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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에누 Nov 29. 2024

[일과 놀이 사이]            재미중독증일까?

일도 운동도 게임처럼 놀이하듯!

  퇴임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헬스클럽 등록하기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급격히 빠진다고 합니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근력을 단련해야 한다고 합니다. 때마침 집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파격적인 요금으로 연간회원 모집하는 이벤트를 하길래 바로 등록했지요.


  하지만 운동하러 가는 그 짧은 거리가 때론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조롭고 지루한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게임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운동은 의무감으로 해야 하지만 게임은 재미로 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누가 말려도 기어코 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멀어도 가고야 맙니다. 집에서 네 시간 걸리는 골프장도 혼자 운전해서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재미 말고 뭐가 있을까요?


 운동하러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종종 묻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운동이 그 운동이야? 헬스클럽 가는 척하고 걸핏하면 놀이터로 슬쩍슬쩍 새는 것을 눈치채 버린 거지요. 실제로 운동하러 나서서 근처에 있는 스크린골프장이나 당구장 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골프 치는 사람들은 그래서 골프 치러 간다고 말하기 미안해서 운동하러 간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골프나 당구도 운동이 안 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다지 죄책감 들 일은 아니지만요.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으니까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이지요.




 운동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재미가 없어 꾸준히 하기 힘들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운동을 게임처럼 하면 됩니다. 그래서 모든 운동은 게임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공부도 게임처럼 하면 재미있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도 자주 한 말입니다.  리포트 쓰기, 프로젝트하기, 팀워크 하기, 프레젠테이션 준비하기... 이 모든 것들에 게임의 룰을 적용해 봐라. 혼자만의 규칙도 좋고 상대가 있는 경기의 형태로 만들어 보라.


 구간구간에 게임의 룰을 적용해서 성공했을 때 스스로에게 보상하는 건 어떨까? 말 잘 듣는 강아지에게 간식 주듯이,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망아지 훈련시키듯이 성공보수가 있는 게임이 필요한 것이지요. 핸드폰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하듯이 공부나 운동에도 게임의 룰을 적용해 보자는 겁니다.


  일 년간 열심히 다니던 헬스클럽을 한 달 정도 쉬다가 어저께부터 새로 시작했습니다. 이벤트 가격으로 다시 회원모집을 하길래 큰맘 먹고 재등록했지요. 뉴진스의 하입보이, 블랙핑크의 더 걸스,  BTS의 다이너마이트,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 같은 곡들의 익숙한 비트가 나의 운동세포를 다시 깨우는 느낌이었습니다.


 기껏해야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이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노래방에서 이 정도면 나름 트렌디하다고 플렉스 했었는데. MZ세대들이나 좋아할 이 노래가 장년에 접어든 내 고막을 간지럽힌 것도 사실은 게임본능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노랫가사 중의 한 소절이라도 기억해서 멜론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면 이겼다고 셀프 칭찬하는 소확행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전완근, 이두근, 삼두근, 광배근, 승모근, 복근, 대퇴근, 가자미근을 생각하면서 덤벨, 바벨, 체스트 프레스, 레그 프레스, 벤치 프레스를 수박 겉핥기 하듯 스치고 나면 마무리 트레드밀입니다. 보통 20분 정도 하는데 컨디션 되는 날은 30분 정도 타기도 합니다.

그림출처: 네이버 블로그, 다음 카페

  유산소 운동의 시그니처는 달리기. 달리기 하면 러닝머신이라는 국룰은 나한텐 맞지 않은 듯. 처음엔 달리기 모드에 맞춰 분당 180미터 정도까지 속력을 내봤지만 너무 호흡도 가쁘고 심박동도 높아져서 무리였습니다. 마무리는 좀 부드럽게 하자는 생각으로 걷기 모드로 바꿨어요.


  1분에 100미터의 속도로 2,30분 걸으니까 적당한 듯했습니다. 땀도 제법 나고 심장도 충분히 나대는 것 같아서 기분 좋은 느낌이더군요. 매일 2,3킬로미터 걷는 것은 긴장했던 근육을 풀어주고 노폐물을 어느 정도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일 이십 분 걷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근력운동에 비하면 힘은 훨씬 덜 들지만 솔직이 지루합니다. 매번 오늘은 십 분만 걷고 내려올까 유혹에 빠져듭니다. 왠지 하다 만듯한 찜찜함 때문에 그래도 꾸역꾸역 최소한 20분은 채우게 됩니다.

유튜브 <미쳐버린 헬스클럽>

  힘은 덜 들어도 단순반복은 재미없습니다. 목표시간을 채우는 것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시시각각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서 걷기라는 단순노동에 게임의 룰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노래 세곡이 끝날 때까지 트레드밀에서 내려오지 않기, 디지털 패널을 보지 않고 땅만 보고 걷다가 딱 1분째에 거리 확인하기 같은 법칙을 적용해 봅니다. 4분에 한 번씩 차임벨 소리가 나게 알람 설정하기, 속도를 늘려가면서 분당 걸음 수를 끌어올리기 같은 변화를 주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럭저럭 2,30분이 훌쩍 지나갑니다.




 단순한 일을 못 견디는 버릇... 이쯤 되면 병일까요? 조금이라도 재미요소를 넣어 지루함을 극복하려는 잔꾀... 이쯤 되면 게임중독일까요?


궁금합니다. 당신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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