자의 소감, 관찰한 학생 모둠 그대로 교사 모둠을 만들어 의견을 나눈다. 주로 관찰한 학생의 발화나 행동, 모둠 내에서 오갔던 상호작용이나 의미 있는 지점, 자신이 배운 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둠의 나눔이 마무리되면 전체 단위로 공유한다. 수업디자인-제안수업-수업 나눔의 과정을 거치며 교사들은 수업자의 의도가 실제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학생들은 어떤 것을 배웠고, 그 배움의 형태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3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던 제안수업은 코로나19 여파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된다. 기존의 형태로는 ‘밀집도’가 높아 위험했고, 개학이 거듭 연기되면서 수업 나눔을 위한 시간 확보가 어려워졌다. 그리고 같은 형태의 수업 나눔을 거듭해오면서 본질보다는 학생의 말이나 행동만을 기계적으로 적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한계를 느낀 교사들이 생겼다. 이는 수업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잊은 채 단지 관성적으로 수업 참관과 학생 관찰이라는 형식에만 매몰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 교사 속에 존재하는 수업이라는 세상을 만나는 도전 수업 알아차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업을 나누는 방법, 수업자의 내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수업 나눔의 방법을 위한 고민을 이어간 결과 ‘수업 알아차림’에 함께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업 알아차림은 신을진(2015)이 ‘수평적 상호작용 방법을 사용해서 수업과 관련한 교사의 능력이 현재 수준에서 시작해 잠재적 능력과 가능성이 완전히 발휘되는 수준에 이르도록 함께하는 과정’이라 정의되는 수업 코칭에 현상학적 방법론, 장이론, 대화적 실존주의 등 게슈탈트 상담 이론의 주요 원리를 적용하여 고안한 수업 나눔의 형태이다.


  즉, 교사 자신이 지금-여기에서 자신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다른 수업을 할 때 이전과 달라진 선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 수업 코칭에서의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있다. 


  수업 영상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업 나눔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였다. 어렵게 정착시킨 수업 나눔 문화를 코로나19로 유야무야할 수는 없었기에 어떻게든 수업을 나누는 문화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적용단계 

  수업 나눔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학교에 도입할 때는 기존에 해오던 것과 융화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적응하는 과정과 그를 위한 기초 작업을 반드시 거칠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가 수업 알아차림 연수를 실시하기 위해 거친 단계는 다음과 같다. 



  단순히 기존의 방식을 대체하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에 해오던 수업 나눔 방식에 수업 알아차림을 융합한 것으로서, 수업을 좀 더 깊게 나누고자 하는 고민에서 도출된 우리 학교만의 고유한 새로운 형태의 수업 나눔 방식이 탄생한 것이다.


  실행단계 

  우리 학교와 수업과성장연구소의 업무협약은 ‘연구용역’ 형태로 체결되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의 풍토와 학생·교사에 대한 이해가 쌓인 외부 전문가가 수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교사의 수업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학교나 교사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전 교사, 전 학급의 수업을 촬영하여 함께 분석했다. 또한 학생, 교사, 학부모 중 일부를 선정하여 심층 면담을 진행하고 수업 성장의 방향을 설정했다. 2학기에는 학부모 연수를 통해 그간의 과정을 공유하였다. 


  학교에서 한번 만들어진 문화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좋은 말만 하는 수업 나눔의 문화, 최선을 다해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공감을 포장한 충고, 평가, 판단, 조언의 일방적인 이야기,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은 조급한 마음 등 진정한 공감을 바탕으로 한 수업 나눔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괄호 속에 넣고 수업자를 온전히 공감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는 과정에서 진심을 느끼고, 신뢰가 생겨나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이끄는 전문가 또한 밀접한 관계 속에서 변화의 과정을 함께 하며 서로에게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17명의 교사가 수업 알아차림의 수업자가 되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얻었다. 업무협약 1년 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수업자들은 각각의 알아차림을 얻어 갔지만 다른 교사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업자에게 좋은 것은 알겠지만,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내 수업으로는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1년으로는 개념적으로만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답답함과 더 제대로 하고 싶다는 교사들의 열망으로 1년 더 업무협약을 연장하게 되었다. ‘수업 알아차림’의 과정과 그 핵심인 공감적 대화에 임하는 풍경은 2년 차를 거치며 비로소 안정적이고 실천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년의 수업 알아차림 이후의 변화

  학교로서는 꽤 오랜 시간 외부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깊은 수업 알아차림을 이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첫째, 시스템으로 정착한 것이다. 함께 수업 영상을 보면서 수업자의 반응에 집중하고, 수업자의 흐름에 맞추어 수업을 본다. 불쑥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하거나 쉽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수업 알아차림 도중에 수업자와 모둠 선생님들의 몰입을 방해하거나 도중에 드나들지 않는다. 관찰기록지도 수업 알아차림에서 이야기하는 6가지 관점을 적용하였다. 전체 알아차림과 학년 알아차림을 선택하고 진행하기 위해 2월에 미리 제안 수업 날짜를 정해둔다. 


  둘째, 수업자의 변화이다. 영상으로 자신의 수업을 직면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동료들을 믿고 참여하며 자신이 보지 못했던 수업 속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업자는 자신의 수업 지향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동료들의 지지 속에서 스스로 찾아 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 경험은 교사의 자신감과 소속감을 높이고 이것은 변화의 큰 동력이 된다. 


  셋째, 동료 교사들의 변화이다. 선생님들은 수업 알아차림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수업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 바람직한 공감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발언의 순서를 지킬 것, 자기 생각이 아닌 맥락을 따를 것, 영상을 보면서 수업자의 비언어적인 행위에 집중할 것, 자기 생각을 괄호 안에 넣을 것 등. 횟수가 거듭될수록 안정적으로 몰입하는 교사들의 모습은 눈에 띄는 변화였다. 


  마지막으로 학교 문화의 변화이다. ‘수업 알아차림’ 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섣부른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표현을 조심하려고 한다. 일상적으로 수업 이야기를 하는 풍경은 늘어났다. ‘나를 비난하지 않는구나’ ‘내가 공감해 주니 수업자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내 고민을 위해 선생님들이 이렇게 고민하고 애써서 표현해 주시는구나.’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들은 이런 경험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는 시간이 되었다. 동료 교사의 수업 고민을 알게 되니 한층 가까워지고,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안수업 관찰기록지 (수업과 성장연구소의 수업을 보는 여섯 가지 관점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특수과 이OO 교사의 전체 수업 알아차림 후기

  나의 고민은 항상 희미했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꺼내기 어려웠고, 그러니 늘 가슴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었다. 내 고민의 지점인 우리 학교에서, 학교 풍토와 학생들 특성을 다 알고 있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수업을 들여다보는 시간. 작년부터 한 달에 한 번 수업 알아차림 모임을 하고 있지만 어제의 수업 알아차림은 그래서 주말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수업 고민지의 주요 내용은 지식 전달이 아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수업, 그리고 모둠활동이었다. 그렇지만 평소 내 고민이 모호하니 수업 고민지도 두루뭉술했다. 한참 시간을 들여 고민지를 쓰면서도 이게 내 진짜 고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수업 알아차림은 수업에 대한 고민에 앞서 ‘특수교사’인 내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특수학급에 근무하는 많은 특수교사는 일반학교에서 우리 학생들과 일반학급 학생들과의 관계로 인한 어려움, 그것을 어찌해 주지 못하는 특수교사로서의 무력감에 지쳐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몇 년 전 그런 이유로 학급이 아닌 교육청을 택했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다시 학급으로 왔는데 매번 무력함을 느끼는 상황은 여전히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정작 학교 선생님들과는 나누지 못했던 것 같다. 일반교과 선생님들이 이런 고민에 공감하실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일 테지. 모든 선생님이 나를 응시하고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고 계셨다. 그 진심 어린 눈빛에 처음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 교사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분별없이 눈물이 났다.
  옳고 그름으로 답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어떠한 가치를 어떻게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할 것인가. 내 고민은 이렇게 초점화되었다. 내 수업 고민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에 앞서 선생님들이 ‘특수교사로서의 나’의 고민을 알게 되니 최대한 내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많은 답이 나왔다. 아직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어째서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직접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 주기를 직접 전달하지 않았던 것일까? 왜 맨날 직구를 던지지 않았던 걸까?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한 답 역시 선생님들의 질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시혜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학생들과 친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매번 빙 둘러 가느라 내 머리만 쥐어짰었구나. 
  이번 수업 알아차림 시간은 ‘고민 알아차림’, ‘나 알아차림’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내 고민이 뭐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라니! 그것도 매일 얼굴 보는 학교 선생님들과! 한없이 부담스러웠던 그 시간은 고민을 발견하며 끝이 났다. 선생님들께서 주신 많은 아이디어(그보다 더 큰 공감의 모습)는 이제 나에게 왔고, 그것을 정교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그러나 희미하던 무엇인가가 걷히니 다시 해볼 용기가 난다. 
  수업 알아차림의 묘미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있지 않고 고민을 발견하는 데 있다. 수업의 시작은 고민으로부터. 그리고 고민은 함께하면 더 좋은 것. 어제 수업자로서 앞에 앉아서 본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해 주시는 모습은 앞으로 특수교사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큰 힘이 될 것 같다.
특수과 이OO 교사의 전체 수업 알아차림 후 동료 교사들의 후기

체육과 이OO 교사의 모둠별 수업 알아차림 후기

   이번 수업에서는 평소의 고민이 해소되었다. ‘이 학생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학생들이었구나!’ 하는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다만 수업 알아차림 시간을 통해 평소에 학생들에게 내가 전하고자 한 바를 가슴 안에 계속 쌓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수업은 늘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과 내가 주고 싶은 경험 사이의 간극이 컸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중심에 두어야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으로 따라가면서도 계속 마음 한편에서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알아차림 과정을 통해 내가 바라는 방향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제시하고 유지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져야할 것 같고, 수업의 방향이나 목적을 제대로 안내하는 시간을 따로 교실에서 마련해야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이 경쟁하고 이기려고 들 때마다 브레이크를 걸어 속도를 조절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친구들을 챙길 수 있도록 더 분명한 제스쳐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학생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내 진심을 말했던 순간 ‘내가 나를 느낄 수 있었고, 내 마음에 전하지 못한 분명한 메시지가 이것이었구나’ 하는 알아차림. 그리고 ‘지금까지의 그 모든 순간과 상황 속에 이 마음은 늘 나와 함께 하고 있었구나. 참 괜찮은 마음이다’ 라는 안심과 앞으로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시도하기>
1. 내가 원하는 바를 학생들의 시각에서 이해하고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구성해야겠다. 
2. 내가 원하는 수업의 방향성을 수시로 구체적인 활동과 문장으로 제시해야겠다. 
-경쟁보다는 협력하기
-경기보다 중요한 친구의 마음
-내 몸을 관찰하고 인식하기 
(이것이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 수업 메시지이다.)


  수업 알아차림 실제 과정

  우리 학교 수업 나눔은 현재 아래 표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수업디자인에서 출발하는데 이는 수업자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수업디자인 없이 자신이 구상한 수업을 바로 하기도 하고, 수업디자인을 통해 동료 교사들과 수업 설계부터 머리를 맞대기도 하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이 단계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가람중학교 수업 나눔 흐름도


  이후 제안 수업 단계에서 수업이 이루어지고 이때 전 교사가 수업에 들어가 자신과 매칭된 학생과 그 모둠의 배움을 관찰하게 된다. 수업 후 곧바로 수업 나눔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자신이 관찰한 학생의 배움, 모둠 내의 상호작용, 자신이 배운 점이나 인상 깊었던 점 등을 나눈다. 제안 수업과 수업 나눔의 가정을 촬영하여 이후 수업 알아차림 단계에서 활용하게 된다. 수업 알아차림 단계에서는 수업 영상을 함께 보며 수업자와 모둠원이 함께 공감적 대화를 나누며 고민과 지향점을 구체화하고 수업자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간다.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되면 수업자는 패들렛 등을 활용하여 수업 나눔 후기를 작성하여 수업 나눔이 휘발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한 번 더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 학교 수업 나눔의 형태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업 나눔의 시작기부터 최소 5년 이상 점진적으로 조금씩 변화해 온 형태이다. 수업 나눔과 관련된 공동의 책 읽기부터 온라인 연수 수강, 대면 연수 수강, 대표 수업 나눔부터 전 교사 2년에 한 번 수업 나눔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그 단계를 밟아왔다. 해마다 조금씩 깊어지면서 정착되어 온 것이다. 


  수업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수업하는 교사도 모두 다르다. 또한 각종 정책이나 요구 등 학교 현장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으며 학생과 학교 환경이 변화하듯 우리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학교 구성원들의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최선의 안을 만들어내고 다듬어 나갈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 노력의 과정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가람중학교의 교육활동과 관련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아래의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3 여름 호 목차

들어가는글_2023 새넷 여름호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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