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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든밍지 Dec 22. 2023

물 만난 미역

T가 쓰는 시 일곱 편 - 미역의 꿈

물 만난 미역


연초에 선물 받은

내 키만 한 마른미역

     

유난히 거대한 너는

햇볕 잘 드는 베란다에 사계절 내 처박혔다

     

검정에 가까웠던 색은

뜨거운 햇살에 옅은 초록빛이 되고


원래도 바싹 말라 있던 몸은

손만 대면 부스러질 듯

     

한껏 움츠린 지금을

비웃기라도 하듯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어날까

 

마음 한편에 처박아둔

곧 으스러질 듯한 오래된 꿈

    

미역도 꿈도

잠시 움츠렸을 뿐

빠르게 퍼져가려나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오래된 꿈이

마음을 비집고 나와

꿈틀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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