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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Nov 28. 2023

뿌리를 내리면서 열매 맺는다, 프리이리와 프락시스

이 책 한 권! / 박수현_장유초등학교 교사

  교사는 이론이라는 뿌리를 끊임없이 내리기 위해 공부하고 성찰하고 함께 연구하고 토론해야 한다. 뿌리내림과 동시에 학생을 가르치고, 또 그들에게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열매를 맺는 것이다. 프레이리가 말하는 이론과 실천의 끊임없는 결합, Praxis가 올 한해 나를 성장하고 화두로 삼았던 핵심어이다. 선생님들과 실천과 공부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2023년 한해를 정리하며 새넷 경남에서 함께 읽은 <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를 소개한다. 


  교육, 앎, 공부, 배움, 대화, 자유, 연대, 인간화, 생성어, 의식화, 실천, 문제제기식 교육, 문해교육... 와, 이 멋진 용어들! 프레이리 교육사상의 핵심어이다. 교사로서 한 번쯤 토론하고 내 생각을 정립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개념들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터놓고 하면서 서로 생각을 나누고 내 생각의 지평을 넓히며 교사로서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는 자양분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새넷이며, 이곳 새넷 경남 독서토론 자리이다. 

  지난 2023년 1월 26일 새넷경남 총회와 분과 컨퍼런스를 진행하며 한 꼭지에서 <프레이리에게 변혁의 길을 묻다> 저자, 심성보 교수님과 만났다. 그리고 프레이리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그 선생님들이 모여 독서토론의 책으로 선정하였다. 운영진들이 새넷경남 회원들에게 이 책을 보내주었는데, 막상 받아보니 이 베개처럼 두꺼운, 대학이론서 같은 책이어서 읽고 싶지만 혼자 읽기에는 부담스럽고, 시작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Praxis(프락시스)란?

  프레이리가 독자적으로 만든 개념이며 이 책의 핵심이라서, 700쪽에 달하는 책 속에서 수십 번 등장하고 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실천적 활동이다. 교육의 행위에는 실천이 중심이다. 교육은 존재하기 위해, 그리고 되어감을 위해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실천은 단순히 어떤 행위를 하는 행동이 아니라 ‘이론적 실천’이다. 즉, Praxis(프락시스)란 이론의 안내를 받는 ‘이론적 실천’ 또는 ‘변혁적 실천’의 의미를 지닌다. 실천적 반성이나 반성적 실천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 ‘프락시스’다. 

  이론은 실천을 숙고하게 한다. 실천을 숙고함으로써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실천하는 방법을 배운다. 관조/명상하는 이론적 삶이나 행동하는 실천적 삶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온전한 인간이 되고자 한다면 행동과 성찰은 함께 따라다녀야 한다. (173쪽)     


프레이리 교육 사상의 핵심어

1) 교육: 교육의 존재 이유는 인간이 미완의 존재이며, 그 불완전성을 알고 있다. “인간을 교육하고(educating), 동물을 훈련시키며(training), 나무를 가꾼다.(cultivating) 

  교육의 목적: 인간해방, 해방은 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만큼 생겨난다.     

2) :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모든 것을 아는 사람도 없다. 민중은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잘 알 권리,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앎의 체계인 ‘지식’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평무사한 지식은 없으며 무비판적으로 지식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프레이리는 말한다.


3) 공부: 공부의 목표란 무언가를 밝히고 발견하는 일, 독특하고 창조와 재창조의 행복한 순간이며 대상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관계를 깨닫는 것이며 곧 사랑과도 일치한다. 공부를 재미로만 인식하게 되면 책임감 발달을 저해하고 학습을 재미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속이는 것이다. 즉 공부를 통해 세상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고통스러운 과정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배움: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은 비판적 대화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지식의 구성에 서로 참여하도록 한다. 교육은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교육 실천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을 때 역량을 갖게 된다.


5) 대화: 대화는 혼자서 지껄이는 독백이 아니다. 타인(학생)을 백지상태로 보고 선동하는 행위는 단순히 전달·건네줌, 기계적 이동이며 반대화는 성찰을 부정하며 진정한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6) 자유: 보수·수구파의 자유와 다른 점은 윤리적 책임이 동반되는 것, 민주적 권위를 가진 교사는 비판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7) 연대: 억압받는 사람과 억압하는 사람의 구분없이 공동체적이며 사회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 서로에게 맞서는 식이 아니라 서로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진정한 인간화이며 우리는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과도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공동의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8) 인간화: 억압과 비인간화 교육은 지식 전달과 주입식 교육이라고 주장하며 학생과 교사가 공동 탐구자가 되어 올바른 지식을 터득하며 비판적 삶을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인간 해방 교육사상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가난한 민중이 자기 눈으로 현실 세계를 바라보게 해야 한다는 해방 교육학에 기반하고 있다.


9) 생성어(generative word speech): 성착과 행동, 실천이 사라진 낱말은 한가한 수다, 탁상공론, 허튼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 삶의 단어가 교육 속에 존재해야 한다.


10) 의식화: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사회적, 경제적 조건과 모순에 대한 비판의식을 구성하는 것이며 신비화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프레이리는 교육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명확한 정치적 인식에서 출발하며 중립성은 침묵 문화, 거짓 신화, 민중이 주체로 해방되는 것을 가로막는다고 말한다.


10) 문제제기식 교육: 은행저축식 교육의 반대 개념으로 비판과 대화, 실천이 있는 교육이며 교사와 학생을 비판적인 공동 탐구자로 바라보고 있다.


11) 문해교육(literacy): 문해교육을 통해 세계를 읽고 글과 세계를 관련지을 수 있으며 지배집단의 세계관에 도전하고 비판하는 저항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고 프레이리는 말한다.


나누었던 질문

1)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핵심어

2) 교사와 학생은 함께 하는 자, 우리는 변화의 주체이다. 나는 어떤 변혁적 실천을 하고 있는가?

3) 나에게 영감을 준 교육사상가는 누구이며 어떤 내용에서 영향을 받았는가?

4) 50년 전에 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고 미래교육의 대안을 마련한 일리치처럼50년 후의 미래 사회 속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미래교육의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5) 개별적 요구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함께 지향하고,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회피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 같다. 교사의 개인주의, 각자도생을 넘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가르쳐야 할 것인가?

6) 학교는 아이들이 삶을 연습할 수 있는 장소, 특히 성숙함을 연습할 수 있는 중간 지대이자 탄생의 공간이다. 내가 생각하는 중간 지대로서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7) 전수할만한 가치 있는 것이 사라지는 삶의 대전환시대에 가르침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의 공부는 계속된다...

  프레이리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확신을 얻었다. 학교 혁신 운동을 하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반대도 많았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교육사상가들과 역사 속에서 용기를 갖게 된다. 올곧은 실천은 사상과 이론의 탄탄한 기초 위에서 가능하다. 철학이 부재하면 시대에 영합하는 한때의 유행을 쫓아다니거나,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쉽사리 무너질 수 있다. 흔들리고 있는 요즘, 혁신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슬퍼지는 요즘, 동지들과 함께 프레이리를 읽으며 우리의 진지를 더 단단하게 구축하고 서로 기대며 상식이 아닌 양식을 갖추고 계속 연대하며 변혁의 가능성과 희망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3 가을 호 목차


0. 들어가는 글
1. 시론
2. 포럼 & 이슈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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