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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Nov 28. 2023

학교,교실,아이들로 향하는 물줄기를 깊고 넓게 만들어야

시론 / 이만주_새로운학교네트워크 이사장

  먼저, 운명을 달리하신 선생님들의 명복을 빌며,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허허로운 마음을 안고 아이들을 만나고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보낸다.


  가을을 넘어 겨울로 향하고 있다. 지구의 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 절기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여름의 뜨거움은 앞으로 닥칠 교육 한파를 거뜬히 이겨낼 만큼 선생님들의 가슴에 용암으로 또아리를 틀었다.


  물론 교사의 교육권과 아이들의 학습권을 온전히 확보할 때까지 우리의 여정은 지속되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가슴에 만들어진 불덩어리를 어떻게 분출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논의와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아울러 뜨거웠던 여름의 의미들과 과제에 대한 미혹한 소견을 던진다.


  우선 교사들의 죽음으로 나타난 안타까운 사건들이 우연한 것이 아닌 구조적인 모순의 표출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것은 교육 분야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영역이 지구의 판 구조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판과 판 사이의 화산분출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판 내부 모순의 표출, 즉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인한 타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내부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교육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연결하여 그 구조적 모순을 깨뜨리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여름 내내 달궈졌던 용광로는 교육과 사회구조의 지각을 변동시킬 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또한 우리는 그 뜨거운 도로 위에서 서로에게 건네는 위안을 확인했으며, 동병상련의 동료애를 통해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것은 앞에 이야기한 구조적 모순이 누적되어 가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교직 사회의 문화를 수많은 검은 점들이 화선지에 번지는 먹물이 되어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처럼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경험이었다.


  그리고 교원단체들에게 그동안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물음을 던졌다. ‘나는 교원단체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얻고자 했고 내가 속한 단체가 어떻게 나아가기를 바라는가?’라는 개인적 물음부터, 이합집산처럼 분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노력에 얼마나 부응했는가? 각자의 옳음에 대한 주장이나 이야기를 가지고 각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이용하면서 서로의 불신을 만들고, 단체이기주의나 현실론에 기대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옳음의 주장들이 하나로 모이게 해야 한다! 규모의 크고 작음에 따라 역할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각자의 역할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물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요구에 진정성 있는 답을 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리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교사의 생존권과 목숨을 위협하는 창이 되는 모순을 깨뜨리는 틈새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법이나 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그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교사들의 관심과 참여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지고 고쳐진다고 우리가 바라는 교육이 학교에서, 교실에서 제대로 구현될 것인가? 라는 물음은 여전하다. 법이나 제도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법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교육의 일상에 스며든 고립과 개인화되어가는 문화, 분열의 시도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


 11차 집회를 이어오면서 선생님들의 처한 현실과 교사들의 요구에 많은 국민이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그것은 집회 현장의 질서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닐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의 그릇된 욕망과 그 욕망을 부추기는 사람들 뒤에 숨죽이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 교사들이 던지는 물음과 요구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 스스로와 많은 학부모와 국민에게 던졌던 우리의 물음과 요구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 책임은 결국에는 학교와 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많은 교육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에서 교육권과 교육공동체성의 회복에 대한 논의의 장을 펼치고 있다. 도로 위에서의 우리의 외침도 필요하고, 그 논의의 장에 함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하나가 교사의 정치적 영향력이 보장되고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의 출발지이자 도착지는 학교, 교실, 아이들이다. 선생님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지고 생성된, 교육다운 교육에 대한 에너지를 학교와 교실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의 만나는 일에 모아야 한다. 퇴행으로 물꼬를 돌리려는 시도에 맞서 학교와 교실의 변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물줄기를 깊고 넓게 만들어야 한다.



2023 가을 호 목차


0. 들어가는 글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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