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유재
우리의 일상
7월 어느 날 6교시 수업 시작종이 치고 얼마 후, 큰 고함소리와 함께 무거운 물체가 던져지는 소리, 놀라서 소리치는 소리가 본교 교무실까지 들려왔다. 직감적으로 A 학생일 거로 생각하고 소리 나는 교실로 달려 나갔다. 역시나 예상했던 A 학생은 교과 선생님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학생에게 욕설과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A 학생은 나를 보자 “교감이 왜 오냐고… 제발 좀 꺼지라고… C8…”을 반복하며 위협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우리 학교는 수업 중 통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면 교감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하도록 약속되어있다). 난 교과 선생님과 눈빛으로 개입하겠단 신호를 보내고 일딴 위협을 받는 학생을 급히 학년 교무실로 이동 조처를 한 후, A 학생이 자리에 앉을 것과 조용히 할 것을 지시했지만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계속 소리쳤다. 난 A 학생 학년 교무실 쪽으로 가지 못하게 양팔을 벌리고 막아섰고 A 학생은 욕설과 함께 힘으로 나를 밀치고 가슴을 가격하는 행위를 지속하며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와 “어쩔 건데.”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일은 A 학생이 교문 밖으로 나가는 4시까지 지속되었으며 나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모든 상황을 주변 선생님에게 부탁하여 녹화했다.
어쩌면 매우 특별해 보이는 이 사건은 이제 모든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처리하면서 느낀 한계
비아냥도, 욕설도, 시퍼렇게 멍든 가슴도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았다. 진정 나를 아프게 한 건 “어쩔 건데.”라는 말이었다. 다른 선생님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그 선생님이 받을 상처와 고통이 가늠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있다.’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정식으로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신고하고, 진단서를 제출(폭행에 의한 상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 판례가 있지만, 병원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음, 나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많은 치료비를 지급함)하고, 교권보호위원회 위원장직을 임시로 학부모 위원께 위임하는 등 관련 규정에 맞게 일을 진행했다.
결국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A학생에게 강제 전학 처분이 내려졌지만,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으며 실제 일을 처리해보니 법령의 한계와 문제점이 명확히 보였다.
교육활동 보호 관련 법령의 문제점과 한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18조 제2항, 제4항에 따르면 전학 조치를 하기 전에 해당 학생과 보호자는 교육감이 정한 기관에서 특별교육을 이수하거나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2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에 참여하지 아니한 보호자에게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청이 부과 징수하게 되어있지만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18조에는 부과 기준만 있을 뿐 징수에 관한 내용은 없다.
즉, 전학 조처를 내렸어도 특별교육을 받지 않고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럴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특별교육을 받지 않고 과태료도 내지 않아도 강제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으며 해당 학생은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전학 처분을 내렸어도 이를 실행할 수 없어 계속 다니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어있다. 결국 이러한 법률적 허점을 알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이 그냥 버티고 있을 때 학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법령의 문제와 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위에서 소개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A학생과 학부모는 학생의 손목에 긁힌 자국이 있는 것을 이유로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응했기 때문에 난 두 팔과 손을 쫙 편 상태에서 학생을 상대했고, 전 과정을 녹화했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교육활동 침해 처리가 위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고 있는 학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제지가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유야무야 끝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동학대 관련 법령의 문제점과 한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에 “아동학대’의 정의를 「아동복지법」에 따라 정의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제3조에 의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아동복지”란 「아동복지법」제3조에 의하면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조화롭게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지원을 말한다.
위와 같이 아동학대법은 아동의 복지를 증진하고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아동학대의 정의를 매우 폭넓게 했는데 문제는 이와 같은 폭넓은 정의를 학교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교육적 훈육’도 언제든 ‘정서적 학대’로 치부될 수 있어 교사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허탈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실질적 위협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령 정비 방안
퇴학이 가능한 고등학교와 달리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권 침해 행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학교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교권 보호를 넘어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도록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의무교육단계에서 더욱 강력한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 정신적 질병으로 인해 많은 학생과 교사를 힘들게 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 학교의 “(가칭)교육활동보호 위원회”에서 이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해당 학생은 정신적 질병이 학교생활을 할 정도로 치료되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이후에야 등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 대해서는 “유예”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이 정비되어야 한다. 현재 의무교육단계에서는 ‘전학’ 조치만 취할 수 있어 다른 학교로 문제를 떠넘기는 형국이다. 위의 내용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정비
‘전학’ 조치를 하기 전에 실시해야 하는 특별교육 이수를 강제 사항이 아니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변경해야 한다. 또한 특별교육 이수를 하지 않았을 때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에 대한 징수 방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는 시행령에 부과에 대한 부분만 있고 징수에 대한 부분이 없어 실질적으로 과태료를 내지 않았을 때 처리 방안이 없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정비
‘아동학대’의 정의를 그대로 두더라도 ‘학교 규칙에 따른 교육활동’은 아동학대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2조의 5에 따른 “아동학대 행위자”의 범위에 ‘학교 규칙에 따른 교육활동을 한 교원은 아동학대 행위자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20일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변경되어 시행령 제40조의 3 제2항에 의거 교육부 장관은 학생생활지도의 범위, 방식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고시하게 되어있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며 교육부는 관련 정책연구와 현장 의견을 수렴하여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고시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학교에서는 규칙으로 학생생활지도 범위와 방식을 세부적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정비는 교육부의 고시가 이루어지고 학교에서 관련 규칙이 정비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악성 민원 대응 시스템
일반적인 민원은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소통의 한 방법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악성 민원은 고통일 뿐이다. 얼마 전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교실에서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민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이런 논리면 교사는 화장도 하지 말아야 하고, 학생과 같이 교복만 입어야 할 것이다. 언론에 나오는 이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민원이 학교에는 매일 발생한다. 아이들 교육과 생활지도에도 모자란 시간을 황당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낭비하고 있다.
악성 민원이 학교 교육을 갉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악성 민원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혜롭게 잘 대처하는 학교에서는 민원이 교사를 힘들게 하면 학년부 또는 학교 차원의 대응팀이 함께 대응해주는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감과 교장이 뒤로 물러서 있지 않고 노련한 고참 교사들이 함께 교감, 교장과 긴밀히 역할을 분담하여 악성 민원이 지속되지 않거나 커지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교감·교장의 성향에 따라 쉽게 붕괴하기도 한다.
원활한 민원 해결을 위한 시스템 형성을 위해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우선 교장보다는 교감이 민원 해결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장이 민원의 일선에 서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퇴로가 없게 된다. 전쟁에서 부대장을 맨 앞에 세우는 때는 없다. ‘나를 따르라’ 소리치며 앞으로 가는 것은 소대장의 역할이다. 따라서 교감이 민원 해결의 중심에 서도록 역할 부여가 명확히 될 필요가 있다. 물론 교감이 민원 해결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 모든 민원을 처음부터 교감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악성 민원은 처음부터 악성 민원인 경우도 있지만, 사소한 민원이 악성 민원으로 발전하는 때도 많다. 결국 초기에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학년부장, 학생부장의 초기 역할이 중요하다. 이때 꼭 필요한 것이 학년부장과 학생부장의 수업 시수 경감이다. 악성 민원이 지속적이고 반복되어 교원의 교육활동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 학교장은 교육청에 이를 보고하고, 교육청은 악성 민원 살펴보고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학교의 민원 내용 대부분이 학생과 관련되어 있어 교육적으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하는 등 교육청의 민원과 그 성격이 달라 민원 전담팀을 만든다거나 별도의 담당자가 민원을 전담해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악성 민원이 발생할 때 가장 힘든 것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이다. 이는 교사 개인이 느낄 수도 있고 학교 차원에서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교사가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학교의 교육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학교에서는 구성원이, 교육청은 학교와 함께 해야 한다.
마치며
있어서는 안될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에 왜 수많은 교원이 동요하며 분노하고 있는지 살피고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리라.
우리의 일상은 일그러졌고 그로 인해 교육과 배움은 위협받고 있다. 이 땅의 모든 교육자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우리 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선생님들, 힘내세요.
2023 여름 호 목차
들어가는글_2023 새넷 여름호
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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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