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슈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경기 보평초등학교와 부산 반송중학교의 사례 발제 후 지정토론 및 전체 토론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지정토론자인 제주 구엄초 박혜령선생님은 먼저 혁신학교에서 6년을 겪으며 ‘이런 방법이 있구나.’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학교에 응당 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이 바라는 법과 제도는 인간 교육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고, 공교육을 통해 각 지역에 가장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하기에, 우리 학교에서 가치 있는 배움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고민을 바탕으로 학교의 핵심 가치가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일례로 들었던 구엄초등학교의 일화는 울림이 있었다. 가장 힘든 학년을 누가 맡을 것인지 함께 논의하는데, 학생과 가장 유연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선배 선생님이 나서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빚진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분을 생각하며 다른 교사들은 일 년 동안 어떻게든 그 선생님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사 간에도 인간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교육적인 효과 또한 뒤따를 것이다.
이어 비전을 세우고, 학교의 핵심가치를 논의하면서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논의한다. 학생 생활지도와 수업은 두 바퀴가 되며 교실의 루틴, 시스템으로 정착된다. 모든 교실에서 실천하는 ‘한 주 열기’와 한 주 닫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민주적인 경험을 체화하면서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 생활교육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정말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학년에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교사가 협력하여 만들어야 한다.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하지만, ‘한라산 등반’과 같이 아이들 간의 관계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교과 프로젝트나 도전 활동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학부모 소통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1학기에 학부모다모임을 두 번 정도 열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민원으로 번질 내용이 소통을 통해 정리된다. 교사들이 아이들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어떤 문제가 생길 때 주변의 교사가 도와줌으로써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해결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수업지원교사의 지원, 교장, 교감의 적극적인 지원 역할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두 번째 송운중학교 조성연 선생님은 2011년부터 혁신학교였던 장곡중학교에서 9년간 지내고, 시흥교육지원청의 혁신교육지구 순환보직장학사로 근무하다가 올해 송운중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 13년간 혁신교육을 위해 살아왔는데, 이제 혁신교육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하는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도교육청 조직에서 민주시민교육과, 마을교육과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위기감과 허탈함이 누구보다 크지 않을까 했다.
상위 5%의 아이로 인한 어려움이 좀 더 구체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담임선생님의 몫으로 남지 않게끔 관리자와 동료교사가 함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다. 또한, 학교 안에서만 고민하지 않고 마을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교육복지안전망’이 운영되는 시흥은 교육복지전문가들이 위기 학생을 마을교육이 함께 학생을 케어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지역의 많은 센터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담임선생님이 혼자 외롭게 헤쳐나가며 무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마을이 함께 나서야 한다.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이 충돌하는 개념인지를 물었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학생 인권과 법률상의 직권인 교권이 어떻게 충돌하는 개념인지, 이런 논리를 펼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는 것이다.
또한, 고시를 통해 부활한 상벌점제는 점수로 만들어 학생 내면의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교사 앞에서만 착한 일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는데 이것이 과연 교육적인지, 합당한지 물었다. 물론 찬성하거나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사에게도 어떤 충분한 논리가 있을 것이고, 이 힘든 시기를 버티다 보니, 상벌점제 사용으로 다시 회귀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해되지만, 생활지도 고시에 붙박여나온 ‘상벌점제를 할 수 있다’는 조항에 관한 토론이 필요하고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보평초등학교의 ‘지킴 쪽지’가 혹시 벌점과 비슷한 것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하여 질문했다. 권현정 교장선생님은 처음에 시도할 때 비슷한 의문이 있었지만, 전제는 교육적인 지도이며 행동을 어떻게 개선할지 가정과 함께 지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쪽지를 받으면 부모와 충분히 대화를 해야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학생 생활지도의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반송중학교에서는 아직 상벌점제를 사용하는데, 해마다 이 문제를 논의하지만, 끝까지 없애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본교 학생의 문제 행동 빈도와 강도가 높기에 매번 회복적 대화나 상담으로 해결하기에는 교사들이 너무 지쳤고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각 등을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편의를 포기하지 못했지만. 상벌점에 의존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남자중학교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혁신학교에 온 선생님들을 위해 이거라도 아직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없애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실 현장의 이런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교육적 가치에 관한 성찰이 다루어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논의 없이 손쉽게 적용한다면 학교문화는 아주 쉽게 통제 중심으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조성현 선생님은 자칫 고시 적용이 교사와 학생의 힘겨루기가 된다면, 학생은 교권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하였다. 오히려 학급당 30명이 다 되는 교실에서 제대로 된 생활교육을 할 수 있을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전체 토론에서는 사회정서학습의 필요성, 학교에서 합의를 통해 만들고 시행해온 규정과 고시 간의 충돌, 학생다중지원을 위한 학생 개인정보 공유가 상위법을 위반하게 되는 현실에 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논의와 학습이 필요하고, 관계 기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정말 법과 제도만 바뀌면 교실 문제가 해결될까? 과연 법과 제도는 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비되고 있는가? 법과 제도는 교실의 문제를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새넷의 교사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2023 가을 호 목차
0. 들어가는 글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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