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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호 Jan 22. 2018

오래 살아남는 디자이너는
효율적으로 일한다.

Part3. 1인 디자인 기업으로 10년 먹고살기-10

1인 디자인 기업으로 10년 먹고살기의 마지막 글이다. 이번 글에서는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혼자 일하는 디자이너일수록 디자인 외의 업무가 꽤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디자인 작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이것 저것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정작 본질인 디자인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투자할 수도 있고 일을 더 해 수익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참 스마트하지 못하게 일해왔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 라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일해온 방식이 몸에 익어 그랬을 수 있지만 하나둘씩 바꾸면서부터는 디자인에도 효율이 정말 중요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일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스마트하게 일해야 한다.


나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과 주로 일하는데 이들 클라이언트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PC 관련 보안규정이 엄청 까다롭다는 것. USB나 외장하드를 이용해 파일을 주고받는 것도 어렵고, 사내에서 웹하드 같은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이메일을 이용해 파일을 주고받는데 간혹 대용량 파일을 보내야 될 때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파일 하나를 보내기 위해 보안팀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결제를 받기 위해 길게는 며칠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정말 불편하게 일하는 환경이지만, 이 또한 오래 지속되다 보니 좀 무뎌진 것이 사실이다.(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를 따라간다고, 나도 웹하드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일해왔다. PC의 용량이 모자라 몇 개 사둔 외장하드에 백업해두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많은 데이터가 들어있던 외장하드가 망가졌다.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복구 업체 두 곳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수리를 시도했지만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10년간 모아둔 작업 파일들이 한순간에 없어졌다.


용산에서 사망 판정을 받아버린 외장하드를 받아오는 길에 바로 구글 드라이브 구독을 신청했다. 그동안 내가 왜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해왔을까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 이후부터는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아울러 기존에 작업했던 작업 폴더들도 전부 클라우드에 올려두었다. 이후 원드라이브를 사용하며 구글 드라이브는 무료 구독으로 바꿔서 공유 클라우드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스마트워크 관련 툴들은 다음과 같다.


스토리지 툴

원드라이브 :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로써 오피스 365를 유료 구독하면 무료로 1 테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구글 드라이브 : 무료 계정을 이용 중이다. 15기가를 사용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프로그램

오피스 365 :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툴을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어도비 CC : 어도비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디자인 툴들을 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고, 클라우드 스토리지 공간까지 제공한다.


메모 툴

워크플로위 : 텍스트 기반 툴로써 할 일이나 생각들을 목록화시켜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 

에버노트 : 이미지, 손글씨, 텍스트, 웹페이지 등 다양한 메모를 클라우드에 저장함으로써 다양한 기기에서 연동할 수 있다.


그 밖의 서비스

엔팩스 : 팩시밀리 없이 팩스번호를 사용할 수 있고 웹사이트나 모바일앱으로 팩스를 받고 보낼 수 있다. 

캠스케너 : 외부에서 스캐너를 써야 할 때 앱을 이용해 간단히 스캔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마트워킹 툴이 많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 체험해보고 구독하는 것을 권한다. 내가 쓰고 있는 툴 중 반드시 써야 되는 것을 꼽자면 단연코 클라우드 스토리지 툴이다. 원드라이브, 구글드라이브, 네이버드라이브 등 스토리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하게 있으니 자신이 사용하기에 좋은 것을 생각해보고 선택하기 바란다.



충분한 휴식은 머릿속을 정리해준다.


나는 가끔 아무것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한다. 그런 시간들을 좋아한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을 때 가끔 이렇게 멍을 때리는데, 이런 시간들이 효율적인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 자전거를 굉장히 열심히 탄 적이 있었는데, 자전거 관련 서적을 보던 중 휴식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려면 운동 중간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쿨다운'이라고 하는데 운동으로 히팅 된 몸을 차갑게 식혀주는 것이다.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그냥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쿨다운'을 일에도 적용했다.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한다거나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을 때 오히려 머릿속을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잠깐 동안이라도 쉬고 나면 집중력이 향상돼 일의 능률이 오히려 오른다. 잠깐의 휴식을 통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철야작업을 하면서 작업하던 습관을 밤에는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작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바꾼 것도 바로 이 이유이다.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각자에 맞는 방법을 찾아 집중이 필요할 때, 한 번쯤 시도해 보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면 효율적인 작업관리가 가능해진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디자이너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학교에서 과제를 하면 과제에 대한 발표를 항상 해야 했을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의도, 즉 컨셉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이 디자인이 나왔는지 설명한다. 많은 학생들이 발표 울렁증이 있다며 소극적인 발표를 하는데, 간혹 청산유수 같은 발표를 하는 친구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이 바로 이 발표다.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함께 일하는 구조라면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기획의도와 디자인 의도를 조율해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나가지만, 기획자 없이 디자이너가 직접 이끌어나가는 프로젝트라면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예부터 내려오는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꿈보다 해몽이다.' 등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들이 많은 것을 보면 옛 선조들 중에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대우받지 않았을까?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디자인을 하기 전과 산출된 디자인으로 고객과 대중을 설득하는 과정 또한 디자인 못지않게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된 상태에서 디자인을 시작하면 아무리 멋진 결과물이 나와도 고객은 그 디자인에 비용을 지불할 수가 없다. 디자인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100% 부합하는 디자인을 한다면 설사 디자인의 질이 객관적으로 약간 떨어진다 해도 그 디자인은 잘된 디자인인 것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디자인도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한다.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해야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 혼자 일하는 디자이너일수록 자주 범하게 되는 실수이다. 자신의 생각에 너무 매몰돼 이해하기 어려운 메타포를 사용한다던지, 너무 과감한 비주얼을 만든다던지 하는 실수다.


아울러 무조건 설득하려고만 한다면 고집스러운 예술가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무조건 내 의견이 맞고 너희들은 잠자코 따라오기만 하라는 식의 보스형 커뮤니케이션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설득에는 타당한 논거가 선행되어야 하고, 논리적인 언어와 디자인은 필수다.



아날로그 스케치가 가장 스마트한 시작이다.


어릴 적 미술시간을 생각해보자. 먼저 어떻게 그릴지 머릿속으로 생각한 후 하얀 도화지에 연필이나 옅은색깔 크레파스로 스케치를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스케치가 모든 디자인 업무의 시작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책상 앞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실행하고 디자인을 시작한다.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썸네일 스케치를 한다. 디자이너로서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시작한 습관이기도 한데, 그 회사에서는 디자인 작업을 하기 전에 무조건 스토리보드를 작성했다. 디자이너들끼리 모여 브레인스토밍 하며 원고를 분석해 페이지를 나누고, 페이지에 어떤 그림을 넣을지, 어떤 카피를 넣을지에 대해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이후에 회사를 옮겼을 때도, 홀로 독립을 했을 때도 이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습관은 계속 이어나갔다. 한 번은 너무 급한 작업을 의뢰받아 스토리보드를 그릴 시간도 없이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스토리보드, 즉 섬네일 스케치를 하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어떻게 표현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과정이 아니라 원고를 분석하고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담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나면 실제 디자인 작업은 굉장히 빠르다. 디자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내려 하는 목표를 확실히 정해두었기 때문에 작업 진행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과 모바일에 매몰된 삶을 산다. 업무를 도와주는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과 툴이 있다. 이 글에서조차 처음에 언급한 것이 스마트워크 일정도로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디자인이라면 연필과 노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맞다. 


꼭 예쁜 노트를 쓰지 않아도 된다. 책상 옆 프린터에 들어가 있는 A4지 몇 장을 빼서 키보드 앞에 놓고 스케치를 시작해보자. 스케치가 끝나면 모니터 옆에 붙여놓고 디지털 작업을 시작해보자. 몰라 보게 빨라진 작업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효율이라는 말은 사실 별거 없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 좀 더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개미처럼 무조건 열심히만 하지 말고 효율적인 사고를 통해 가끔은 베짱이처럼 즐기면서 일하자. 그래야 오래 일할수 있다. 1~2년 일하고 말 것 아니지 않은가. 


part3.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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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9. 1인 디자인 기업의 위기 극복

Part3-8. 인하우스 디자이너 때는 몰랐던 경영관리 업무

Part3-7. 1인 디자인 기업의 수익관리

Part3-6. 혼자 일하는 디자이너의 시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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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4. 공부하는 디자이너가 오래 살아남는다

Part3-3. 영업은 고객에게 맡겨라

Part3-2. 타짜 디자이너가 오래 살아남는다

Part3-1. 돈 잘 버는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할까

Part2-5.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로써의 마인드 세팅

Part2-4. 디자이너의 관계 관리

Part2-3. 디자이너의 셀프 브랜딩

Part2-2. 좋아하는 디자인과 잘하는 디자인

Part2-1. 디자이너의 퇴사력 키우기

Part1-5. 왜 독립하지 못하는가

Part1-4. 디자이너의 월급은 왜 이모양일까?

Part1-3. 디자이너의 본질은 무엇인가

Part1-2. 디자이너에게 출근은 어떤 의미일까?

Part1-1. 피 터지는 경쟁의 전쟁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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