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는 거라니

야속할 뿐

by 박점복
그림 출처 : 다음 블로그

언제 그랬냐며 세월이 딱 잡아 시치미다.

바다도 하늘까지 방금 전 일 슬그머니 덮더니만 평온한 척하고.

으레 장승이려니 몰아세우니 무심해도 너무 무심타.

징표 하나 달랑 남기고 가버린 게 벌써 몇 번짼데.

저리로 이쪽으로 쌩하게 스치면서도

매몰찬 세월은

내가 뿌리치는 거라면서.


그새 또 아침이 눈치다

기웃기웃, 떠나려는지.

적반하장도 염치는 있을 텐데 오히려 내가 버렸다나

소쩍새 소리 따라

여러 날 먼 길 나선 봄도 아까까지 옆이었고

객기 탱천 하며 팔팔 거렸던 시절,

온기 여전한데 어느새 보일 똥 말똥.


졸졸졸 애타게 부르던 개울도 제법 가까이 왔는지

소리부터 굉음이다.

기다리느라 따분해할 틈도 없이 어마한 물줄기로 돌변, 한없이 떨어져 놓고는

씩씩거리며 분(憤)해하는 소릴 왜 내가 듣는지 대체 모를 일이다.

듬직하던 산등성이조차도.


흔적이라곤 바깥에서부터 세는 게 훨씬 빠른 나이테뿐.


아직도 바득바득.

때론 잽싸게, 때론 더디게 가만히 내민 저들 손을 뿌리치는 게 나라니, 참!

인연의 질긴 심줄 미련 없이 싹둑 자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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