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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Nov 28. 2023

100가지 방법이 있다면 100가지 실행에 도전한다!

포럼&이슈 / 김민화_반송중학교 교사

반송중학교를 소개합니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작은(12학급) 규모의 중학교이며, 반송동 모든 남자아이들이 진학하는 단 하나뿐인 남자중학교입니다. 2015년 교사들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2016년부터 혁신학교의 길을 선택했고,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 8년차로, 12학급 240여 명의 남학생들과 더불어 ‘배움이 가득한 교실, 존중으로 빛나는 우리’라는 학교 비전을 실현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2019년부터 쭉 내부형 공모 교장 선생님들과 함께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바탕으로 학교 자치의 실현, 삶과 배움이 하나되는 교육과정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송중학교에서 8년간 교원들이 에너지 넘치는(?) 남자 중학생들의 생활교육에서 고군분투했던 몇 가지 사례를 나눠 봅니다.


사례1
학급 학생수는 20명이지만 10명 이상이 공부에 관심이 없고,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제대로 보살핌도 받지 못하며, 남자 중학교 특유의 남성우월주의 의식이 팽배한 아이들이 대부분인 교실. 기강 잡힌 체육 수업 외에는 거의 대부분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 45분 수업 중에서 제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는 시간은 20분이 채 안되는 수업 분위기. 몇몇 아이들이 사적인 거친 대화를 큰 소리로 나누는 통에 수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사는 혼자 감당해내기 어려운 상황.

  2016년~2019년까지 반송중학교 교직원 평균 연령은 약 55세였고, 여교사 비율이 훨씬 높은 상황에서 사춘기 절정의 남자 아이들과 차분하게 수업을 해내겠다는 목표는 무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년 공교육 정상화를 꿈꾸며 혁신학교를 시작했으나, 막상 교실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으며, 난이도 최상급인 급식지도는 매일매일 반복되고, 교사 개개인이 감당하기엔 교사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상황도 왕왕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전문적학습공동체 시간에 학년별로 생활교육 상황을 공유하면서 교사 각자의 어려움과 지도 노하우 등을 고백(?)하기 시작하였고, ‘나만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구나! 내가 생활지도에 무능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혼자보다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면 해볼만하겠구나!’ 등등의 생각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뭐든지 관성 때문에 ‘시작은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면 가속이 붙는다’는 사실은 진실이었습니다. 학년별 아이들의 구성과 특성, 그리고 시급한 문제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솔루션들이 쏟아져 나왔고, 여름방학 직전 학년별 1박 2일 워크숍을 통해 2학기 생활교육 로드맵을 짜서 과감히 실행에 옮겼습니다.


  1학년은 리더답지 않은 학급 임원들이 수업과 교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데 앞장서는 상황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매주 1시간씩 학년 선생님과 학급 임원이 함께 ‘과자 모임’시간을 가지면서 학급 리더가 갖추어야 할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해나갔습니다. 또한 학급별로 문제행동 체크리스트 파일을 비치해두고, 담임과 수업 교사들이 매시간 개별 학생생활 태도를 체크하면서 가장 많이 부정 체크가 누적된 학생을 뽑아서 [성찰 교실 프로그램]에 입교시켰습니다. [성찰 교실 프로그램]은 학부모의 동의하에 해당 학생을 교실이 아닌 교무실이나 특별실에서 일정 기간(1일 ~ 3일 코스)동안 별도의 성찰 교육을 받도록 지도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은 1학년 수업 교사 전체와 논의하여 1~2시간씩 프로그램(시 외우기, 상담, 체력 훈련, 성찰문 쓰기, 개인 10계명 작성하고 외우기 등등)을 나누어 맡아 지도하며, 등교도 교무실로, 급식도 담임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그해 총 5명의 학생과 [성찰교실 프롤그램]을 진행해봤는데, 그 효과가 아주 드라마틱하게 ‘우리 아이가 완전 바뀌었어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년에 소속된 모든 교사가 한 목소리로 ‘우리 선생님들은 너희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였고, 실제 몇몇의 학생이 이상한(?) 교육을 받은 후 한동안 태도가 차분해지면서 교실 수업이 조금씩 나아지는 등의 변화를 학생들이 감지했다는 걸 교사들이 인식하면서 힘이 났습니다.


  2학년은 한 달 동안 가장 수업 분위기가 어수선한 2개 학급의 모든 수업에 학년 수업교사 전체가 3~4명씩 팀을 짜서 코티칭을 하는 방법에 도전했습니다.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시지요? 하지만 ‘오죽하면 이렇게도 해봤을까’라고 여기시면 됩니다. 자기 수업 마치고 헐떡이며 옆 반 선생님 수업에 또 들어가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각자 교실에서 수업이 무너지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바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을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 함께 감당해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고, 결과는 1학년과 비슷했습니다. 어디 아이들이 그리 쉽게 변하나요? (웃음) 하지만 2학년 아이들도 선생님이 별 방법을 다 써본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선생님들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두 학년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수업도, 학급 운영도, 생활지도까지 모든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갖추는 데 최고의 방법은 내 동료들을 믿고 대화하고 협업하는 것이다’라는 귀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사례2
3학년 학생이 모두 100여명 정도인데, 이 중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사고뭉치들이 약 10명쯤 되는 상황. 학폭과 선도 조치를 수 차례 받아도 크게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이는 아이들. 이 중 한 명이 구글 클래스룸에 자료 탑재하는 수행평가 시간에 다른 아이 자료를 고의적으로 훼손시키며 장난치는 일이 발생했고, 이를 제지하고 주의를 주는 담임교사를 향해 욕설과 함께 의자를 발로 박차고 교실을 나가버리는 상황이 발생함. 다음 날 이 사건을 다른 교사들이 인지하게 됨.


  이러한 사건은 그동안 많은 중학교에서 왕왕 발생했을 것이며, 학교에서 우리 학교와 비슷하게 대처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소개해드리는 이유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학교장의 태도와 동료 교사들의 협력 사례를 조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안 진행 과정 내용을 보시면, 교권 사안 발생 후 즉시 학교장이 해당 교사에게 교권보호 요청을 권하였고, 또한 폭력을 행사한 해당 학생이 학교축제(다음날부터 시작되는 3일간의 축제행사) 기간 동안 다른 학생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학년부장의 우려를 학생부장과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3일간의 등교정지라는 선조치를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이 있었지만, 학생부장과 학교장이 각각 학생과 학부모와 직접 상담하면서 받아들이게 해주셨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권보호 사안이 안 생기면 좋겠지만, 발생한다면 몸과 마음을 이미 다친 교사가 학교 측의 무관심과 불합리한 처사로 두 번 다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사례3
신규 1년차 교사의 1학년 학급 내 학폭 사안이 발생함. 조사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 입장이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며 학폭 사안이 아님으로 결론이 났고,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당했던 학생이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게 됨. 그러나 처음 피해자로 거짓 신고했던 학생 쪽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고, 무고하게 당했다고 생각하는 학생 쪽은 적극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학교와 교육청을 상대로 무리한 요구(금전적 보상, 학급 교체)들을 함.


  故 서이초 선생님의 절박했던 선택을 마주하며 선배교사로서 너무 미안하고 미안했습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르던 신규교사 시절이 있었고 그때 곁에서 챙겨주시던 선배님들이 안 계셨으면 매일매일 허둥대고 눈물 바람으로 교사가 된 것을 저주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당 교사 인원이 조금만 여유 있어도 신규 1~2년 차에겐 담임업무를 배당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만, 많은 교육 현장의 현실이 그럴 수 없게 합니다. 그러니 저경력 교사들이 각종 학급 내 문제와 생활교육, 수업 등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학년 단위 또는 전학공 단위, 아니면 다모임 단위 등에서 서로를 살피고 논의할 수 있는 학교문화가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학교 관리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실행이 있어야 하구요.

  세 번째 소개하는 사례가 바로 신규 1년차 교사의 학급 내 문제상황을 학교 전체가 어떻게 협업하여 처리해나갔는가를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사안 처리 결론이 항상 최상급으로 나오진 않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교사 혼자서 외롭게 감당해야 할 일은 학교 내 아무것도 없다.’입니다.

  사안을 인지하고 논의하는 단위가 담임에서 학년 부장과 학생부장, 그리고 학교장과 부장 회의, 마지막엔 교원 다모임까지 동원되고 있으며, 민감하고 껄끄러운 학부모와의 각종 상담(잦은 전화, 대면 상담, 피해자-가해자 학부모 대면 등)은 학생부장과 학교장이 거의 도맡아 진행해주면서 담임교사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다는 점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안은 신규교사 뿐만 아니라 고경력 교사들에게도 똑같이 난감하고 어려운 문제일 것인데, 혼자가 아니라 학교 전체가 함께 협의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학교문화가 우리 스스로를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례4
새학년이 꾸려지는 2월. 올라오는 3학년들이 굉장히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분위기가 팽배하여 화합되는 학급운영과 협력적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됨. 또한 많은 선생님들이 마주치기 싫어하는 특정 학생도 있음. 어떻게 학년 생활 교육의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상황.

  네 번째 사례는 발생한 문제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가가 아니라 사전에 학년별로 생활교육 방향과 방법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내용입니다. 여느 학교들처럼 저희도 2월에 실시하는 새학년준비주간(약 5일간 실시)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생활교육에 대해 논의합니다.


  먼저 첫째 날 <학교장의 경영철학> 강의(?) 시간에 학교 전체 비전과 교육 방향을 맞추고, 둘째 날 오전에 그동안의 반송중 생활교육을 소개하며 전입 교사들의 이해를 돕고, 셋째와 넷째 날 학년교육과정 설계를 함께 해나가면서 교사들끼리의 성향과 생각을 좀 더 맞춰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최종적으로 3월 첫날부터 시행할 학년별 생활규칙 및 프로그램을 결정해둡니다.

  올해 3학년에서는 <비난 금지>와 <공사 구분>이라는 2가지 생활교육 중점 사항을 정하였고, 고전적인(?) 방법으로 모든 3학년 수업 공간에 대형 표어로 출력하여 붙여두고 학생들에게 매일 강조해나갔습니다. 특히 <공사 구분>이라는 내용은 수업 시간을 비롯한 많은 학교생활이 곧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는 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강조하며 철없은(는) 사적 판단으로 행해지는 나쁜(?) 말과 행위들을 경계해야 함을 주지시켜 나갔습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학생들 사이에서도 3월 중순쯤 되니 <공사 구분>이 대 유행어가 되어 버렸고, 교사들도 생활지도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설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런 맛(?)을 본 3학년에서는 뒤이어 <아이컨택>, <무한긍정>, <기픈사람>, <무한감사> 등의 표어를 시즌 별로 지정하고 학생들에게 의미를 전파하는 방식의 생활교육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표어 몇 가지로 우리 아이들이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만, 교사들이 한 목소리로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언제나 있는 법이니 요런 방법도 쓰고 있습니다. 3학년 말썽쟁이 8명을 비담임교사(3학년 수업을 하는)과 1:1 또는 1:2로 매칭하여 매일 간식도 챙겨주고, 눈도 한 번 더 맞추고, 대화도 조금 더 하는, 그리고 때때로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는 멘토 교사 프로그램입니다. 인성교육 및 학년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데, 학생들은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이 있고, 교사들은 왠지 ‘내 새끼’라는 느낌이 들어서 은근히 효과가 있습니다.

  

  새넷 학습터에서 줌으로 발표할 때와 달리 글로 쓰고 보니, 너무 두서가 없어서 죄송스럽습니다. 반송중 사례에서 보다시피 엄청 특별하고 효과 만점인 생활교육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혼자가 아닌 우리 서로를 믿고, 아이들은 어른보다 말랑말랑한 존재라는 것을 믿고, '100가지 방법을 써보면 1가지라도 걸려들 것이다'라는 주술 같은 믿음을 가지고 100가지 실행에 도전해 보는 수밖에요!



2023 가을 호 목차

0. 들어가는 글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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