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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Nov 28. 2023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

티처뷰 / 주정훈_의령초등학교 교사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남 새로운학교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의령초등학교 교사 주정훈입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집회 관련하여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해주세요.

  처음에는 토요일 서울 집회에 경남 선생님들을 버스로 인솔하는 봉사자로 참여했습니다. 9월 2일 이후에는 버스 인솔 관련하여 총괄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경남에서 서울 집회에서 참여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은 안전하게 모셔가고 모셔 오는 역할을 합니다. 참여하자고 독려하면서 희망하는 선생님들을 최대한 많이 모셔가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고민하고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집회에 참석하시는 선생님들은 일 인당 1만 원을 내고, 나머지 금액은 인디스쿨에서 지원하고 있어요. 지원의 원칙이 20명 이상이 모일 때인데, 지역에 따라 20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 가능한 많은 선생님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경로를 고민하면서 가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최대한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진행을 맡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서이초 추모 공간에서 ‘남아있는 별들이 아픔과 슬픔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글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먼저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전체 진행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신청하신 선생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버스를 배정하면서 처음에는 의견이 너무나 다양해서 어려움도 있었어요. 9월 2일 집회에서 광주에 있는 선생님이 수강 신청처럼 티켓팅 방식을 도입하셨는데 이 방법을 경남에도 적용해봤어요. 경로별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해당 경로에 대한 티켓팅 방식으로 하도록 하니까 질문이 현저히 줄었어요. 그리고 의견을 반영하여 각각의 티켓에 대한 문구를 수정해 가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티켓팅을 할 수 있도록 하니까 지금은 수월하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9월 2일 토요 집회에 가장 많이 모였다고 하는데 그때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9월 2일 토요 집회에는 경남에서 총 61대의 버스가 출발하였습니다. 처음에는 28인승 30대밖에 섭외가 안 되어 고민이 많았어요.

  경남에서 가시는 선생님들은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출발하고, 9시에 10시 사이에 서울에 도착해요. 토요일 2시간 집회 참석을 위해 토요일 하루를 다 쓰고, 갔다 오면 힘드시니까 일요일은 쉬어야 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주말 내내 다른 일정을 잡지 못합니다. 선생님들이 이런 상황을 각오하고 마음을 내어 가는 것이기에 마음들을 잘 모아서 피곤하지 않게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45인승 버스보다 28인승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결과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 경남에 있는 버스를 모두 모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행하시면서 에피소드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4구역이 배려석으로 바뀌었는데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4구역이 그늘이 많거든요. 집회하러 가면 선생님들은 앞부터 질서를 지키면서 차례대로 앉아요. 전에 경복궁 앞에서 집회에 참여할 때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오롯이 있어 보았는데 저는 건강한 편이라 그나마 괜찮았지만 그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인솔자로서 그늘에 앉혀야겠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 순서가 4구역보다 앞에 앉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경남 선생님들을 모시고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니 4구역 순서가 되어서 앉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날 저녁에 경남 선생님들 사이에서 4구역은 그늘이 많아 누구나 앉고 싶은 자리인데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면 되겠느냐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도 계셨고,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먼저 왔으니까 4구역에 앉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인솔봉사자와 참가하시는 선생님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무조건 가로로 앉는 것보다 세로로 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틀에 안 맞아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안 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조정하는 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죠. 다음 집회에서는 1, 2구역은 세로로 앉을 수 있도록 바뀌었어요. 4구역처럼 그늘이 많은 구역이 배려석으로 바뀌었고요.

  저는 버스 업무 행정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탑승 장소를 정할 때 내비게이션으로 검색될 수 있는 명칭과,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선생님 한 분이 진주 종합경기장을 탑승지로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새롭게 추가되는 일이 많아졌지만, 반영했어요. 이후 그 위치에서 탑승하는 선생님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때 알았어요. 그전까지는 선생님들이 인솔자에게 미안해서 기존 탑승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멀리 있는 탑승지를 갔었는데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니까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많이 탑승할 수 있어서 서로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이런 제안을 해주는 것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부도 교육행정을 할 때 자기들의 방향을 설정하고 반영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반영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필요한 것을 말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9월 4일 이후에도 집회를 계속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9월 1일부터 100일간 열리는 국회 회의 내에는 집회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이 너무 얌전하게 집회한다는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지금의 집회처럼 질서 잘 지키고, 쓰레기 다 가져가고, 집회 시간 잘 지키는 방식이 민주적인 집회, 평화로운 집회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사 집회에는 전경들도 배치가 안 돼요. 이런 문화가 집회의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폭력적으로 집회해야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평화로운 집회 분위기에서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합리적인 의견이 나오면 그것을 반영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우리 집회가 가지는 힘은 사람 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되도록 많이 모아가려고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0902 집회에서 30만 이상이 모이고, 0904 집회에서도 14만 명이 이상이 모였어요. 결국 이런 것이 집회 참석에 대한 교원 징계를 철회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권 보호 4법도 국회에서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많았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많지 않다가 9월 21일에 국회 법사위에서 표결할 때, 점차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많아졌어요. 이것 역시 선생님들이 모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전체 인원의 절반 정도가 모였다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교원단체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에 집회를 인디스쿨에서 시작했기에 초등에서 중등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것을 지양한다고 하면서 교원단체가 단체 이름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워요. 지금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다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집회를 통해 교원단체에 씌운 프레임이 너무 크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 스스로 이런 프레임을 깨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2학기 개학하고 수업과 업무 부담으로 인해 집회를 인솔하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모아가는 과정이 힘이 들 때가 있어요. 6개 교원단체가 함께 진행하면서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요.

  늘봄과 유보통합 부분도 전교조만 다루고 있는데 이런 이슈에도 선생님들이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어요. 맞벌이 부부가 6시에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늦게까지 일하는 사회구조가 당연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회구조를 바라보면서 총체적으로 정책을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회 버스 안내하면서 전교조 버스도 안내하기도 해요.

      

지금 선생님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이 무엇일까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지금은 경남 교육청과 관내 학교 자체 메신저로 홍보하고 있어요. 메신저로 홍보하면 선생님 중에서 참석 방법을 몰라 혼자 가려고 생각했는데 정보를 알려주어서 고맙다는 반응도 있어 보람을 느끼지만, 여전히 중등 선생님들이 많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PC에서 카카오톡 하지 않는 선생님들을 위해 QR코드를 넣어서 쉽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어요.


  법과 정책이 결정되고 나서 뒤집는 것은 힘들어요. 그래서 국회 회기 중에는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끈질기게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범생들이 끝까지 파는 것을 보여주자”라고 이야기하신 선생님이 기억나네요.

   

선생님은 집회를 지원하고 집회에 계속 참석하면서 법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기를 희망하시나요?     

  이번 교권 보호 4법의 핵심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것인데 아동 학대법 등과 함께 학교폭력 예방법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했으면 합니다. 학교는 교육활동에 집중하고 교육지원청은 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학교폭력 사안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교육적으로 중재하고 회복적 생활지도를 하는 것은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 학폭을 담당해보면 교육적 활동을 넘어서는 사안 처리가 발생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새넷에서 따뜻한 학교문화 만들기를 계속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학폭 업무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학폭 업무를 하면 할수록 교사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권에서 학교에서 학폭을 하지 않으면 교육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교육지원청이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만드는 과정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902 집회에서 30만 명 정도 참석했으니까 이제 되었다고 인식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안타까워요. 10월 28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집회‘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은 시민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OECD에서 이야기하는 핵심역량은 사람을 도구로 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물들의 날숨은 동물들의 들숨이 되고, 동물들의 날숨은 식물의 들숨이 되듯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랍니다.” 이것이 제 교육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전체 진행도 이런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MZ 선생님들이 좋습니다. MZ 선생님들이 자기 할 말을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무조건 교장 선생님 말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불편했는데 MZ세대는 학교에서 할 말을 다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서이초 선생님의 사망 이후 교직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선생님들도 각성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집회 가는 것도 처음에는 무서워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갔다 오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수록 우리 아이들도 괜찮은 민주시민으로 키워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금씩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넷 선생님들도 그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회 다녀오면서 버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은 그냥 교사가 아닙니다. 사회 운동가입니다. “라고요. 

  집회 이후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제가 인솔하는 버스에서는 선생님들이 자기소개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서로 깨닫게 되었어요. ‘나의 수고와 힘듦을 지금까지 그냥 덮었는데, 나의 힘듦보다 더 심한 선생님들의 사례가 많았구나.’ 이런 울분과 분노와 슬픔이 선생님들을 서울로 향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처음 집회에는 슬픔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이젠 슬픔을 넘어 입법 촉구 집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집회는 ‘이 정도는 지키자’라는 선을 만드는 법을 개정하면서 동시에 사회참여 문화를 만드는 새로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 가을 호 목차


0. 들어가는 글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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