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마 눈물 흘리고 말았다
말했잖아, 너도 꽃이라고
엊그제 심어 놓은 배추 모종이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목이 말랐을까 봐
어쩌나 어쩌나 걱정만 하다
이틀이 지난 오늘에서야 마주한다
목마름에 지쳐가고 있는 가지는
에워싼 그물망 아래로 익어가는데
엉겨 붙은 마 잎은 아직 푸르다
겹겹이 포개진 흙더미를 헤집고
여린 배추 모종은 힘겹게 서 있다
호미로 간신히 제 갈길 찾아
두터운 골을 이고 선
허리 구부려 파낸 세월이
가녀린 잎사귀 위로 후드득 던져지는데
나는 차마 거기서 눈물 흘리고 말았다
그 많은 골을 파내느라
힘겹도록 붉은 노을을 맞았을 텐데
여명빛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몇십 년을 엄마는 모진 저 골을
가슴골에 파묻었을 텐데
하루 이틀 지났다고 대수더냐
쉽사리 쓰러져갈 인생이 아니다
배추 모종이
가지대가
마 잎이
어떤 때는
꽃보다 더 예쁘다
새벽을 거슬러 달아나는 내게
시간은 머물러 있고
꽃잎에 필요한 건 단 하나의 사랑
초록 생명들이 나를 버티게 해주는
그런 거라면
시원하게 뿜어주는 가을바람소리도
나는 꽃으로 여기겠다
말했잖아
너도 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