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Nov 28. 2023

배움의 문을 여는 사회정서학습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 최봉선_솔뫼초등학교 교사

  초등사회정서학습의 필요성

  초등 수업의 효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복잡하여 차원을 달리 하는 다층적 분석을 해야 알 수 있다. 우선 교과 특성에 따른 학습 방법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간이 매우 짧다. 저학년은 분과하지 않은 통합교과를 공부하다 3학년부터 교과가 나누어진다. 교과별 학습 방법에 숙련하는 기간이 3,4학년이고 5,6학년이 되면 교육과정 재구성의 융합적 사고를 배워야 한다. 교과별 특성에 따른 기능을 숙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6년간의 개인별 학력 성장을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교과의 특성과 발달을 고려해야 하는 것에 더해 초등학생은 매슬로우의 8단계 욕구 중 결핍의 욕구 표현 단계에 있어서 학습의 성공과 실패가 자신의 기질이나 재능에 의한 것이라는 확증에 빠질 위험이 있다. 흔히 외부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쉽게 빨아들인 지식이 정서적으로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욕구 결핍을 가진 아이들은 편향적이거나 극단적인 정서에 끌려서 학습에 관심을 기울이기 힘들다. 더구나 언어로 능숙하게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겪는 외부 세계의 거대함이 불안을 만들고 내면의 불안이 외부에 대한 방어와 공격으로 표출되는 장면을 초등저학년 교실에서 볼 수 있다. 초등수업은 지식의 구조나 절차의 적절성과 함께 초등학생의 정서적 경험의 측면을 다루어서 성장형 사고방식(스타니슬라스 드앤 2021,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엄성수 옮김, 로크미디어)을 갖도록 해야 한다. 빠른 실패와 도전, 회복의 경험은 긍정적 자아관과 세상을 향해 문을 여는 수용적 태도를 가지게 한다.


초등사회정서학습의 목적
사회정서학습
어린이와 성인이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기술(훈련을 통해 관찰하고 다듬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을 습득하도록 만드는 과정 (김윤경 2020, 사회정서학습 이론과 실제)

사회정서역량
주변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및 주어진 환경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Nancy Frey, Douglas Fisher, and Dominique Smith 2021, 학생들의 성공적 삶과 사회정서학습, 안찬성 옮김)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친 대로 배우지 않는다는 어느 교수의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배움을 확인하기 위해 설명하거나 지시할 때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한다. 눈동자와 입꼬리가 흔들리거나 하품할 때, 몸을 뒤로 젖히거나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몸의 불편함인 경우가 많으니 각성을 위한 자극을 준다. 그런가 하면 바른 자세로 앉아서 교사를 바라보고 있는데 설명하는 내용에 따른 리액션을 보이지 않는 학생은 수업 시간을 버티는 나름의 요령을 터득했다고 볼 수 있다. 자발적 멍때리기, 무의식적 멍때리기 등 각자의 형편에 맞는 대응 전략을 갖고 있다. 교사가 개별 접촉을 하지 않으면 미세하게 다른 학생의 상태를 알기 어렵다.


  대체로 어린아이들도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경험이 적고 감정이 세분화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른보다 편견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어른이 하는 판단과 말을 거름 없이 흡수하는 어린이는 대체로 잘한다는 칭찬이 없으면 스스로 못 한다고 단정한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라는 칭찬이 오히려 부정적인 자아관을 부추기게 된다. 양육자의 오해나 생활 습관으로 빚어진 어린이의 편향적인 자아관은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잘하거나 못함, 좋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정동(affect)의 단순한 느낌을 세분하여 풍부한 정서와 감각을 경험하는 학습 활동이 필요하다.


  감정에 대한 뇌 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몇 가지만 비추고 다른 것은 어둡게 만들어 버리는 주의의 스포트라이트가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리사 팰드먼 배럿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호영 옮김, 생각연구소) 가장 단순한 감정인 쾌, 불쾌의 원인을 모른 채 쾌, 불쾌의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의 감정을 세계에 관한 정보로 취급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렸을 때의 강력한 정서적 경험이 편향을 만든다. 편식이 심한 아이들은 대체로 감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서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아이들의 긴장도와 흥분을 낮추기 위해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양극성을 나타내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는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 등의 단순한 표현보다 배움에 대한 정서적 반응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풍부한 정서적 경험을 세밀한 언어로 표현하는 수업은 첫째, 경험과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둘째,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길러 편향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셋째, 물질과 소비의 측면으로 경험의 질을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기억을 풍부하게 하는 소재로 여겨서 긍정적인 자아관을 가질 수 있다.


  외국에서는 사회정서학습을 학교 단위로 한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학교 단위로 사회정서학습을 도입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 어떤 교육이론이든지 중요한 목적이나 원칙, 원리에 대한 공유가 시작이라 학교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일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교 단위 교육 운동이 긴 호흡으로 안착하기 어려운 현실을 볼 때 개인적 노력과 성과가 쌓이는 방식이 실제적으로 학교 현장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함께 공부하는 의정부학생중심교육실천 연구회에서 1년간 연구하고 개인적으로 실천한 내용은 사회정서학습 실천 사례가 아닌 사회정서학습 적용 사례이다. 어떤 이론이라도 나의 수업 장면을 전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다. 초등수업의 복잡성을 전제로 이것저것 적용하는 과정 중에 유용한 이론을 만난 사례이다.


초등사회정서학습 적용 사례

  올해는 교과전담을 맡아서 일주일에 3시간을 만나니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다. 작년에 4학년 담임을 하면서 여러 교과 수업에 적용한 사회정서학습의 결과는 꽤 긍정적이었다. 주기 집중형의 도덕 수업과 학급회의, 연극이나 발표회에 공감, 협동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감초처럼 넣어 활용했다. 교과 전담 교사를 하면서 작년을 돌아보니 새삼 초등담임의 영향이 강력하다는 것을 알겠다. 강력한 영향만큼 책임도 무겁다.


  오랜 교직 경력으로 사람의 개별성은 유형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법 유명해서 맞는 것처럼 보이는 유형별 성격 특성은 어느 때는 맞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전혀 맞지 않기 일쑤다. 수업 시간이 몇 교시에 있는가에 따라 5학년 4학급의 성취가 달라진다. 아침 수업이 효과적일 듯 보이지만 수업 내용에 따라, 학급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니 예측하기 힘들다. 교직을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건만 아이들에 대한 이해는 늘 역효과이거나 부작용이다. 대부분의 학습이 언어로 이루어지는데 언어가 미숙한 초등학생의 정서적 신체적 반응은 교사가 알아채야 한다. 초등학생의 정서적 발달에 대한 이해는 교사와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게 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준다. 사회정서학습의 적용 범위는 매우 광범위해서 성인의 자기 이해와 마음 챙김에도 활용된다.


  몇 가지 사례를 적용하거나 수업 기법을 기계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꾸준한 학생관찰과 연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에 관해 생각하고 배려하는 공감형 인간(자밀 자키 2021, 공감은 지능이다 정지인 옮김)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1학년 문학 수업

  1학기 : 옛이야기 들려주고 감정 표현하기-그림책을 보여 주지 않고 몸짓을 넣어 옛이야기 읽어 주기, 다양한 표정의 이모티콘 스티커를 선택하여 붙이고 또 다른 표정 만들기, 자신이 선택한 표정을 설명하기. 처음에는 단순하게 설명하다 이야기의 장면을 넣어서 설명하기로 심화한다.

  2학기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호랑이 꼬리는 길어’를 배우고 연결할 점이 없는 대상을 연결하는 말놀이를 하여 생각과 말을 풍부하게 한다. 아이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일에 대해 다르게 느끼거나 생각한 부분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나눈 후 5~6문장으로 표현한다.

  1학년 문학 수업의 목표는 풍부한 생각을 표현하는 수많은 말이 문학이라고 알게 하는 것이다. 

                                                                                                                                      

이질적 느낌의 연결 / 감정 표현 / 경험을 환기하여 언어화 / 언어에 대한 자신감 상승


5학년 과학 수업 태도 분석

  똑같은 수업을 준비해도 학급마다 성취도가 다르다. 아이들의 기질이나 담임교사의 영향에 따라 다른지는 알 수 없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보다 성취도 향상을 위해 해결하는 쪽을 택했다. 매슬로우 욕구 8단계 중 앎의 욕구를 강화하는 것이 과학 수업의 목표라고 인지하고 앎의 욕구를 방해하는 문제점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우선 학급별로 편향된 정서를 파악하고 수업 시간에 편향된 정서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세웠다. 학급별로 편향된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계절학교를 마친 후의 감정을 물었다.

계절학교 경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학급별 편향

  또한 학습이 더 잘된다고 느끼는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긴장된 상태에서 학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은 반과 느긋한 분위기가 효과적이라고 선택하는 학급이 극적으로 나뉘었다. 이후 학급별 특성을 아이들 스스로 인지하도록 설명하고 수업 시간에 그러한 경향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했다. 가령 친밀감을 표현하는 경향이 강한 학급은 성취감을 드러내는 학생을 과하게 격려하고 좌석 배치를 달리하거나 경쟁하고 비난하려는 경향이 강한 학급은 개인별 접촉을 늘려 정서적 민감성을 낮추는 방법을 사용했다. 1년이 끝나는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 과학 교과의 탐구에 몰입한다고 자평한다.


4학년 감정 입자도 향상을 위한 단원 설계

  효과적인 배움의 시작은 학생의 호기심을 포함한 적극적 참여의 태도이다. 표준화된 수업 구조의 앞부분에 배치하는 약 5분의 동기유발 활동보다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생각이 바뀌거나 세상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한다는 기대가 깊은 사고로 이끄는 호기심이 될 것이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동기유발 활동의 효력은 짧아서 반복될수록 관성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배움의 원칙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수업 연구를 방해한다고 한다. 학년에 따른 발달의 차이, 개인적 성향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여 학생마다 다른 배움의 태도를 갖도록 도와야 한다. 삶의 본질이 변화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일관성보다는 유연성, 확신보다는 의심, 그리고 자신의 편향을 깰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작년 4학년 사회과 15차시를 ‘편견과 차별’에 대한 감정 인식하기, 인지적 공감하기, 정서적 공감하기 단원으로 설계했다. 본질적 질문을 ‘낯선 경험은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가’로 진술하고 아이들의 경험을 조사했다. 단원을 시작하기 전 감정에 대한 명시적 수업으로 60여 가지의 감정 카드를 사용하여 경험과 감정을 연결하는 연습을 하였다.


  감정을 공부하는 명시적 수업의 예를 들면,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에 일주일간 있었던 중요한 일에 감정 붙여 설명하기나 주말 일기에 감정 5가지 드러내기와 같은 방법을 교과 수업과 연계하여 운영한다. 대체로 다양하게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긍정적 감정으로 쏠린다. 굳이 긍정, 부정으로 나누지 않아도 아이들은 긍정적 안정감에 가치를 두는데 유난히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려는 학생은 개별 만남이 필요하다. 사회정서학습을 적용하는 수업은 정서적 불안을 겪는 아이들이 드러나는 시간이 된다.


  수업 전에 과제로 부모님이 겪은 편견과 차별을 조사했다. 아이들 경험만으로 사회 현상을 알기는 어려워서 종종 부모의 경험을 소환한다. 편견과 차별의 경험에 대해 ‘공감지도’(디자인 씽킹에서 사용하는 공감지도(The Empathy map)의 요소를 달리 하여 활용한다.)로 이해한 후 편견과 차별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역할 놀이로 시연하며 마무리했다.


가정으로 보낸 과제 / 공감 지도 / 학생 평가

  대체로 감정이나 정서는 개인적 기질이나 성향으로 드러나게 된다. 유전이나 가정적 환경의 영향과 교육의 영향 중 어느 것이 지배적인지 알기 어렵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나 실험이 모두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개개인의 인생은 반복되지 않고 유형화하기에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변수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뇌과학의 연구 성과는 아이들 이해에 도움을 준다. 사물과 대상을 알아보는 감각적 수준의 앎[知]을 정보라고 하고 여기에 이성적 앎[識]이 더해져야 지식[智識]이 완성된다고 한다.(정준희 2023, 묻는다는 것 너머학교) 초등수업에서 감각적 수준의 앎을 폭넓게 수용하여 인지하는 학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지식의 바다에 다다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우선하거나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정보는 쉽게 무시하는 편향된 사고의 늪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비판적 사고가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사고 방법이라면, 그것을 방해하는 확증편향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동적 반응이라고 하니(이예경 2012, 확증편향 극복을 위한 비판적 사고 중심 교육의 원리 탐구. 교육과학연구) 이러한 인간의 사고 과정을 고려하여 아이들이 의욕에 넘쳐서 배움의 문을 열도록 가르쳐야 한다.



2023 가을 호 목차


0. 들어가는 글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